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3:29
스포츠

[클로즈 업 V] 김요한 파동이 몰고 온 배구계의 문제점.

기사입력 2007.12.07 21:38 / 기사수정 2007.12.07 21:3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7~2008 NH 농협 V-리그가 개막한 지도 1주일 정도 되어 갑니다. 그러나 주변 분위기는 너무나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빛나는 남자대표팀의 활약은 지난 시즌 V-리그까지 이어져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은 개막전 이후 지금까지도 지난 시즌과 같은 열기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코트 밖에서는 한 신인 선수가 자신이 들어가야 할 팀에 가입하지 않고 입단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벌어진 월드컵 대회가 끝난 후, 대표팀에 참가했던 김요한(인하대)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서 입단할 예정이었던 LIG 손해보험을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규정에도 없는 계약금을 요구하며 지금까지 팀에 합류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려한 외모와 출중한 실력으로 올 시즌에 '소녀 팬 몰이'의 중심선수로 활약하리라 예상했던 선수는 오히려 현 배구계의 심각한 문제점을 수면으로 올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점만 놓고 보면 김요한의 무리한 요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배구 선수들에 대한 처우를 생각하면 결코 그의 이런 돌발적인 행동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논거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배구가 프로화로 출범되면서 선수에 얽힌 규정을 보면 선수들에겐 불리하고 구단과 한국배구연맹에 유리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규정사항이 만들어진 계기는 대학 유망주들을 끌어오려고 각 실업팀들이 대학 감독과 관계자, 그리고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행한 과거의 문제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프로화가 들어서기 이전에는 각 실업팀들이 원하는 유망한 선수들을 데려오고자 대학 측과 그 팀의 감독들에게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드래프트 제도가 없었던 시절엔 선수도 그렇지만 그 선수의 진로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었던 것은 바로 대학 측과 감독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로화가 출범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습니다. 전년도 대비의 성적순으로 배정권이 주어지는 드래프트가 생겼기 때문이고 기존에 우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 지급했던 계약금 제도가 철폐됐기 때문입니다.

사실 당시 지급되던 계약금은 유명 대학선수일 경우, 10~15억 원에 달했습니다. 대학 측이나 선수들은 이 금액을 나누어가지며 많은 혜택을 누렸지만 이러한 구조로 인해 선수경쟁으로 인한 부작용과 무한대로 치솟는 계약금은 문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현 4개 프로팀의 단장들이 모여앉아 만든 것이 현재의 규정입니다. 체계적이지 못하고 '먹튀' 양산의 위험이 있던 계약금 철폐는 장점을 갖췄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선수들보다 구단에 유리한 규정을 일방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프로화가 출범되고 나서 생긴 신인 드래프트 제도를 살펴보면 1라운드 선수들에겐 계약금 없이 연봉만 최소 7천만 원에서 최고 1억 원까지 지급됩니다. 불과 프로화가 출범되기 이전에 15억에 이르는 거금을 챙겼던 반면, 초봉 7천만 원에서 1억 원만 받게 된 것은 여러모로 김요한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에겐 불만족스러운 금액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계약금 없이 제한된 연봉을 받는 것은 둘째치고 최소한 3년에서 5년 정도 활동한 선수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FA 제도는 프로배구 남자부에는 없는 사항입니다.

게다가 드래프트에서 선택된 뒤 입단 거부하면 그에게는 자격정지가 무려 5년이나 주어집니다. 말이 5년이지 만약 이러한 징계를 당한 선수는 '선수 생명의 끝'을 선고받는 셈입니다.

또한,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하는 것은 선수 개인이 지닐 권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학 4학년에서 졸업예정인 선수는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드래프트에 자동적으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김요한이 '왜 자신이 원하지 않았는데도 드래프트에 참여했는가?'라는 여론도 있는데 그것은 이러한 규정 때문에 그렇습니다. 김요한 자신은 원하지 않았는데도 그의 이름이 자동적으로 드래프트에서 호명된 이유는 선수 자신의 의견과는 무관한 일방적인 조항 때문입니다.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의 대학 유망주들은 무슨 이유가 있건 간에 무조건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해야 하고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는 구단에 들어가면 규정에 맞춰진 연봉만을 받고 그 팀에서 꽤 긴 기간을 뛰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리 팀의 성적에 보탬이 되는 전가를 올렸다고 해도 연봉이 큰 폭으로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규정된 상한 연봉 제한이 있는 시점에서 2억 원이나 3억 원 선으로 치고 올라가기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프로배구의 샐러리 캡(연봉총액상한제)은 올 시즌의 경우 14억 3000만원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현재 한국프로배구에서 최고연봉을 받는 선수는 현대캐피탈의 프로 11년차 후인정으로 그의 연봉은 1억 3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물론 프로배구가 아직 출범된 지 4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구단들이 말하는 것처럼 팀 수도 남자팀 4개에 여자팀은 5개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축구와 야구에 비해 시장성이 큰 것도 아니고 홍보효과도 두 프로 종목에 비해 3%도 안 됩니다. 이 시점에서 선수들에게 많은 연봉을 안겨주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는 것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배구시장의 규모와 연봉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위에서 언급한 일방적인 규정은 좋은 선수들을 배출하기에 여러모로 문제점이 있습니다. 기껏해야 배구선수의 생명은 10년을 넘기가 힘든데 그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턱없이 낮은 금액을 받는다면, 은퇴 후의 생활은 어떨까요?

배구는 많은 점프로 인해 무릎과 발목, 허리 등에 부상이 많이 따르는 스포츠이며 다른 구기 종목보다 많은 국제대회도 치러야합니다. 한 팀에서 15년 이상 현역으로 뛰는 일이 가장 어려운 종목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국내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으면 다른 길은 전혀 모색할 수 없습니다. 해외 진출도 불가능하고 FA 제도가 없는 한국 남자 배구 계에선 그저 드래프트에서 결정된 팀의 요구에 충실히 반응해야 선수생활을 지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김요한은 LIG 입단이 좌절된다면 일본에 진출할 길까지 모색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실현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해외로 진출하려면 대한배구협회에서 이적동의서를 얻어야 하는데 지난 여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서 무단이탈해서 징계를 받고 있는 김요한에게 이적동의서를 준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현재의 규정이 어떻게 되었건 간에 그것을 거부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김요한을 결코 두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김요한 사태로 붉어진 현 규정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으며 이렇게 구단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완성된 규정은 한국배구 발전을 생각한다면 다시 재고할 방침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배구를 하고자 하는 많은 꿈나무를 육성하려면 그들이 성장할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선수들에게 여러모로 좋지 않은 규정과 행정은 배구를 하겠다는 인재들을 오히려 외면하게 하는 풍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겉으론 프로화를 내세우며 화려한 이미지를 보이려고 하지만 한전의 프로화 무산과 한전과 상무 팀의 리그 불참 태도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 그리고 이번 김요한 사태가 보여주는 일면들은 한국배구계의 뿌리 깊은 병폐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배구 팬들이 지난 시즌처럼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우지 못한 개막전과 지난 시즌에 비해 한층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배구 팬들의 태도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저 간판만 걸린 프로가 아니라 얼마나 내실 있고 알찬 리그를 만들어 가느냐는 것은 순서가 있습니다. 그런 체계적인 규정이 아쉽게 다가오는 것은 이번 김요한의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진 = 대한배구협회>



조영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