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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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代)를 이은 수원 홀릭 "에두는 잘 있나요"

기사입력 2012.03.14 10:10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2009년 9월 6일 수원과 강원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후반 44분 3-3 균형을 맞추는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수원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에두(현 터키 베식타스)였다. 종료 직전 터진 드라마틱한 동점골로 '빅버드'가 달아올랐다. '빅버드'의 모든 시선이 에두의 세리머니를 향했다. 그런데 그의 세리머니는 평소와 달랐다. 매우 특별한 세리머니였다.

왼쪽 코너 부근을 달리던 에두는 누군가를 찾았고 이내 시선을 고정했다. 오른손을 치켜 올리며 그를 가르켰고 곧 그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수원의 세 번째 골이자 자신의 두 번째 골을 그에게 바친다는 뜻이었다. 에두가 가르킨 인물은 흰색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카메라를 들고 있던 한 명의 사진기자였다. 에두는 그에게 악수를 청하며 세리머니를 마무리했다.

수원의 명예 사진기자 고 신인기씨였다. 수원 명예 사진기자 모임인 '블루포토'의 창단 멤버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국 방방곡곡과 해외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묵묵히 사진을 담았던 수원 역사의 증인이었다. 당시 그는 위암 말기의 중환자였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휠체어와 진통제의 도움을 받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카메라 앵글에 수원을 담았다. 신씨는 강원전이 끝나고 한달 뒤 한 많은 세상을 떠났다.

당시 에두는 "수원이 경기하는 날이면 항상 그가 보였다. 전지훈련 때도 그를 볼 수 있었다. 그가 많이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럼에도 우리를 촬영하기 위해 경기장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뭔가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골을 넣었을 때는 수많은 사진기자 속에서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행히 경기가 끝나기 직전 두 번째 골을 넣었고 그를 향해 달려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씨가 떠나고 수원은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수원은 다가오는 17일, 3년 전 수많은 축구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강원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2009년 9월 6일 경기를 잊지 못하는 이가 또 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신인기씨의 아들 신동욱(20)씨다. 아버지 얘기에 말을 잇지 못하고 멋적은 웃음으로 대신하는 그. 그런 신동욱씨가 17일 강원전을 찾을 계획이란다. 수원의 명예 사진기자 블루포토 자격으로 빅버드를 찾는다. 말 그대로 대를 이은 수원 사랑이다.

"에두는 잘 있나요. 에두의 세리머니 때 아버지 눈가에 고인 눈물을 봤습니다. 에두에게 감사하다는 말를 하고 싶어요"라고 운을 뗀 신씨는 "처음 경기장에 나간 건 중학교 때인 것 같아요. 아버지 보조였죠(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했는데 어렸을 때는 ‘대체 수원이 뭐길래 이렇게 열심이실까’라는 생각도 했어요"라며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그랬던 그가 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블루포토 활동을 하고 있을까. 신씨의 대답은 간결했지만 명쾌했다. 그는 "빅버드에 와 보면 아실겁니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어 "지금까지 아버지를 기억하시는 팬분들이 많아요. 감사할 따름이죠. 늘 아버지와 함께 수원 사진을 찍었었는데 혼자서 하다 보니 어렵습니다. 아버지처럼 경기장을 자주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못난 자식이네요”라고 덧붙였다.

어느새 대학생으로 성장했고 멀티미디어를 전공으로 삼았다. 기회가 된다면 전문적인 사진 기자의 길을 걸어가 볼 생각도 있단다. 우선은 입대가 먼저다. 미묘한 시점에 찾아온 강원전이 특별할 만도 하다. “홀로 블루포토 활동을 하다 보니 힘든 점이 많습니다. 아버지를 보조할 때와는 비교하기 어렵죠.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그럴 때마다 아버님이 문득문득 떠오르네요.”

[사진 = 에두와 고 신인기씨 ⓒ 수원 삼성 제공]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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