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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결산] '6년 연속 KS행' SK, 이만수 감독의 '가을 편지' 통했나

기사입력 2012.10.23 04:26 / 기사수정 2012.10.23 07:32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문학, 강산 기자] 1승 2패로 몰린 상황, 부담감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SK 와이번스의 뒷심은 무서웠다. 4, 5차전을 내리 따내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팀의 승리와 함께 SK 이만수 감독의 '가을 편지'도 계속된다. 

SK는 22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3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SK는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기록하며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벼랑 끝에 몰렸던 SK의 2연승, 이 감독의 '가을 편지'가 통한 것이 아닐까.

이 감독은 지난 20일 4차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내 읽었다. "경기를 잘 하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긴장돼 잘 되지 않고, 노력하는 자보다는 좋아하는 자가 낫고, 좋아하는 자보다는 즐기는 자가 이긴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이것만 꼭 명심해라. 기본, 집중, 팀, 네버 에버 기브 업(Never ever give up, 절대 포기란 없다)."

편지 릴레이는 5차전서도 이어졌다. 이 감독은 5차전 승리 후 "오늘 승리는 정말 우리 선수들의 몫이다"고 운을 뗀 뒤 "정말 선수들에게 고맙고, 두 번째로는 코치진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경기 들어가기 전에 편지를 하나 했다. 이광근 수석코치에게는 야수, 성준 투수코치에게는 투수들에게 읽어 주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두 번째 편지를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

"오늘 경기 져도 괜찮아. 이기고 지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잖아. 잘 안 맞는다고 스트레스받으면 너희들만 손해야. 이왕 경기 하는 거 기분 좋게 망치자."

이 감독이 전달한 메시지다. "선수들이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망치자고 얘기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 4차전과 5차전을 앞두고 전달한 그의 메시지가 자극제가 됐는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4차전 선발로 나선 외국인 선수 마리오 산티아고는 "부산 팬들의 함성을 즐겼다"고 한다. "즐기는 자가 이긴다"는 이 감독의 메시지를 실행에 옮긴 것이 아닐까.

5차전을 앞두고 "망치자"고 했지만 실제로 경기를 망칠 선수는 없다. 이날 선수들은 '네버 에버 기브 업'이라는 이 감독의 메시지를 실행에 옮겼다. 2회초 '에이스' 김광현이 3실점하며 무너질 때만 해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SK 선수들에게 포기란 없었다. 2회말 곧바로 2점을 따라간 SK는 4회와 5회 상대 실책 2개와 박재상의 결승 3루타를 앞세워 5-3,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흐름을 넘겨주지 않았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플레이오프 MVP' 정근우는 이날 승리투수 채병용이 마운드에 올라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고 했다. "내가 점수 안 줄테니까 점수 빨리 내라"고 했다는 것. 0-3으로 뒤진 상황, 1, 3루 위기에서 부랴부랴 마운드에 오른 투수의 한 마디였다. 채병용은 이날 4이닝을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를 망친 것이 아니라 기분 좋게 살렸다.

벼랑 끝에서 탈출했으니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냈을 터. 이 감독은 "선수들이 한국시리즈서 오늘처럼 해준다면 정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며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제 SK는 25일부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 돌입한다. SK가 1승 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던 지난해의 아픔을 설욕할 수 있을지, 또 승리할 때마다 이 감독이 '가을 편지'를 읽어줄지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조인성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이만수 감독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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