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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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상처와 치유 그리고 '누나'

기사입력 2013.01.03 10:12 / 기사수정 2013.01.03 10:42

이준학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준학 기자] 윤희(성유리 분)는 비만 오면 출근을 하지 못해 매번 일자리를 잃고 만다. 그녀에게 비는 상처이자 악몽이다. 어린 시절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빠진 자신을 구하다 죽은 동생 때문에 장마 기간에는 외출을 하지 못하는 그녀의 사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날 윤희는 동생의 유일한 사진을 간직해두었던 지갑을 동네 불량학생 진호(이주승 분)에게 빼앗기고 두 사람은 윤희가 급식 도우미로 일하게 된 학교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친다.

윤희는 답답하리만큼 자신에게 시련을 주고 있다. 술만 먹으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버지의 구타 앞에서도 자신에게는 고통도 사치인 것처럼 아무런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윤희의 모습을 본 진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윤희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누나'는 2012년 전국에 열풍을 몰고온 '힐링'에 대한 이야기다. 각박한 세상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치유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애절하다. '누나'의 두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해주며 자신의 그것 역시 치유하고자 한다. 영화는 누구에게나 있는 상처를 또 다른 상처를 가진 사람의 이해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동생을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누나' 앞에 죽은 동생을 똑 닮은 한 아이가 나타났다. 누나는 자신을 지켜준 동생을 닮은 아이를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원식 감독은 남매가 빠졌는데 구하려다가 둘다 죽은 이야기를 기사로 접한 후 '만약 누나가 죽지 않고 살았다면 동생의 일에 아파하고 상처투성이로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영화를 시작했다.

성유리는 이번 영화를 통해 절제된 감정연기를 펼쳐냈다. 1998년 걸그룹 핑클로 데뷔한 그녀는 2002년 드라마 '나쁜 여자들'을 시작으로 '천년지애', '눈의 여왕', '쾌도 홍길동', '신들의 만찬' 등의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 '차형사'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많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성장통처럼 그녀 역시 과거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바 있다. 그러한 우려는 이제 완벽하게 잊어도 될 듯하다. 멍투성이와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배우 성유리를 보여준다.

진호 역의 이주승의 활약도 돋보인다. 불량스러운 말투와 행동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반항아 이미지의 10대 역할을 매끄럽게 표현한 그의 눈빛은 '나도 상처받아 아프다'고 진호를 설명한다. 

2011년 제9회 기독교 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지만 종교적 색채는 크게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영화를 통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던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15세 이상 관람가, 3일 개봉.

이준학 기자 junhak@xportsnews.com 


이준학 기자 junha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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