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8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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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홍석천의 '행복'을 찾아서

기사입력 2013.02.05 15:15 / 기사수정 2013.02.05 16:52

임지연 기자


▲'힐링캠프' 홍석천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왜 커밍아웃을 했냐고 물으니 "행복해지고 싶어서"라는 남자 홍석천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울렸다.

4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는 '커밍아웃 연예인 1호'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방송인 홍석천이 출연해 솔직하고 또 유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렸을 적부터 달랐던 나"

대중이 홍석천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 중 하나는 '언제부터 그는 다른 사람과 조금 달랐나' 일 것이다. 이에 그는 "어머니가 어렸을 적부터 달랐다고 하더라"라며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털어놨다.

홍석천은 "계란 후라이를 먹어도 외형적인 부분을 신경 써 모양이 예쁘지 않으며 먹지 않았다. 또 부모님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의 곁에서 '이게 더 예뻐요'라고 말하면 손님들이 다 그 물건을 사 가셨다"며 "보통 남자 아이들과 달리 섬세하고 예민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또 그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 형에게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보통 사람과 다른 내 모습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너무 힘들어 여자친구를 사귀기도 했다"며 "예쁜 여자랑 있으면 가슴이 콩콩콩 뛰는데, 멋진 남자랑 있으면 가슴이 쾅쾅쾅 거리더라. 이 심장소리가 먼지 고민을 하다가 여자보다 남자가 좋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며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인정하게 된 계기를 고백했다.

"23년 전, 처음 커밍아웃"

대중 앞에서 커밍아웃을 선언한 건 2000년이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홍석천은 대학교 시절 처음 교수님과 동기들 앞에 자신의 모습을 털어놨다고. 그는 배우가 되려면 뭐든 좋으니 내 안에 있는 '무엇'을 꺼내라는 교수님의 요구에 처음엔 거짓말을 했었다.

그러자 교수님이 "거짓이 아닌 네 자신을 얘기를 해라"고 하시기에 홍석천은 "저는 사실은 남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입니다"라고 처음 고백하고 눈물을 흘렸다. '학교를 그만둬야 겠다'는 불안한 생각이 그에게 가득해질 무렵 교수님과 그의 동기들은 그를 안아주고, 다 같이 울고 있다.


"커밍아웃 이유? 간단하다. 행복하고 싶어서"

MC 이경규는 홍석천과의 일화를 전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을 같이 할 때, 석천아 내가 볼 때 넌 우리랑 조금 다른 스타일 인 것 같은데 라고 대놓고 물어봤었다. 그런데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괜히 물어봤나' 싶었다. 그래서 '숨기고 싶어하는 구나' 생각 돼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고. 이어 이경규는 "왜 꼭 커밍아웃을 했냐"고 물었다.

이에 홍석천은 "굉장히 간단하다.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인기가 많아 질 수록 계속 숨겨야 하더라. 1초라도 나 자신의 모습으로 살고 싶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게 내 나이 서른 살적의 이야기다"며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던 2000년, 나를 다 인정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바뀐 건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홍석천의 부모님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깜작 등장했다. 어머니는 "석천이가 어릴 때 예의 바르고 공중도덕도 잘 지키고 기쁨만 준 아들이었다"라고 아들자랑을 했다.

이어 아버지는 아들의 커밍아웃에 대해 "아들이 하나인데 '왜 하필 우리 애가 그렇게 됐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기대를 했던 아들이고, 결혼할 나이였는데 결혼을 못 하게 돼서 너무 괴로웠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홍석천의 아버지는 "언젠가는 평범한 사람처럼 되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있다"며 "우리 생전에 이루어지길 바라는 희망사항이다"라고 솔직한 바람을 전했고, 홍석천은 이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절벽 끝에서 피어난 꽃.

"인생은 B와 D가 있는 데 그 가운데 C가 있다. C가 초이스다. 어떤 순간에도 네가 선택하는 거에 따라 네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는 홍석천. 그는 "커밍아웃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위로를 못 받았다. '신은 나를 품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그곳에 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백 번 주저하고 힘겹게 찾아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냉담한 시선을 보내 상처를 받았다고 해 좌중을 안타깝게 했다.

이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홍석천이 왜 여기 와있지?'라는 시선이어서 '나는 여기에 오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신에게도 버림받은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지금도 힘들다고 고백했다.

대한민국 최초 커밍아웃 선언 연예인 홍석천. 누가 그가 겪었던 지난 시간들의 고통을 가늠할 수 있을까. 행복을 찾아서 외롭지만 묵묵히 견뎌온 그에게 이제는 차가운 시선과 편견만이 쏟아지는 건 아니다. 조금씩, 그는 크고 작은 변화를 만날 수 있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금만 귀 기울여 주면, 다 같이 섞여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나" 홍석천의 마지막 작은 바람이다. 

"나는 거절할 권리고 있고, 동성애자는 표현할 권리가 있다" MC 김제동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직도 동성애자를 향한 많은 편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홍석천이 전했듯 조금씩 변화는 일어나는 중이고, 그와 대화를 나눈 세 MC들은 '이해'라는 말을 홍석천에게 전했다. '힐링'이 필요했던 남자 홍석천이 가득 채운 '힐링캠프'는 따뜻했다. 이경규의 말 처럼 "역시 '힐링캠프'" 였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 SBS 방송화면]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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