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적게는 2~3명 많게는 9명 이상이 모이는 걸 그룹에서 모두가 주목을 받을 수 없다. 무대에서 가장 중앙에 나설 수 있는 멤버는 한정되어 있다. 주로 대중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는 멤버가 정중앙에 나선다.
이른바 팀의 '에이스'로 불리는 이들은 그룹 활동 이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다. 소녀시대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멤버는 단연 윤아(23)다. 데뷔 초기부터 소녀시대의 중심 자리는 늘 윤아의 몫이었다.
귀여움과 청순함을 동시에 지닌 마스크는 물론 키도 적당히 컸고 이미지도 깨끗했다. 신곡인 'I Got a Boy'에서도 가장 많이 화면에 잡히는 멤버는 윤아다. 곡의 엔딩도 윤아가 가장 정면에 나선 상태에서 막을 내린다. '소녀시대의 중심=윤아'라는 공식은 어느새 대중들에게도 익숙해졌다.
어떤 이들은 "확실히 윤아가 중앙에서는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린다"라고 말한다. 한편 다른 이들은 "다른 멤버가 중앙을 차지하면 어떨까?"라고 반문한다. 이유야 어쨌든 윤아는 데뷔 초기부터 가장 사랑받는 소녀시대 멤버로 군림하고 있다. '팀 내 수입 1위'를 그가 차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윤아는 드라마 출연은 물론 각종 CF와 화보 촬영. 여기에 다양한 행사와 예능 프로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윤아는 재치 넘치는 예능 감각과 탁월한 입담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의자에 앉아만 있어도 위력을 발휘하는 '존재감'이 그녀를 '소녀시대의 에이스'로 만들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 라디오 스타'에는 소녀시대 멤버 9명이 모두 출연했다. 윤아는 조용했지만 그의 웃는 모습은 자주 화면에 비쳐졌다. 이와 비교해 다른 멤버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끼'를 발휘해야 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돋보인 소녀시대 멤버는 효연(24)이었다. 한 그룹에서 메인을 차지하는 멤버가 존재하면 '사이드'로 밀려나는 멤버가 있기 마련이다. 과거 핑클의 이진이 그러했고 SES의 슈, 그리고 베이비복스의 심은진 등이 그러했다.
소녀시대는 매우 특별한 걸 그룹이다. 아홉 명이나 되는 많은 멤버들이 모였지만 아무나 프론트에 세워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모두가 예뻤고 개성이 있었으며 각자가 맡아야할 포지션도 뚜렷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빛을 보지 못했던 멤버가 효연이었다. 팀 내 최고의 댄서였지만 자신이 주목받아야할 시간은 가장 짧았다.
다행히 소녀시대는 효연을 더 이상 사이드에 고착화시키지 않았다. 그동안 예능 프로에 출연할 기회가 적었던 그는 '청춘불패2'에서 숨겨진 끼를 발휘했다. 효연의 가능성은 이 프로를 통해 증명 됐다. 최근 효연은 출연하는 프로마다 재기발랄한 예능 감각을 뽐내고 있다.
아홉 명의 소녀들은 '라디오 스타'에서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소녀시대는 중요한 갈림길에 선 상태다.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그들의 자잘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진행자들의 돌직구 같은 질문도 어색하지 않게 피해갈 수 있는 노련미가 생겼다.
자칫 어색해질 상황을 유연하게 넘긴 이는 효연이었다. 유리(24)가 시구 시범을 재현하려고 하자 포수 역할을 자처하며 유리와 호흡을 맞췄다. 공을 받는 시늉을 하며 "우리 아빠가 포수였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출연자 전원이 폭소를 터트렸다.
효연은 그동안 무대 위에서 댄스 퍼포먼스를 펼칠 때에만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병풍을 면하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킨 흔적이 보였다. 또한 효연의 부각을 위해 진심으로 지원해주는 멤버들의 배려도 인상적이었다.
상대적으로 가려진 멤버를 살리는 일도 걸 그룹의 '생존전략'이 됐다. 소녀들이 모이면 분위기가 화사해지지만 그 뒤편으로는 질투와 시기 그리고 오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이러한 소녀들의 관계를 적절이 조율하는 기획사와 매니저들의 수완은 매우 중요하다. 소녀시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9명이 '큰 사고'를 치지 않고 달려왔다는 점이다.
[사진 = 효연, 소녀시대 (C) MBC 방송화면 캡쳐,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