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액션 시리즈 '다이하드'의 5번 째 시리즈인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가 찾아왔다. 지난 1988년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인 이 영화는 25년의 세월을 거쳐 5번의 시리즈를 완성시켰다.
25년 동안 브루스 윌리스가 분한 존 맥클레인 형사는 테러와 범죄에 맞서 싸워왔다. 다섯 번째 이야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네 번 모두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모면하고 끈질긴 근성을 발휘해 '역전 만루 홈런'을 쳐내는 그 만의 방식은 많은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다이하드 1편은 액션 영화의 '고전'으로 불리고 있다. 뉴욕의 한 고층 빌딩에 테러리스트들이 진입한다. 우연하게 이 빌딩을 방문했던 맥클레인은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수많은 시민들을 구조한다. 다이하드 1편은 테러리스트와 맥클레인이 펼치는 심리전이 탁월하게 묘사됐다. 또한 밀폐된 빌딩 안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긴장감 넘치게 진행됐다.
주인공 맥클레인 형사와 악당의 심리싸움. 여기에 탄탄한 극 전개와 탁월한 액션 장면은 다이하드 시리즈를 장수하게 만들었다. 지난 2007년 개봉된 네 번째 시리즈물인 '다이하드 4.0'까지 맥클레인 형사의 모험담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다이하드'는 아무 내용 없이 때려 부수는 액션영화와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는 위태롭게 느껴졌다. 4편까지 유지되었던 '다이하드의 오리지널리티'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아내와의 갈등 해결한 맥클레인, 이번에는 아들이 말썽?
다이하드 시리즈는 '가족과의 갈등과 결합'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다루고 있다. 1편과 2편에서는 맥클레인과 아내의 갈등이 해소되고 이번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는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뉴욕 경찰로 활동하고 있는 존 맥클레인은 동료로부터 '할배'란 소리를 듣는다. 맥클레인은 그동안 굵직한 사건을 해결하며 '뉴욕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한 물 간 '노형사'일 뿐이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아들 잭 맥클레인(제이 코트니 분)의 안부다. 존 맥클레인은 잭이 러시아 정치사건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듣는다.
'부전자전'이라고 했던지 존의 아들인 잭은 CIA요원으로 활동 중이다. 러시아 정치 문제에 뛰어든 잭은 정치범으로 몰린 코마로브(세바스티안 코치 분)와 함께 구속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수감 중인 잭을 만나기 위해 존은 비행기에 탑승한다.
코마로브와 잭이 모스크바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을 때 존이 사건에 개입한다. 이때부터 두 맥클레인 부자의 '좌충우돌 액션'이 펼쳐진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라는 주제가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잭은 어린 시절, 아버지 노릇을 하지 못하고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버지를 원망한다. 잭은 존을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존'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갈등이 풀리려면 모스크바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해야 한다. 사건은 뉴욕이 아닌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되며 테러리스트의 정체는 후반부에 극적으로 밝혀진다.
심리전의 실종, '맥클레인 식 농담'도 이제는 식상하다
다이하드가 단순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존 맥클레인'이란 독특한 영웅 때문이다. 머리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맥클레인은 조그마한 사건도 '대형사건'으로 만든다. 하지만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쳐와도 특유의 시크함과 유머감각으로 극복해낸다. '역전의 명수'인 맥클레인은 지독한 근성을 발휘해 4편까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5편에서도 이러한 맥클레인의 활약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다이하드의 오리지널리티인 맥클레인과 악당의 심리전이 실종됐다. 코마로브가 자신의 딸인 이리나(율리아 스니기르 분)를 찾아갈 때 "느낌이 안 좋아"라며 수상함을 감지한다. 이전 시리즈라면 코마로브와 이리나 그리고 맥클레인과의 사이에서 불꽃 튀기는 심리전과 반전이 일어났을 법하다.
하지만 반전은 긴장감 없이 진행되고 심리전의 여백은 과격한 액션으로 대체된다. 삐뚤어진 상류층과 테러리스트를 향해 던졌던 맥클레인의 유머도 찾아볼 수 없다. 악당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실종되고 '맥클레인 식의 유머'는 두 부자 사이에서 오고간다. 그러나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재미가 떨어진다. '가족과의 갈등'을 풀기 위한 뻔한 대화를 주고 받는다.
영화 말미에 사건을 해결한 두 부자는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다이하드 시리즈만의 재미는 자취를 감췄고 이를 대신하는 것은 '강도 높은 액션 장면'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차 체이싱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 장면은 장장 82일간 12개의 도로에서 촬영됐다. 수백 대의 차량이 동원되어 거의 두 달 반이나 걸려 촬영된 추격 장면은 메르세데스 벤츠사가 기부한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승용차와 트럭이 모두 파손됐다.
영화 초반부를 휘어잡는 이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또한 군사용 헬기를 건물에 부딪쳐 파괴되는 장면도 등장한다. 액션의 스케일은 커졌지만 스토리 구성은 전작들처럼 치밀하지 못하다. 또한 맥클레인의 시크한 유머와 악당과의 심리전도 약해졌다. 알맹이가 빠진 '대형 액션'은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다이하드 4.0'은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생길 수 있는 식상함을 극복해냈다. 이 시리즈만이 지닐 수 있는 '독창성'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1,2편 못지않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러나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는 때리고 부수는 장면만 늘어난 '알맹이 없는 강정'과 같았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1시간40분을 보내기엔 더 없이 좋은 영화다.
25년 동안 항해를 거듭해온 이번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를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사진 =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 스틸컷 (C) 20세기 폭스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