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오키나와, 스포츠부 강산 기자] "선발투수는 많이 이겨야 한다. 다승왕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한화 이글스의 '보문산 전투기' 김혁민에게 올 시즌은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생애 첫 억대 연봉(1억 1400만원)에 진입, 지난해 활약을 인정받았기에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특히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로 떠난 '몬스터' 류현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김혁민이 '토종 에이스'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혁민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혁민은 이번 훈련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변화구 제구다. 연습투구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까지 142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사사구가 156개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2시즌 동안 211탈삼진-112사사구로 크게 개선됐다. 빠른 공을 지닌 그의 제구 불안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다. 김혁민은 "내 공은 좋은 것 같은데 제구 때문에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 생각이 많을 때가 문제다"고 했다. 제구를 완벽하게 가다듬어 더욱 강한 투수가 되겠다는 그의 의지 표현이다.
김혁민은 '에이스'라는 호칭에 손사래를 친다.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동료들도 에이스라고 부르는데 부담도 되고 놀리는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열심히 해서 진짜 에이스가 되겠다"는 포부도 함께 드러냈다.
김혁민이 설정한 올 시즌 목표는 10승과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 수준급 선발 투수의 척도가 되는 수치다. 그러면서도 "선발 투수는 최대한 많이 이겨야 한다. 다승왕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등판하는 경기에서 최대한 많이 이겨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부터 선발진에 합류한 김혁민은 32경기에서 8승 9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했다. 선발로는 21경기에 등판해 7승 9패 평균자책점 4.23의 성적을 남겼다. 완투승에 한 시즌 최다 이닝을 경신하는 등 나름대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풀타임 선발로 나설 올 시즌은 김혁민에게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구위에는 흠잡을 데가 없다. 150km/h를 웃도는 빠른 공에 낙차 큰 포크볼도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MBC스포츠플러스 박재홍 해설위원은 "내가 처음에 공보고 놀랐던 선수들이 다 성공했다. 이제 김혁민만 남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빠른 공을 지닌 데다 몸 쪽 승부를 피하지 않는 '싸움닭' 기질도 있는 그의 구위는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 김혁민도 "몸 쪽에 붙이는 부분을 많이 칭찬해주시는 것 같다. 노력해서 꼭 팀의 에이스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혁민은 "작년보다 긴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며 "부상 없이 끝까지 잘 해서 팀의 4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시즌 최다 이닝(146⅓)을 넘어 진정한 선발투수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김혁민이 올 시즌 한화의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김혁민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