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거포'들이 거쳐 간 팀이 있다. 출중한 해결사가 있었지만 늘 성적은 좋지 못했고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11~2012 시즌에는 상무신협을 제외한 프로구단 6개 팀들 중 최하위에 그쳤다.
대학배구에서 오랫동안 젊은 선수들을 이끈 이경석(52)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주전 세터 황동일(대한항공)의 토스가 불안했고 팀 플레이도 뜻대로 풀리지 못했다. 1승5패로 불안하게 출발한 LIG손보는 '팀의 기둥'인 이경수(33)가 오른쪽 빗장뼈 근육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팀의 기둥은 전력에서 이탈했고 재계약한 외국인 선수 밀란 페피치(보스니아)도 퇴출되고 말았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LIG손보는 ‘아픔의 시간’을 보약으로 섭취했다. 그리고 한층 안정된 전력으로 지난달에 열린 '2012 수원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프로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LIG손보는 한층 안정된 전력을 구축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캐피탈에서 데려온 주상용(30)과 이효동(23)의 역할이 큰 몫을 했다. 또한 프로 2년차인 리베로 부용찬(22)의 성장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구단 역사와 선수 계보
1976년 6월24일 금성통신배구단이 창단되면서 새로운 배구 실업팀이 탄생했다. 남자실업배구계에 민영팀 시대를 열어젖히는 순간이었다. 8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대회를 휩쓸며 명문구단으로 자리 잡았고 82년도에는 금성통신에서 금성사로 팀 명칭을 바꾸게 됐다.
그리고 1992년에는 그룹계열 회사인 럭키화재 해상보험주식회사로 이관됐고 팀 명칭도 럭키금성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3년 뒤에는 새로운 팀명인 LG화재로 불리게 된다. 2005년 프로배구리그가 출범하면서 지금의 팀명인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가 됐다.
LIG손보는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다. 그 중에서도 기라성 같은 공격수들의 계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금성통신 시절의 강만수, 강두태를 시작으로 이상렬(금성사), 강호인, 서남원 그리고 럭키화재의 김성채, 구준회 구본왕 등이 명맥을 이어갔다.
그리고 2002년에는 대학 최고의 '거포' 이경수가 입단했고 현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인 김요한(27)까지 이어지고 있다.
팀 전력과 올 시즌 전망
프로 출범 이후 경북 구미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LIG손보는 지역 팬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늘 팀 성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LIG손보의 단점은 선수층이 얇다는 점이다. 이경석 감독은 "우리 팀은 주전 선수들과 벤치멤버들의 실력차가 크다. 선수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고 장기레이스에서 필요한 조성철은 현재 재활 중에 있다. 컵 대회 같은 단기전에서는 좋은 성과를 올렸지만 장기레이스를 치르기엔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감독은 "될 수 있으면 부상 없이 팀을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었다. 주전 선수들을 받쳐줄 후보 선수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최고의 '날개 공격진'을 갖춘 점이 최고의 장점이다.
LIG손보의 대들보는 단연 이경수다. 이 감독은 "우리팀의 보배는 김요한이나 외국인 선수가 아닌 이경수다. 개인적으로 이 팀에 오기 전 이경수를 굉장히 좋아했고 국내 최고의 레프트로 생각했다. 나는 37세까지 선수로 활약했기 때문에 노장인 이경수에게 나이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경수는 공격은 물론 서브리시브와 수비 등 중요한 역할을 많이 담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고 강조했다.
한 때 한국배구를 대표하는 거포였던 이경수는 팀의 살림꾼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IG손보의 '주포'인 김요한은 라이트 공격수로 나선다. 이 감독은 “김요한은 레프트에 있는 것보다 라이트 포지션이 더욱 잘 맞는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인 까메오는 이경수와 함께 레프프로 기용될 것이다. 또 하나의 전력인 주상용은 상황에 따라 레프트와 라이트를 오고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수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컨디션과 체력이 많이 좋아진 상태다. 이경수가 리그 끝까지 버텨주고 김요한과 까메오가 제 역할을 다한다면 최고의 ‘삼각편대’를 완성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공격수만으로는 부족하다. 삼각 편대에 '터보 엔진'을 장착하려면 주전 세터 이효동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감독은 "이효동이 잘해줘야 우리 팀의 장점인 삼각편대를 살릴 수 있다. (이)효동이는 그동안 큰 대회를 뛰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담력이 약하다. 주로 후보만 뛰었던 선수였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이 있다. 하지만 세터로서 점프력이 좋고 블로킹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효동이에게 자신감을 넣어주고 플레이의 중요성을 인지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LIG손보는 좋은 공격수를 갖췄지만 리시브 불안과 세터의 토스 난조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리시브 안정과 세터의 분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LIG손보는 '비운의 팀'이란 이미지를 탈피해 올 시즌 우승을 노리고 있다. 팀의 기둥인 이경수가 큰 탈 없이 시즌 끝까지 가는 점과 주전 선수들의 부상 방지 그리고 세터와 리베로의 분전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 LIG손해보험, 이경석 감독, 이효동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