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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타이중리포트] WBC 대표팀에 필요한 건 ‘리셋버튼’

기사입력 2013.03.03 10:23 / 기사수정 2013.05.07 15:39

홍성욱 기자


[엑스포츠뉴스=타이중(대만), 홍성욱 기자] 충격이다. 완패다. 제3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첫 경기인 네덜란드 전에서 0-5로 졌다.

한국의 패배는 현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대만 취재진들도 이구동성으로 ‘한국이 패할 줄은 몰랐다’는 분위기다. 진 것도 진 것이지만 힘도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무참하게 당했다.

타선은 고작 4안타로 침묵했고, 실책이 무려 4개나 나왔다. 견제사에 패스트볼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우리가 생각했고 기대했던 야구와는 정반대 양상이 전개됐다.

이제 ‘팀코리아’는 남은 4일 호주전과 5일 대만전에서 모두 이겨야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상당히 버거운 상황이다.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류중일 감독은 “반전은 하루만에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반전 드라마는 아직 자력으로 이뤄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그 가능성과 시나리오가 인터컨티넨탈 야구장에서 현실화되려면 여러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류 감독이 한국에서부터 강조한 수비와 베이스러닝은 집중력 문제로 귀결된다. 어제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선수들이 붕 떠있었다. 두 차례의 공식연습경기와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비슷한 맥락이었다.

류 감독이 작전을 펼치려면 루상에 주자가 나가야 가능한 법이다. 한 경기에 3번은 기회가 찾아온다는데 어제 경기에선 7회 무사 1-2루와 6회 무사 1루, 4회 1사 1-2루 상황이 모두 아쉽게 끝났다. 기회도 적었고, 살리지도 못했다.

네덜란드는 연습경기에서 쿠바에 5-0으로 이긴 것처럼 실제로 강한 팀이었다. 우리에게 여러 가지 보완점을 남겨줬다. 그러나 패한 경기에서 보완점을 뽑아내 단기간에 현지에서 적용시키기는 어렵다. 대표팀이 상황을 반전 시키려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길밖에 없다.

어제는 빨리 잊어야 한다. 아예 기억 속에서 지워버려야 좋다. 오늘 대표팀에 필요한 건 훈련보다 ‘리셋 버튼’을 누르는 일이다. 어제까지도 연습경기로 치부하고 내일부터 대회라는 생각을 가져야 반전의 드라마를 써내려 갈 수 있다.

정신력은 실력과 동반돼야 현실로 나타난다. 우리 선수들은 실력과 정신력을 다 가지고 있다. 머리에 가진 부담을 빨리 떨쳐내야 반전은 가능하다.


오늘도 타이중은 바람이 불고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음산한 날씨다. 내일은 며칠 전처럼 다시 화창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반전도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대표팀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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