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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봉중근 애끓는 사부곡 '아버지의 이름으로'

기사입력 2012.11.07 00:08 / 기사수정 2012.11.07 02:12

홍성욱 기자



[엑스포츠뉴스=홍성욱 편집위원] 2001년 가을날. 무심코 잡은 택시에 앉자마자 데쉬보드 위에 붙어있는 야구선수의 사진이 눈에 쏙 들어왔다. 당시 미국 프로야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소속된 봉중근의 사진이었다.

기자가 사진 속 주인공을 단박에 알아보자, “아이고 우리 중근이를 아시네요. 야구 정말 좋아하시나 봅니다”라며 핸들을 움켜쥔 노신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몇 마디가 오가고 서로의 신분이 탄로(?)난 뒤 봉중근의 아버지와 야구담당 기자의 대화는 빨라졌다. 목적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하겠다고 어찌나 졸라대던지 막을 재간이 없었다는 아련한 추억과 1997년 고등학교 2학년이던 봉중근을 데리고 애틀랜타행 비행기에 오를 때의 설레던 마음을 생생하게 전해 듣던 사이에 택시는 목적지인 정동에 도착했다.

요금을 내기 위해 지갑을 여는 기자의 손을 꽉 잡으며, “아닙니다 아닙니다. 우리 중근이 앞으로 잘 써주세요.” 양쪽 눈을 꿈뻑거리며 인사를 건네는 아버지의 택시를 기자는 멍하니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 푸근한 노신사 봉동식씨가 5일 오전 지병인 간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1세. 2003년 발병한 대장암은 완치되나 싶었지만 간으로 전이되면서 투병생활이 이어졌다.

지난 9월 21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봉동식씨는 늘 아들이 섰던 바로 그 마운드 위에 올라 아들을 향해 힘차게 공을 뿌렸다. 아버지의 쾌유를 비는 아들이 만든 이벤트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늘 서있던 그 자리에 오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제 그 대답은 봉중근만이 할 수 있다. 슬픔을 딛고 아버지를 가슴속에 묻은 채, 다시 힘차게 마운드로 향하는 봉중근을 기다린다.

[사진 = 봉중근 ⓒ 엑스포츠뉴스DB]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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