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가 외국인투수 데니 바티스타의 계속되는 제구 난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아 '어떻게든 막아낸다'는 이미지를 심어줬지만 더 이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바티스타는 3일 잠실구장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7-5로 앞선 8회말 무사 1루 상황서 구원 등판, ⅔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1실점의 부진을 보였다. 승계 주자까지 홈에 들여보내는 바람에 경기는 7-7 동점, 시즌 3번째 블론세이브였다.
바티스타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팀에 합류해 27경기에 등판, 3승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하며 한화의 '수호신'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한화의 중반 이후 선전에는 바티스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22개의 볼넷을 내줄 동안 탈삼진을 61개나 잡아내면서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피안타율도 1할 5푼 3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바티스타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올 시즌 20경기에 나서 1승 3패 1홀드 7세이브, 평균자책점은 5.95에 달한다. 피안타율은 2할 8푼 8리, WHIP(이닝당 주자허용률)는 2.14다. 한 이닝에 2명 꼴로 주자를 내보내는 셈이다. 초반 4경기서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했던 바티스타는 이후 7경기에서는 다소 안정을 찾은 듯했다. 3세이브를 기록할 동안 자책점은 1점도 없었다.
지난달 12일 롯데전이 문제였다. 당시 9회초 4-2 리드 상황에서 마무리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아웃카운트 1개만을 잡아내면서 4피안타 1볼넷 1사구 4실점,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 때부터 바티스타의 불안 요소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이 무려 11.25에 달한다. 바티스타는 이 중 4경기서 실점하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지난달 25일 넥센전, 3일 LG전서는 2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27일 경기에서는 아웃카운트를 단 1개도 잡지 못한 채 홈런, 볼넷, 사구를 연이어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31일 삼성전서는 동점 상황에서 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바티스타의 부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정 코치는 1일 LG전을 앞두고 "본인도 미안해한다. 바티스타가 지금까지 잘해왔던 부분만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며 "남은 경기를 기분 좋게 했으면 좋겠다. 시즌 중엔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잘 했던 기억을 주입시키면서 자신감을 살려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신감을 잃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 정 코치의 생각이다. 정 코치는 "투수는 자기가 생각했던 공이 난타당하면 머리속이 하얘진다"며 "(바티스타의) 구위와 구종은 여전히 훌륭하다. 하지만 볼넷, 사구 얘기는 트라우마가 될 까봐 꺼내기 미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코치의 말대로 바티스타의 구위는 나쁘지 않다. 무리 없이 150km/h 초중반대의 직구를 뿌리고 있다. 간간히 섞어 던지는 커브로 상대의 타이밍을 뺏기도 한다. 하지만 제구가 문제다. 바티스타는 올 시즌 33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21개의 볼넷과 5개의 사구를 내줬다. 그의 제구 불안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화는 시즌 초반 '필승조'로 분류됐던 박정진(1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13.50)-송신영(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4.58)도 부진에 빠져 있다. 당초 '좌정진-우신영-바티스타'로 이어지는 강력한 불펜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바티스타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한화의 뒷문은 활짝 열리게 될 지도 모른다. 정민철 코치의 '자신감 살리기 프로젝트'가 흔들리는 바티스타를 바로잡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데니 바티스타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