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멀티 히트도, 결승타도 아니었다. 단순한 동점타 하나에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정신적 지주' 조성환이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17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SK 와이번스전서 연장 접전 끝에 5-4, 1점 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1승 1패,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 롯데의 승리에는 조성환의 결정적인 동점타도 한몫했다.
조성환은 이날 선발 명단서 제외됐다. 8일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부터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5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선발 출전한 5경기 성적은 12타수 2안타에 불과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2안타를 터뜨렸지만 팀은 패했다. 이날을 계기로 살아날 법도 했지만 방망이는 또다시 침묵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18일 플레이오프 2차전서 조성환을 선발 명단에서 뺐다. 그의 자리에는 박준서가 들어갔다. 하지만 양 감독은 여전히 조성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팀이 3-4로 뒤진 7회초, 1사 2루 기회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전 타석에서 2루타를 터뜨린 박준서 대신 조성환을 대타로 기용한 것이다. 어찌 보면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조성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상대 '필승 좌완' 박희수의 공을 받아쳐 동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1루를 밟은 그는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포스트시즌 내내 안 좋아서인지 고참으로서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래서 대타로 냈다"는 것이 양 감독의 설명이다. 조성환의 동점타로 롯데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갈 수 있었고 역전승으로 경기를 매조졌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조성환은 "'박희수가 나오면 내가 들어가야한다'고 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결과가 좋아 천만다행이다"고 운을 뗐다.
조성환은 양 감독의 "부담갖지 말고 편안하게 스윙하라"는 주문에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이런 조언이 선수입장에서는 분명히 도움된다. 내가 이 자리(인터뷰)에 올 줄 몰랐다. 감독님,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 죄송했다. 위축됐던 것도 사실이다. 경험이 많은 편인데도 부진이 계속되니 위축됐었는데 '부담 없이 편하게 하라'는 말 한 마디가 용기를 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최근 발목이 좋지 않아 경기 출전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조성환은 "트레이너와 붙어 다니면서 치료하고 있다"며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후회 없이 마무리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롯데의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조성환에게 이날의 동점타는 팀을 하나로 묶었다.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SK의 1차전서 승리에는 베테랑인 이호준-박진만-박정권의 활약이 컸다. 단기전서 베테랑 선수의 활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롯데에서는 프로 14년차인 조성환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플레이오프 2차전을 계기로 그가 살아난다면 롯데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동점타 1개로 '부활'을 논하기에는 다소 이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존재 자체도 롯데에게는 큰 힘이다. "오늘 활약이 일회성으로 그치면 안 되기에 아직도 조심스럽다. 우리 선수들 힘 낼 수 있도록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담아 달라.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는 조성환, 그가 왜 팀의 '정신적 지주'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진=조성환 ⓒ 문학,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