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청주, 강산 기자] 베일에 쌓여 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38, 한화 이글스)의 첫 등판 일정이 공개됐다.
한화는 12일 청주구장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올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 박찬호를 선발로 예고했다. 한대화 감독도 철저히 비밀에 부쳤던 박찬호의 선발 등판 일정이기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겁다.
사실 시즌 첫 승이 절실한 한화에게 박찬호의 선발 등판은 일종의 '모험'으로 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찬호는 지난 시범경기에 2차례 나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박찬호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8.1이닝 동안 12실점, 평균자책점은 무려 12.96이다. '코리안 특급'의 명성과 전혀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이번 등판은 시범경기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시범경기에서는 구위 점검이라는 명목 하에 조금은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찬호의 정규 시즌 첫 등판은 팀의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점과 선발 투수로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임무를 띄고 있다. 박찬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화의 마운드는 최근 3경기 동안 20점을 허용하는 등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 중 선발 투수의 실점은 18점(16자책), 박찬호가 한화 선발진의 '키맨'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도 크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투수 브라이언 배스는 장염 증세로 인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그만큼 박찬호의 어깨는 무겁다.
주목할 점은 박찬호가 빅리그 활약 당시에도 비슷한 흐름의 투구가 몇 경기 동안 이어진 적이 많았다. 한 경기서 부진하면 몇 경기째 흐름이 이어졌고, 한 경기서 호투할 경우 그 흐름도 몇 경기 동안 이어졌다. 이것 또한 12일 경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박찬호가 LA 다저스 소속이던 1999시즌을 예로 들면 그 해 6월 27일 샌프란시스코전서 3.2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뒤 다음 경기인 7월 3일 샌프란시스코전서 4이닝 9실점, 이어지는 8일 콜로라도전서도 5이닝 7실점의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다음 경기인 17일 애너하임(현 LA 에인절스)전서 6.1이닝 2실점의 호투로 승리를 따낸 뒤 22일 콜로라도전서 6.2이닝 3실점, 27일 신시내티전서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간 바 있다. 한 번 잡은 흐름이 오래 가는 셈이다. 이후에도 박찬호는 비슷한 패턴을 보여 왔다. 12일 경기를 패한다면 몇 경기 동안 계속해서 부진을 보일 가능성과 호투를 펼칠 가능성이 공존한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한화는 13일부터 최근 3연승 중인 SK 와이번스와 원정 3연전을 치르게 된다. 12일 경기마저 내주고 4연패에 빠진다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SK는 최근 3경기에서 단 4점만을 허용하는 등 '철벽 마운드'를 자랑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등판이 한화에게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인지 '모험'에 그칠 것인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한다. 3연패의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박찬호의 등판이 한화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지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박찬호의 정규 시즌 첫 등판을 단지 '이벤트성'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규리그는 1승에 사활을 거는 '전쟁'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사진=박찬호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