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선발로 변신해 맹활약 중인 한화 이글스 외국인투수 데니 바티스타의 전담 포수는 '신고선수 출신' 이준수다. 이준수는 바티스타가 선발 등판한 9경기 중 6경기에서 호흡을 맞췄다. 바티스타가 이닝을 마치고 들어가면서 이준수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바티스타는 선발 전환 이후 이준수와 배터리를 이룬 6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31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도 1할 8푼 9리로 낮다. 팀 성적은 5승 1패로 더욱 좋다. 이준수가 1군 엔트리서 제외된 7월 30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3차례 등판을 제외하면 둘은 함께 선발로 나섰다. 선발 전환 이전에도 종종 배터리를 이뤘지만 최근 둘의 궁합은 어느 때보다 좋아 보인다.
그렇다면 바티스타가 이준수와 유독 궁합이 잘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준수는 "변화구 사인을 낸 뒤에는 무조건 원바운드 볼을 생각하고 블로킹을 준비한다"고 했다. 바티스타의 낙차 큰 커브를 완벽하게 막아내기가 쉽지만은 않기에 끊임없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완벽한 유인구를 던져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내도 포수가 막아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서도 바티스타는 이준수와 배터리를 이뤘다. 결과는 7이닝 2실점 패전. 하지만 바티스타는 올 시즌 9차례 선발 등판에서 처음으로 사사구를 1개도 내주지 않았다. 이준수도 7회까지 바티스타를 효과적으로 리드했다. 이날 바티스타의 투구수 98개 가운데커브가 37개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스트라이크는 무려 30개. 탈삼진 5개 중 4개의 결정구가 커브였다. 낙차 큰 커브를 효과적으로 받아낸 이준수의 공도 컸다.
올 시즌 바티스타의 폭투는 9개. 지난달 29일 대전 넥센전서는 무려 3개의 폭투를 저지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이준수는 4회초 수비 도중 바티스타의 원바운드 볼에 왼쪽 귀를 맞아 30바늘을 꿰매야 했다. 이후에도 둘은 계속해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오히려 더 안정적이다. 최근 4경기서 바티스타의 폭투는 단 1개에 불과하다.
올 시즌 이준수의 타격 성적은 31경기 출장 타율 1할 1푼 1리(36타수 4안타) 2타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바티스타와 호흡을 맞출 동안에는 최고의 투구를 펼치게끔 도와주고 있다. 지난 7월 27일 바티스타의 선발 데뷔전서 5⅔이닝 1실점 호투를 이끈 포수도 이준수다. 당시 바티스타가 일찍 무너졌다면 선발로서 계속해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준수는 신일고 재학 중인 2006년 김광현(SK), 양현종(KIA) 등과 함께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2008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하는 설움을 겪었다. 신고선수로 KIA에 입단했지만 2년 만에 방출 통보를 받았고,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군 제대 후 다시 프로의 문을 두드렸고 한화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이준수는 지난 5월 16일 두산전 8회초 데뷔 첫 타석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눈에 띄는 활약은 없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어느새 팀의 주축 외국인투수를 이끄는 전담 포수로 거듭났다. 이준수의 '야구 인생 2막'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사진=이준수, 데니 바티스타 ⓒ 한화 이글스 구단,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