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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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4>> 포르투갈 vs 잉글랜드

기사입력 2004.09.08 13:09 / 기사수정 2004.09.08 13:09

이찬주 기자
2004-06-25일에 다음커뮤니티 축구토론방에 올렸던 글입니다.


故人 김선일 씨의 명복을 빕니다.
전쟁없는 하늘에서 편히 쉬십시요...

이제부터 매경기가 진검승부(토너먼트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기면 올라가고 지면 떨어지게 됨)이므로, 구구절절한 경기상황 설명보다는 분석 위주의 글을 올리겠습니다.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8강 경기중 빅매치인 이 경기를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전후반 90분은 별로 재미없던 경기였지요...

잉글랜드의 선취골은 3분만에 상대 수비수(코스티냐)의 백헤딩이 오웬에게 걸리면서 한 골을 넣게 되었죠(오웬 선수의 부활을 알리는 경기이기도 했는데, 8강 탈락으로 아쉽게 되었네요... 오늘 전반은 오웬 선수가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더군요. 이번 골은 대단히 센스있는 골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이상하리만큼 잉글랜드는 "지키는 축구"를 하게 됩니다. 선 수비 후 공격으로 수비하다가 간간히 역습을 취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예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너무 일찍부터 잠그는 축구경기의 상당수가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잉글랜드는 이미 프랑스와의 일전에서 경험한 바가 있죠(수비위주의 플레이는 아니였지만, 포르투갈과 유사하게 잉글랜드가 패했습니다)...

빠른 발을 가진 공격수 오웬과 루니로 인해서 역습시 골망을 흔들 확률이 그만큼 높았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군요... 너무 일찍 선취골을 준 포르투갈의 공격 일변도의 플레이에 잉글랜드는 안정적인 수비를 구축했고(공격수 2명을 제외하고는 하프라인 밑에서 수비에 가담), 빠른 역습으로 포르투갈 문전을 위협했습니다.

○ 체크포인트 1.
- 잉글랜드 공격진의 주축이 된 루니의 부상으로 바셀과의 교체가 결국에는 잉글랜드 패인이 되었습니다. 만일 루니가 풀타임을 출전했다면, 포르투갈이 공격 일변도의 플레이를 하기에 부담스러웠다는 점입니다.

루니가 부상으로 빠진 부분에 역시 발이 빠른 바셀이 투입되었고, 루니라는 걸출한(?) - 저는 솔직히 반짝스타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펠레와의 비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고요. - 스트라이커가 빠지면서, 수비의 부담이 덜어진 포르투갈은 쉴새없이 맹공을 퍼부었죠...

○ 체크포인트 2.
- 포르투갈의 측면 공격시, 크로싱이 너무 부정확했다는 것은 경기를 풀어가는데 힘들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현대축구의 크로싱은 기본적으로 낮고, 빠르며, 정확해야 합니다. 만일, 상대팀 수비진의 신장이 공격진보다 작다면, 로빙볼을 올려서 경합을 시키는 것도 괜찮지만, 일반적으로 수비수의 신장은 좋은 편(아니면 위치선정이나 예측을 잘하거나)니다. 잉글랜드 수비진 역시 신장이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오늘 포르투갈의 오른쪽 풀백으로 기억되는데, 미구엘 선수의 부정확한 크로싱은 포르투갈 팀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불러왔습니다(여하튼 포르투갈 모든 선수의 패스나 킥이 대체적으로 부정확해서 애를 먹었습니다. 피구 역시 전매특허인 프리킥에서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전반도 끝나고 후반이 시작되어도, 역시 포르투갈은 공격일변도의 플레이로 나서고, 잉글랜드는 더욱 걸어잠그는 플레이로 일관합니다.
여전히 포르투갈의 공격은 "마지막 패스의 부재"로 골맛을 보지 못한 채, 1-0으로 계속 밀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포르투갈은 동점골 이상의 결과를 위해 수비 2명과 키플레이어인 루이스 피구를 교체아웃 시키고, 포르티냐(토튼햄, 동점골 주인공), 루이 코스타(두번째 골 주인공), 시마오 선수를 투입합니다.
잉글랜드도 제라드, 스콜스를 빼고, 수비형 선수인 하그리브스와 필립 네빌을 투입하며 더욱 수비를 단단히 다집니다.

○ 체크포인트 3.
- 포르투갈은 "유럽의 브라질"이라고 할 정도로 개인기가 훌륭한 팀이죠... 그래서인지 포르투갈의 패스는 매우 느렸으며, 패스를 받아도 트래핑 + 돌파나 페인팅을 하면서 계속해서 패스가 지체되었습니다.
그래서, 포르투갈의 공격이 전후반(동점골 이전까지) 내내 김빠진 사이다처럼 맹탕이었다고 판단됩니다.

계속 지루한 공방속에, 8강 첫경기부터 명경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서광이 포르투갈 진영에 비춥니다.
후반 35분경에, 포르티냐가 동점골을 넣습니다.
철옹성 같았던 잉글랜드 골문이 열리는 순간 두 외국인 명장의 얼굴표정은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 체크포인트 4.
- 후반을 1-1 동점으로 마치고, 나중에 승부차기에서 포르투갈이 잉글랜드를 꺾고 4강에 진출하는데, 잉글랜드가 루니의 부상과 더불어 약간 성급한 용병술로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포르투갈은 수비형 선수 두명을 교체아웃시키고, 공격형 선수를 두명 투입하면서 더욱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졌고, 잉글랜드는 공격형 선수 두명을 교체아웃시키고, 수비형 선수를 두명 투입하면서 더욱 수비적인 플레이를 펼치게 되어, 연장전에서 잉글랜드의 선수 대부분이 공격형보다는 수비형 선수들이 많아 공격이 잘 되지 않았고, 오히려 공격형 선수들이 많은 포르투갈에게 미드필더 싸움에서 밀리면서, 잉글랜드가 포르투갈에 역전까지 당하는 위기를 초래합니다. 또한, 스콜라리 감독의 대단한 용병술이었던 루이스 피구를 교체아웃시키고, 포르티냐를 넣었던 것은 이 경기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골까지 넣어 스콜라리 감독의 용병술이 옳았음을 입증했습니다.

후반 막판부터 달아오른 포르투갈의 공격력은 연장전에서도 식을 줄 모른 채, 잉글랜드 골문을 위협합니다. 결국 연장 후반에서 루이 코스타의 시원한 중거리슛이 터지면서 2-1로 앞서 나가지만, 얼마 못 가 베컴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떨어트려 준 것을 람파드의 터닝슛으로 2-2 동점이 됩니다.

결국 120분이 넘는 혈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잔인한 승부차기에서 승패를 지어야 했습니다. 결국 6-5로 포르투갈이 이기면서, 개최국의 체면을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잉글랜드는 개최국 징크스에서 당분간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 체크포인트 5.
- 잉글랜드 3대 패인 중 마지막은 너무 일찍부터 수비위주의 플레이(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친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후반 20분경부터 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여졌고, 너무 포르투갈에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내주면서 결국 팀이 패하게 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 경기가 끝났는데, 첫경기부터 설레게 하는군요...
전후반은 별로였지만, 연장전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경기를 양팀은 치뤘습니다. 벌써 오늘 새벽이 기다려지네요...


다음 편에...


이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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