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김호철호' 러시앤캐시가 출범한 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짧았던 만큼 아직 뚜렷한 색깔을 찾기는 힘들었다.
러시앤캐시는 지난 7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2-13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0-3(18-25, 19-25, 20-25)으로 패했다. 올 시즌 2연패로 좋지 않은 출발이다.
예상했던 흐름이다. 러시앤캐시는 한동안 큰 홍역을 치렀다. 인수 기업을 찾지 못하면서 공중 분해될 위기에 몰렸었고 러시앤캐시의 지원으로 숨통이 트이자 이번에는 박희상 감독 체제를 벗어나며 또 다시 시끄러운 상황에 빠졌었다. 김호철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약 2개월가량 제대로 된 훈련조차 못했기에 어찌 보면 지금의 연패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리그 개막을 며칠 앞두고 만났던 신영석은 "2달간 거의 운동을 못했다. 배구에만 집중해야 할 시간에 다른 걸로 싸워야 하는 시간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그럴수록 간절했던 것은 새 감독이었다. 그는 "새로운 감독님이 빨리 오시길 바랐다. 새 감독님 스타일로 빨리 바꿔서 시즌을 준비했으면 마음만 앞섰다. 우리를 더 닦달해줄 감독님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바람대로 러시앤캐시에 '호통' 김호철 감독이 부임했고 선수들은 몸은 피로했지만 마음만큼은 편안해졌다. 지난 2004년 현대캐피탈을 지휘하며 삼성화재의 독주를 저지하고 2차례 정상에 올린 동시에 2006년에는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배구 금메달을 안긴 지도자가 김호철 감독이기에 '해보자'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선수들에게 김호철 감독은 '믿음'이다. 최홍석은 "감독님이 늦게 오신 부분은 걱정이 되지만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하나씩 만들어 가자는 말씀이 너무 힘이 됐다. 조급함이 아직 있지만 믿고 따라갈 생각이다"고 신뢰했다. 신영석은 "좋은 감독님이 오셨으니 우승의 문턱을 밟아보고 싶다"며 한 술 더 떴다.
신영석의 경우 대표팀에서 김호철 감독의 지도를 받았었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 김호철 감독은 신영석을 두고 "국제적인 스타로 키우려고 마음먹었던 선수였다. 신영석의 속공은 세터가 볼만 제대로 올려주면 세계도 막지 못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신영석도 "대표팀에서 뵀을 때는 내가 막내였고 스타일도 알지 못했다. 많이 혼나고 무서워서 코트에서도 벌벌 떨었던 기억뿐이다"고 말하며 "지금은 2년이 지났고 견딜 자신이 있다"고 웃어보였다.
장밋빛 미래를 내다보는 만큼 이겨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특히 될 듯 될 듯하다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는 뒷심 부족은 어느새 러시앤캐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를 이겨내는 것이 우선이다.
최홍석은 "'좀만 하면 될 것 같은데' 하는 분위기가 생기다가 꼭 안되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신영석도 "매번 이러다 보니 우리를 보고 가능성만 있다는 소리만 하는데 이제는 그 꼬리표를 떼고 싶다"며 "가능성만 있다는 말보다 팀의 색깔에 대해 특색 있는 말을 듣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조건은 단연 승리이자 좋은 성적이다. 비록 시즌 출발이 2연패로 좋지 않지만 두 선수는 지금의 성적보다 시즌 말미를 내다봤다. 특히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 러시앤캐시가 이상하리만큼 외국인 선수로 재미를 못 봐왔기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두 선수는 "다미가 일찍 합류해 호흡이 좋다. 적응만 하면 일을 낼 수 있는 선수다. 우리 팀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고다"고 입을 모았다.
팀 성적이 좋으면 개인 성적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는 두 선수의 올 시즌 개인 목표는 뭘까. 신영석은 최고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항상 최고를 바라보고 최고를 향해 달리고 있다. 작년에 블로킹 1위를 했는데 올해는 블로킹은 물론 속공까지 1위를 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고 최홍석은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안 다쳤으면 좋겠다"며 소박하지만 장대한 각오를 전했다.
[사진 = 러시앤캐시, 김호철, 신영석, 최홍석 (C) 엑스포츠뉴스DB]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