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푸짐한 '힙합 한정식' 한상이 차려졌다. 힙합레이블 '아메바컬처' 크루가 한 자리에 모인 '아메바후드 콘서트' 무대는 7팀이라는 출연진 수와 35곡에 달하는 셋리스트까지 여러모로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한정식 한 상을 떠올리게 했다.
1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13 아메바후드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공연은 아메바컬처 구성원이 총출동했다는 점 외에도 자숙의 시간을 갖던 이센스의 복귀와 신곡 발표 등 흥미를 끄는 요소가 충분했다.
예정된 공연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 조명이 꺼짐과 동시에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환호가 올림픽홀을 가득채웠다. 암흑 속에서 보이는 것은 오직 야광봉이 전부, '힘차게 흔들리는 이퀄라이저'(씨비매스 '휘파람'가사 중 일부)를 떠올리게 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곧이어 모든 출연진이 슈프림팀의 대표곡 '수퍼매직('Super Magic')'과 다이나믹듀오의 히트곡 '출첵'을 함께 부르며 '아메바후드 콘서트' 시작을 알렸다.
이번 공연은 객석 일부만이 스탠딩석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금새 공연장 전체가 스탠딩석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좌석에 앉은 관객들이 벌떡 일어나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초대형 클럽에 온 듯한 광경이었다.
오프닝무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공연이 막을 올렸다. 첫 주자는 프라이머리. 그는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상자를 벗어던지고 다이나믹듀오의 최자, 자이언티와 '물음표'를 무대에 올렸다. 이어 '입장정리', '만나', 씨스루' 등 프라이머리가 지난해 10월 발매한 정규앨범 '프라이머리 앤드 더 메신저 엘피('Primary And The Messengers LP') 수록곡들이 연달아 연주됐다. 아메바컬처를 대표하는 프로듀서답게 느린 템포의 곡부터 몸을 들썩이게 하는 신나는 곡까지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이어서 플래닛쉬버가 등장했다. 이들은 힙합 레이블에 속한 일렉트로니카 그룹이라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이들의 무대는 뮤지션이 무대 전면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무대 조명을 이용해 화려함을 극대화한 퍼포먼스를 꾸며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다이나믹듀오 결성 이후 노래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개코가 목소리를 덧입혔다.
'아메바후드'하면 떠오르는 뮤지션은 역시 다이나믹듀오와 슈프림팀일 것이다. 두 팀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얀키와 리듬파워 역시 오랜 기간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을 키워온 아메바후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얀키는 이날 공연에서 지난달 발매한 싱글 '이놈(I.N.D.O)'을 포함해 '폴라베어('Polar Bear') 등 세 곡을 소화했다. 지난해 여름 앨범 '누구 하나 빠짐없이 잘생겼다 리듬파워'를 발매한 리듬파워가 얀키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팀 이름을 방사능에서 리듬파워로 바꾸게 할 정도로 이들에게 의미가 깊은 곡 '리듬파워'를 시작으로 '마이마이', '사나이'까지 신나는 곡들로 무대를 채웠다.
슈프림팀의 복귀무대가 이어졌다. 이들은 '이트 잇('Eat it')', '그대로 있어도 돼' 등 3년만에 발표하는 신곡을 첫 공개 하며 객석을 흥분케 했다. 대마초 흡연 혐의로 활동을 중단했던 이센스가 자숙의 시간을 마치고 갖는 첫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이센스는 앞서 프라이머리와 함께한 솔로곡 '독'을 부른 뒤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한마디였다. 그는 "모두가 나만 보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놀겠다"며 각오를 다잡았다.
맏형 다이나믹듀오가 동생들이 띄워준 분위기를 이어받았다. 이들은 개코의 '될 대로 되라고 해'와 미국의 랩퍼 나스(NAS)의 힙합 이즈 데드('Hiphop Is Dead'), 1집 앨범 수록곡 슈퍼스타를 메들리로 소화했다. 최자는 "긴 공연이 힘들다"며 '쉬어가는 시간'을 제안했다. 어쿠스틱 연주로 편곡된 '고백(Go Back)'과 '죽일 놈'이 이어졌다. 쉬는 시간은 여기까지, '길을 막지마'와 '불꽃놀이', '링 마이 벨('Ring My Bell')'을 연이어 부르며 다시 한 번 '클럽 올림픽홀'을 만들었다.
개별 뮤지션의 공연이 지나고 공연 후반부는 이들이 미리 예고한 것처럼 '살벌한(?) 콜라보' 무대로 꾸며졌다. 이센스와 리듬파워 보이비의 '거기서 거기읾', 다이나믹듀오와 사이먼 디의 '난리 GOOD'에 이어 아메바컬처의 일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나만 모르게', '두('DO')'(이상 슈프림팀), '불타는 금요일'(다이나믹듀오)과 앙코르곡 '진짜'(씨비매스)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 공연의 주인공 '아메바컬처'는 다이나믹듀오(개코, 최자)를 비롯해 프라이머리, 슈프림팀(E-Sens, Simon-D), 얀키, 리듬파워(보이비, 지구인, 행주), 플래닛쉬버(DJ Friz, 바트), 자이언티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모인 한국 힙합신을 대표하는 크루다.
그동안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무대에 올랐던 이들이기에 공연에 앞서 '새로운 것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이런 예상이 기우라는 것을 입증한 시간이었다. 잘 차려진 '힙합 한정식' '2013 아메바후드 콘서트'는 16일 공연을 시작으로 17일까지 이틀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 = 아베바후드 콘서트 ⓒ CJ E&M, 아메바컬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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