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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 女배구인들 "국위 선양한 김연경, 길 열리길 원해"

기사입력 2012.10.05 08:06 / 기사수정 2012.10.17 01:4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기어코 데드라인까지 오고야말았다. 4개월 동안 이어진 '김연경 사태'는 국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의 권고로 재협상의 마지막 기회를 얻었지만 김연경(24)과 흥국생명의 줄다리기는 멈추지 않았다.

FIVB는 재협상 기간 마감일을 4일로 정했다. 이날 흥국생명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연경이 ITC(국제이적동의서) 없이 해외에서 뛸 경우 FIVB 규정에 따라 1년간 국제경기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밝혔다.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김연경이 국가대표 활동에 문제가 발생해도 구단과는 무관 하는 뜻도 전했다.

이로써 최종 주사위는 FIVB쪽으로 넘어갔다. FIVB의 유권해석이 지긋지긋하게 이어진 '김연경 사태'의 최종 실마리를 풀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끝내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국제기구의 판결에 맡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본 여자배구인들은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민감한 사항이기에 배구인들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한 선수의 미래는 물론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의견을 전달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주역인 조혜정(59) 전 GS칼텍스 감독은 "애초부터 서로 양해를 구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나갔으면 했는데 여러모로 안타깝다. 구단이 국내 룰을 들며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원칙만 내세우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수의 길을 열어주면 배구인들은 구단에 정말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6시즌을 소화해야만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로컬룰은 선수들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조혜정 전 감독은 "여자 선수가 6시즌 이상을 소화하고 FA 자격을 얻으면 선수에 따라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다. 국내 배구판은 아직 영글지 않았고 김연경은 너무 커버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일을 끝내지 못하고 국제기구의 선택까지 가게 된 점도 지적했다. 박미희 KBSN배구해설위원은 "좋은 선수가 배출되면 여기에 따른 행정적인 뒷받침도 따라야 한다. 이런 일이 나올 경우에 대비한 구체적인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누가 생각해도 FIVB의 유권해석까지 나온 점은 애석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선수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구단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김)연경이가 나가면 다른 선수들도 FA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로컬룰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배구의 룰은 다른 종목과 비교해 여러모로 선수들이 불리하다. 배구는 6시즌을 소화해야만 가능하다. 남자 선수의 경우 대학과 군대 기간까지 합치면 20대 후반이 된다. 태국이 지금처럼 성장한 이유는 어린 선수들에게 일찌감치 국제리그 경험을 지원해주었기 때문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이 선수는 "국내에서만 있을 때는 국내 룰을 당연히 여기고 따랐다. 하지만 해외리그의 룰을 봤을 때 국내 선수들의 권리가 부족한 점을 느꼈다. 이번 일을 통해 선수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김)연경이는 배구를 통해 국위선양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중 하나는 '임대 기간'에 대한 기준이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3시즌을 소화했고 나머지 3시즌은 해외리그에서 뛰었다. 일본에서 2시즌 터키에서 1시즌을 소화한 김연경은 임대선수 자격으로 활동했다. 당연히 소속 구단은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은 국내리그에서 6시즌을 무조건 소화해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연경의 에이전트는 임대기간인 3시즌도 FA 규정 시즌에 포함돼 김연경이 자유계약선수라고 맞서고 있다. 여자배구인들은 이러한 문제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 김연경 ⓒ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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