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유서 공개 '마음속으로 쓴 단 한 번의 유서'
[엑스포츠뉴스=대중문화부] 산악인 엄홍길이 유서를 쓴 사연을 공개했다.
4일 방송된 tvN '백지연의 피플 inside'에 출연한 엄홍길은 "등정을 떠날 때 항상 비장한 각오를 한다. 마음은 무겁지만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혹시 유서를 써봤느냐"는 백지연의 질문에 엄홍길은 "한 번도 써 본적 없다. 하지만 마음속의 유서는 써봤다"고 밝혔다.
엄홍길이 마음의 유서를 쓴 것은 2000년 봄에 칸텐충가(8586m)에 등반할 때였다. 두 번의 실패 뒤 세 번째 도전이었다.
그는 "8500m까지 올라간 시점이었고 오후 7시 30분 즈음이었다. 그런데 더 올라갈 힘도 없고, 내려갈 힘도 없던 거다. 숨마저 쉬기 힘들었다. 내 옆에는 故 박무택 대원이 있었고, 나는 줄 하나에 매달려 60~70m 높이의 벽에 걸쳐져 있었다"고 말했다.
엄홍길은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매달렸을 때 뭐라도 걸치고 앉아야 한다. 벽을 돌아서서 피켈(pikel:도끼 모양이 쇠붙이가 붙어 있는 지팡이)로 사력을 다해 얼음을 깼다. 겨우 장갑 2개 깔만한 공간을 마련하고 엉덩이만 걸치고 앉아서, 10시간 넘게 밤을 버텨냈다. 8500m라는 고도에서 하루 종일 물 한모금도 못 마셨다. 그 때 마지막으로 ‘이건 도저히 살 수 없겠다. 여태껏 내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왔지만, 결국 히말라야에서 생을 마감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러니 그때부터는 오히려 마음이 진정이 되더라. 그래서 내가 가족들에게 마음 속 유언이라도 남겨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엄홍길은 마음속으로 쓴 유서의 내용을 공개했다.
다음은 엄홍길의 유서 내용
지은아, 현식아. 아빠가 결국에는 히말라야 한 산자락에서 등반 중에 높은 산을 도전하다가 산과 같이 함께 여기서 잠들게 됐다.
너희들이 어린 나이에 성장하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겠느냐. 그리고 얼마만큼 아빠를 원망하고 괴로워하겠느냐.
훗날 너희가 성인이 됐을 때는 아빠의 도전에 대해 이해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어머니 모시고 잘 살기 바란다"
대중문화부 enter@xportsnews.com
[사진 = 엄홍길 유서 공개 ⓒ tvN 방송화면]
대중문화부 e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