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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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눈물' 쇼크, 피해자-가해자 모두 울었다

기사입력 2013.01.14 15:55 / 기사수정 2013.01.14 16:3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질풍노도.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큰 물결'이라는 뜻이다. 인격 형성 시기인 청소년기는 누구나 거치는 터널과도 같다. 정립되지 않은 자아. 끝없이 혼란스러운 세계관. 믿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혼돈. 이런 형상은 중고등학생 시기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반드시 거치게 되는 것들이다. 그래서 기성세대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 시기를 건너는 청소년들은 심리적, 정신적으로 몹시 힘겹게 된다. 또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학교 폭력이 몇 년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자리잡았다.

이런 점에서 지난 13일 방송된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 1부 - 일진과 빵셔틀 편'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또한 학교폭력의 실태와 가해자, 피해자의 상황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그동안 단신 뉴스로만 봤던 학교 폭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성인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보다 한층 잔혹했다. 또한 잔인하기 그지없는 행위를 한 가해자 중 모범생이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학교 폭력 문제는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으로 나눠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프로그램은 보여주었다. '학교의 눈물' 1편은 학교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패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학교는 거친 밀림과도 같다. 순진해야 할 아이들이 폭력과 권력, 잔혹함 속에서 상처받고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학교를 사각의 링으로 탈바꿈시켰나

'학교의 눈물 1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공한 다큐멘터리다. 첫째는 중․고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의 실태를 여과 없이 다뤘다. 보는 이들의 머리를 강타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면서도  '희망'의 실타래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둘째는 피해자에만 중심을 두지 않고 가해자에게도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그동안 학교 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피해 학생에 대한 동정심을 유도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제시하는데는 미흡했다. 하지만 '학교의 눈물 1부'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 근본적인 해결을 향해 한걸음 전진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인 다큐멘터리였다.



친한 친구를 밀폐된 공간에 감금하고 처절하게 구타한 가해자는 어떤 사람일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벗어났다. 그토록 잔인한 ‘어린 폭력자’는 그 역시 왕따와 폭력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미숙한 어린 학생들은 폭력으로 '우월함'을 느낀다. 과거 타인에게 상처를 받은 학생일수록 '복수' 에 대한 집념에 사로잡혀 더 폭력적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자신이 당한 상처를 지기보다 약한 상대를 골라 해소했고 그 방법은 극단적이었다. 판사 앞에 선 그 가해 학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프로에 출연해 학교 폭력에 판결을 내린 천종호(창원지방법원부장) 판사는 "학교 폭력의 1차적인 책임은 아이들에 있지 않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그 해결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유순하고 약한 상대를 눌러버리고 싶은 충동감. 정의가 실종된 폭력이 우월하다고 믿는 사회 분위기. 이러한 현실을 아이들은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진에 찍힌 자신의 얼굴을 한 번 보라고.


바쁘게 살아가면서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본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모습은 일정한 공간에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에 여러모로 부족하다. 이 프로는 여러 각도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촬영했다. 그리고 여러 각도에서 찍힌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있다.

거친 소용돌이 속에 방향을 찾지 못했던 이들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그리고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여정에 들어갔다. 자신을 사랑해야 비로소 타인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는 진리를 찾기 위해 떠난다.

깊은 상처를 지닌 피해자와 가해 학생들은 '소나기 학교'라는 곳에 함께 모여 재활을 위한 학습에 들어간다. 자신을 용서하고 타인과 교류하는 방법을 배워서 다시 사회가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쉽게 찾아오는 치유는 없다. 몸속에 깊이 썩은 상처를 치유하려면 고통이 수반되는 수술을 거쳐야 한다. 학교 폭력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실천한다는 점에서 이 3부작 다큐멘터리는 펄펄 살아 있는 프로그램의 진수를 보여준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봤던 아이들의 표정이 소나기 학교를 떠날 때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학교의 눈물 2부 - 소나기 학교'는 20일 방영된다.



[사진 = 학교의 눈물 (C) SBS 방송 화면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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