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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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아이돌 시스템, 연기영역에서도 가능" (황하민 감독의 톡톡)

기사입력 2012.02.21 13:24 / 기사수정 2012.02.21 13:24

황하민 기자

- 캐스팅 디렉터 박영식 "나도 광대다" 

[E매거진] 캐스팅 디렉터 ( Casting Director ) 영화나 드라마 소재, 성격에 맞는 연기자를 찾거나 발굴해 배역을 맡기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단체를 말한다. 할리우드에서는 영화산업 초창기부터 등장한 영화 기획부터 참여하는 중요한 스텝중 하나다.

수년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을 이룬 우리에게도 캐스팅 디렉터라는 단어와 의미는 그리 낯설지 않다. 10년 넘게 캐스팅 디렉터의 길을 걷고 있는 '티아이' 박영식 대표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아직 좀 어수선하다. TCA와 INI가 한 식구가 되면서 사무실을 옮겼다. 업계에서는 손꼽히는 회사들이었다. 좀 더 체계적이고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만났다.

▶ 규모로 봐서 현재 진행 중인 작품들이 꽤 있을 것 같다.
권법, 박수건달, 간첩……약 20편 영화 캐스팅에 관여하고 있다. 그 외 진행되고 있는 방송 드라마도 많다.

▶ 작품 수가 캐스팅 디렉터로서 안정적으로 보인다.
아니다. 방송에서는 안정적인 구조로 스텝으로써 체계와 자리가 잡혔지만 아직 영화 현장에서는 자리 잡지 못했다. 영화는 에이전시의 개념에 가깝다. 영화는 조연 한자리를 놓고 여러 캐스팅 디렉터, 소위 에이전시들이 경합을 벌인다. 배우를 연결하고 영화사가 아닌 그 배우에게 수수료를 받는다. 그래서 10년 동안 뚜렷한 전문 캐스팅 디렉터가 없다. 하지만, 최근 진행하고 있는 영화 권법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아이러니하다. 캐스팅 디렉터의 체계가 잡히지 못한 영화현장이라 말하는 본인은 영화를 주로 하고 있다.
"영화가 왜 좋아요?" 라고 묻는 것과 비슷한 의미로 생각하겠다. 현장에서 감독, 보조출연까지 모두가 같은 밥을 먹는다. 현장에서는 누구나 똑같다는 느낌이다.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 편하다

▶ 편애로 들린다. (웃음)
그건 아니다. 벌써 10년이 넘어서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이제 날 알아봐 주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영화 현장이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웃음)

▶ 영화는 배우의 연기력에 많은 비중을 둔다. 그만큼 캐스팅이 성사되었을 때 보람도 클 것 같다. 그간 기억나는 캐스팅 일화나 배우들이 궁금하다.
'해를 품은 달' 여진구씨를 2005년 ‘새드무비’에 캐스팅 데뷔시켰다. '똥파리' 주인공 김꽃비씨, 중학교 때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을 때 다시 설득시켜서 2002년 '질투는 나의 힘'을 시작으로 2006년 삼거리 극장까지 캐스팅시켰었다. 2008년 '도레미파솔라시도' 주연이 갑자기 그만 뒀고 그때 장근석씨를 추천했었다. 그리고 작년에 흥행했던 도가니의 아역배우들을 다 캐스팅시킨 것들이 생각난다.

▶ 도가니의 아역배우들은 너무 좋았고 참신했다. 캐스팅이 참 궁금했었다. 
새로운 얼굴들이다. 주제에 대한 부분에 거부감 때문에 인지도 있는 친구들은 모두 거절했었다. 엄마들이 대본을 받고 아이들에게 설명하기가 너무 어려워했다. 왜 바지를 내려야 되는지…왜 울어야 되는지…나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결국, 새로운 얼굴들을 찾았다.

▶ 새로운 얼굴이란 지점이 더 신선했고 흥행 요인이 되었던 것 같다. 만약 인지도 있는 친구들이 했더라면 조금은 멀게 느꼈을 것 같다. 아이들 중에 '연두'를 연기했던 친구의 눈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현수라는 아이다. 눈망울이 좋았다. 2년 동안 활동을 했었지만 묻혀 있었다. 도가니 이후 '뿌리깊은 나무'를 끝냈고 섭외가 연이어 계속 들어오고 있다.

▶ 요즘 흔히 말하는 '촉'이 좋으신 것 같다.
재능보다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것 같다.

▶ 이런 일화들을 아는 사람이 없다. 섭섭하진 않으신가?
캐스팅 디렉터의 일이다.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성장하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뿌듯하다. 남들이 모르는 새로운 사람들을 발굴해서 보여주는 것이 곧 나의 행복하다.


▶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우연히 시작했다. 이쪽일은 전혀 몰랐었다. 2000년 지인의 추천으로 MTM 방송팀으로 들어갔다가 영화 쪽으로 옮겼다. 2004년 퇴사하고 작게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에 TCA를 만들었고 INI와 합병해서 지금의 '티아이'까지 오게 된 거다.

▶ 캐스팅 디렉터로서의 경쟁력은 뭔가?
모든 연출자는 새 인물을 찾는 것이 최선의 조건이다. 항상 좋은 배우를 위해서 찾는 것이 캐스팅 디렉터로써의 일이자 경쟁력이다. 그래서 신인 발굴은 중요하다. 작품을 위해 자체 오디션을 본다.

▶ 신인들을 발굴할 때 기준이 있을 것 같다.
연기력과 개성이다. 연기의 자연스러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얼마나 몰입이 되고 빠져들게 하는 가다. 그리고 잘생기고 예쁜 것을 최우선하지 않는다. 잘나고 못난 것 모두가 개성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인물이 존재한다.

▶ 오디션을 위한 팁을 부탁하고 싶다.
역할에 대한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5초 안에 첫인상 판단이 되지 않나. 배달부 오디션에 배달부가 들어온다면 바로 될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준비가 안 된 분들은 기억하고 있다. 차 후 다른 오디션에서도 영향을 끼친다. 냉정하게 자신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이들에게 검증을 받아야 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완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오디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좋다.

▶ 요즘 음악 오디션이 대세다. 그리고 많은 우상이 연기를 함께하고 있다. 순수 연기 시장 쪽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주니어시장에 연기자들이 없어졌다. 연기하던 친구들도 음반 쪽으로 간다. 이유는 분명하다. 아이돌들은 일단 조연급 이상으로 나온다. 단역으로 나오지 않는다.

▶ 부정적으로 보는 것인가?
아니다. 문화이자 흐름이다. 한때 음반시장에 불균형이 있었다. 그들만의 자구책이었다. 예전에는 남자 주니어 역할이 많았다. 걸그룹이 주목받고 쏟아지면서 여자 주니어 배역이 많아졌다. 남자들의 비중이 없어질 정도로 문화이자 흐름인 것이다. 언젠가 이 흐름이 바뀔 것이다. 그래도 연기지망생들이 음반시장 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쉽긴 아쉽다.

▶ 아이돌 스타시스템? 연기 영역에서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연기자도 그렇게 만들어갈 수 있다. 지금 아무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 기회다. 그리고 이 시도가 회사가 그리는 큰 그림 중 하나다. 계속해서 유승호의 대를 이어가는 친구들이 나와야 된다.

▶ 오랜 시간 영화에 몸담고 있었다. 캐스팅 디렉터의 시선으로 현장의 개선점은 없는가?
대본연습을 보기 어렵다. 큰 문제인 것 같다. 촌각을 다투는 방송에서는 리딩을 하고 있다. 영화는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면서 준비한다. 아이러니하다. 배우는 적절한 대가를 받아간다. 주, 조연, 단역까지도 함께 합을 맞추고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준비가 선행된다면 현장에서 시간을 단축하고 결국 작품의 질과 제작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만약 배우들과 감독의 선행 작업들이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현장에서 좀 더 좋은 장면들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영역에서 개선해나가고 싶은 지점들은 없는가?
단역 배우들의 권익과 오디션 정착이다.

▶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무척 어려울 것이다. 혼자만의 생각과 힘으로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 중심으로 캐스팅이 이뤄지고 발굴되어진다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나의 이상이다.

▶ 캐스팅 디렉터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사람을 대할 때 원칙? 혹은 철학이 있으신가?
단순하다. 영화 쪽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다. 항상 같은 위치에서 대화하고 소통하려고 한다.

▶ 10년간 뚜렷한 캐스팅 디렉터가 없는 지금, 후배들을 위한 롤모델이 되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고 그걸 위해 일한다. 하지만, 불확실한 환경이 힘들어 많이 떠난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일한다. 언젠가는 자리 잡히지 않을까.



▶ 끝으로 캐스팅 디렉터이란 의미를 되짚어 본다면?
작품과 배역에 가장 잘 맞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시선 즉 관객, 대중의 시선으로 객관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참신한 인물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캐스팅 디렉터 역시 광대다.

▶ 광대라는 의미가 새롭다.
"나는 광대라고 불리는 게 좋다" 

[글] 황하민 (영화 감독)



황하민 기자 en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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