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캐릭터는 밝고 씩씩하며 모든 고난을 헤쳐 나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메이퀸'에서만큼은 다르다. 어둡고 냉철한 박창희 역을 맡은 재희(33)는 '메이퀸'의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재희는 최근 종영된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에서 냉정하고 이지적이지만 가슴 한 편에는 깊은 고뇌와 슬픔을 간직한 박창희를 자기만의 색깔로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악역이지만 인물의 내면을 복합적으로 표현해 '이유 있는 악역'을 선보였고, 자연히 보는 사람들의 공감과 연민을 이끌어냈다.
"뻔한 악역은 하기 싫었어요. 창희는 완전한 악역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못되진 않았죠. 천성은 착한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복수를 해야만 했던 캐릭터에요. 어떻게 하면 슬퍼 보일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연기하는 것도 재밌어졌고요."
재희의 이러한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다. '메이퀸'은 연이은 막장논란에도 시청률 20%를 훌쩍 넘기며 승승장구했다. 재희 역시 이번 드라마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것은 물론, 연기의 폭을 한 층 넓힐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상에 별로 관심이 없다"던 그는 30일 열린 '2012 MBC 연기대상'에서는 연속극 부문 우수연기상을 차지하며 겹경사를 누렸다.
"좋은 선배님들과 연기한 덕분이에요. 미니시리즈는 배우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이 적어서 아쉬운데 '메이퀸'은 개인적으로 얘기할 시간이 많아서 좋았어요. 한지혜씨와 김재원씨 덕분에 분위기도 좋았고요. 촬영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덕분에 많이 웃을 수 있었어요. 극중 아버지 박기출 선배님도 편하게 대해주셨답니다."(웃음)
'메이퀸'에서 재희는 어린시절부터 장도현(이덕화 분)을 향한 원한을 숨긴 채 살다가 후에 복수를 감행하는 철두철미한 성격의 남자였다. 하지만 인터뷰 차 만난 그는 180도 달랐다. "할 말이 있으면 앞에서 한다. 소심하게 뒤에서 복수하지 않는다"며 웃는 그는 창희와 달리 인간적인 면모가 가득한, 소탈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자극적 내용으로 막장 논란을 빚었던 것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보는 사람의 관점이 모두 다른걸요. 자기가 기분 나쁘면 그렇게 보는 거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너그럽게 쓰는 것 같아요. 내키는 대로 악플을 달고 거기에 아무런 책임은 지지 않죠. 신경 안 써요. 이훈 형이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람들과 회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 초등학생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초등학생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친구들의 글에 좌지우지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0월, 아내와 돌 지난 아들의 존재가 밝혀져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그는 "배우가 왜 공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인의 여자친구나 배우자에 대해 비꼬아서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상처 받는다. 그만큼 조심스러웠다"며 담담하게, 또 솔직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원래 '메이퀸'이 끝나면 발표하려고 했어요. 저는 연예인이지만 배우자는 일반인인데 사생활이 노출되면 굉장히 불편해요. 굳이 그런 불편한 삶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았어요. 일부러 숨긴 것도 아니고 떳떳하게 결혼식도 하고 혼인신고도 했는데 마치 숨긴 것처럼 보도돼서 마음이 아팠죠. 정말 숨긴 채 살았으면 나쁜 사람이었겠죠. 이전까진 아무도 제가 결혼했다는 것에 신경도 안 썼는데 '메이퀸' 때문에 잘 알려져서 그런지 갑자기 관심이 쏟아졌어요."
자신을 10점 만점에 9점짜리 남편이라고 말하는 재희는 보통의 남편이자 아들바보이기도 하다. "살림도 잘하고 요리도 잘해요. 김장도 담그는걸요. 결혼하니까 정말 좋아요. 가끔 결혼을 늦게 하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마음이 아프죠. 확신이 있으면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전 결혼해서 굉장히 행복해요."
재희는 17세였던 1996년 MBC 드라마 '산'으로 데뷔해 2004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 2005년 KBS 2TV '쾌걸춘향', 2007년 SBS '마녀유희' 등에 출연하면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다져왔다. 특히 이번 '메이퀸'은 그의 연기 생활에 전환점을 가져다줬다. 또 '책임감'이라는 큰 자산도 얻을 수 있었단다.
"데뷔했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는데 이제는 연기할 때마다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예전에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른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경도 많이 쓰게 됐죠. 오랜만에 캐릭터 연구도 많이 했어요. 연기하는 또 하나의 재미를 찾게 된거죠."
재희는 인생의 반 정도를 연기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연기에 대한 목마름으로 가득 차 있는 배우였다. 연기에 대한 그러한 열정으로 재희는 조금씩 진정한 배우가 돼가고 있는 중이다.
"군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쉬지 않고 달려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메이퀸' 하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어요. 앞으로 공부를 하고 싶고 열의를 느끼게 해줄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내 자신도 함께 발전해 나가도록 노력할거에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재희 ⓒ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