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09:02
자유주제

해동전설(海東傳說)1(3) 그 아이의 이름

기사입력 2004.10.08 09:23 / 기사수정 2004.10.08 09:23

김종수 기자


'이번회는 삽화가 없어 무협이미지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앞으로 소설속에서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미녀 임희정이 이 사진속의 인물과 상당히 닮은것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장원의 깊은 내실…

경기관전을 마친 전주현령 정일기는 서울현령 강석주와 탁자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는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맛깔스러워 보이는 음식들과 약간의 술병들이 올려져있는 모습이었다.

“전주현령님이 오신 다기에 내 특별히 중화국 산서성(山西省) 분양현(汾陽縣) 행화촌(杏花村)에서 난다는 분주(汾酒)를 준비했습니다.”

정일기에서 술을 따르며 강석주가 입을 열었다.

“호…그런 술도 있었습니까? 이것 갑자기 황송해지는데요.”

술잔을 받으며 정일기가 가볍게 미소지었다.

“주액(酒液)이 맑고 투명하며 맛과 향이 순정하고 입으로 넘기면 상쾌한 향기가 오래간다고 하여 중화국의 상류계층사람들이 즐겨먹는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강석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정일기가 술잔에 담긴 술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허허헛…과연 전주현령님께서는 애주가시군요. 웬만한 사람들은 맛을 느끼기 전에 그 독한 기운에 인상부터 구겨지던데…”

정일기의 얼굴을 힐끗 살피며 강석주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독하기는 독하군요. 하지만 중화국 사람들이 먹는 술을 우리라고 독하다 못 먹으란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껄껄껄…그거야, 그렇지요. 우리가 그들보다 못한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단지 나라가 좀 작을 뿐이지, 재주 많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우리도 그들 못지 않게 많지요.”

술 한잔이 오고감에도 두 현령들 사이에서는 중화국에 대한 경쟁심과 해동국에 대한 자부심이 절로 우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이것 우리 해동국의 농구실력이 갈수록 퇴보되는 것 같아서 걱정이외다.”

잠시의 잡담이 오고 간 후 강석주가 씁쓸한 표정으로 본론을 꺼냈다.

“맞습니다. 아무리 친선경기라지만 일국에게까지 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래서야 중화국은 커녕 근처의 다른 나라들에게도 추월 당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로 정일기가 말을 받았다.

“적어도 우리가 해동국을 대표해 뛰던 시절에는 일국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었는데 후배들은 그 정도도 못해주는 것 같으니…”
“여러 가지 전술이나 기술은 발전을 가져왔지만 그것을 구사하는 후배들의 기량이 생각만큼 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정일기는 연거푸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십 여 년 전 정일기는 경기를 지휘하는 전달수로 강석주는 아군의 그물주머니를 지키는 전천후 수비수로 많은 활약을 하던 국가대표 선수출신들이었다. 때문에 현령이라는 직위에 올라서도 농구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고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걱정이외다. 그나마 활약해주던 노장 허신이 은퇴하면 기량이 출중한 선수는 신재성 정도밖에 남지 않는데 어느 세월에 중화국의 벽을 넘어 넓은 세상으로 우리 해동국의 위상을 떨칠 수 있을런지…”
“……”

강석주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정일기는 말없이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참! 이름이 무엇이라고 했지요?”
“……?”

애매한 물음이 귓전으로 들려져옴에 정일기가 의아한 얼굴로 술잔을 내려놓고 강석주를 쳐다보았다.

“전주현령님께 올해 열살 정도 된 아드님이 하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름이…?”
“아…차룡이를 말씀하시나보군요? 예. 제 아들녀석이 하나있는데 올해 열 살이고 이름은 차룡이라고 하지요.”
“차룡? 정차룡이었군요. 그래, 전주현령님의 성향으로 보았을 때 아드님에게 농구를 가르치실 것도 같은데, 소질은 있어 보입니까?”
“소질이요? 후후훗…가르쳐보려고 노력은 하고있는데 아직까지는 영 아닌 것 같습니다.”
“저런! 아직은 어려서 그런가보지요. 적어도 전주현령님의 아드님인데 그 피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금새 실력이 쑥쑥 성장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글세요…”

어색하게 말끝을 흐리는 정일기의 얼굴에 씁쓸한 웃음기가 스쳐지나갔다.



(계속)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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