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스포츠부 김형민 기자] 신입사원 A가 있다. A는 대기업에서 광고 분야를 맡기 위해 이 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막상 사무실에 앉으니 상황이 달라졌다. 회사에선 회계까지 담당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A는 난감하기만 하다.
카가와 신지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포지션 딜레마에 빠졌다. 중앙뿐만 아니라 측면에서의 활약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 지난 리버풀전에서의 활약은 그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만든 분위기다.
카가와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벌어진 리버풀과의 레즈더비에 선발 출격했다. 이날 왼쪽 측면 미드필더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팀 사정 탓도 있었다. 경기력이 저조한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비롯해 루이스 나니 등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카가와를 왼쪽에 배치하는, 일종의 차선책을 썼다.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주변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연계플레이로 리버풀의 압박을 자주 탈피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카가와에 대해 "공을 잘 소유했다"는 평과 함께 평점 7점을 부여했다.
그래도 여전히 문제는 보였다. 측면에 대한 약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카가와는 측면에 민감하다. 중앙에 섰을 때보다 측면에서 활약할 때 활약이 저조하다. 이전부터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이다. 왜소한 체격과 플레이스타일이 이유로 부각됐다. 강한 몸싸움과 스피드 있는 돌파보단 아기자기한 플레이에 능한 카가와는 중앙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날도 역시 그랬다. 측면과 중앙을 오갔던 카가와는 중앙에 이동했을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측면에선 갖은 어려움을 겪었다. 공수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상대의 적극적인 몸싸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후반 5분엔 조 알렌과의 볼경합에서 패하면서 공격권을 내주기도 했다.
중앙에선 몇차례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 카가와는 76분을 소화한 뒤 그라운들 빠져나갔다. 이날 경기를 본 팬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윙어' 카가와에 대해 '임펙트가 없었다'는 데 한 표를 던졌다.
지역매체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이번 리버풀전에 나선 선수들에 대해 팬들로 하여금 의견과 함께 평점 관련 항목에 체크하도록 했다. 여기에서 카가와 신지는 '성실했다'는 항목에선 73%의 지지를 얻은 반면 '영향력이 있었는가'에 대해선 63%의 지지를 받았다. 전체적인 활약에 대해선 68%. 이날 뛴 대부분의 맨유 선수들이 70%를 넘긴 것을 감안하면 혹평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카가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처음엔 중앙 포지션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본인 역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편하다"는 말로 중앙 배치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올해 난생처음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볐다. 난관에 봉착했다. 하나의 포지션만을 고집할 수 없었다. 변화무쌍한 맨유의 전술 구상 속에 카가와는 측면에 배치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자연스레 과제가 생겼다. 측면에 대한 적응도를 높여야 했다.
카가와는 지난 12월 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전을 통해 부상에서 복귀했다. 여전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변화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주전입지 확보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예로부터 윙어들의 활약을 중시하는 맨유의 전술상, 측면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면 팀 적응에 쉽지 않을 수 있다. 도르트문트에서부터 중앙에서 특출났던 카가와로선 어려운 숙제다. 측면에 대해 유연함을 가지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카가와 신지 (C) Gettyimages/멀티비츠]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