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NH농협 2011~2012 프로배구 V리그가 지난 달 12일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가운데 올 시즌에는 배구계에 또 다른 볼거리가 있어 새삼 주목을 받는다. 런던에서 개최되는 2012년 올림픽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달 18일 남녀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에는 올 시즌 FA 최대어로 손꼽히는 김학민(대한항공)을 비롯해 박철우(삼성화재) 김요한(LIG 손보) 등이 합류했고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에는 '월드스타' 김연경(터키 피네르바체)을 필두로 황연주(현대건설) 한송이(GS 칼텍스) 등이 가세했다. 국내에서 '무적'으로 통했던 이들이 과연 국제무대에서는 어떠한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구기종목 최초 올림픽 메달, 배구에서 나와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그동안 대표팀은 유독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아시아 무대로 범위를 좁혀보면 어느 정도 성적을 냈다고 할 수 있지만(아시안게임, 아시아 선수권대회 등),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은 여전히 '배구 변방'에 위치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배구 뿐 아니라 올림픽 구기종목에서 대표팀의 메달을 구경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비인기 종목으로 여겨졌던 핸드볼에서 좋은 성적이 나왔을 뿐 대표팀의 금메달 행진은 대부분 양궁, 레슬링, 유도, 사격 등으로 한정됐다.
구기종목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 배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리고 당시 메달 획득 이후 대표팀은 단 한 번도 배구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의 꿈을 꾸지 못했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36년 전인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2개국 6천여 명이 참가한 제21회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를 빛나게 해 준 기록이 많이 수립됐다. 건국 이래 최초로 금메달이 나온 것을 비롯(레슬링 양정모), 당시까지 참가했던 그 어떤 대회보다 좋은 성적(금메달 1, 은메달 1, 동메달 4 종합 19위)을 냈기 때문이다. 이는 1984년 LA 올림픽의 선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대한민국 여자배구대표팀 역시 예상 외의 연승으로 준결승까지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루 11시간 이상 배구만 하며 정상을 바라봤다"는 대표팀의 연승 행진은 외신들의 주요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비록 준결승전 패배로 금메달의 꿈을 접어어야 했지만 헝가리와의 3-4위전서 승리, 동메달을 차지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이가 '날아다니는 작은 새'로 유명세를 탔던 조혜정 전 GS 칼텍스 감독이다. 작은 키(163㎝)에도 불구, 빼어난 점프력으로 장신 선수들의 블로킹을 피해 상대 코트를 때리던 당시 장면은 그야말로 '명품'에 비유될 수 있었다.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배구 대표팀은 남/녀를 포함해 단 한 차례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남/녀 대표팀 모두 5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여자 대표팀이 지난 2004년 그리스 올림픽에서 또 다시 5위를 차지하며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을 뿐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배구 대표팀이 메달의 한을 풀어낼 수 있을 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GS칼텍스 감독 시절의 조혜정 ©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