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둔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에 발목이 잡혔다. 20승 고지를 눈앞에 둔 삼성화재는 24일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서 2-3(20-25, 25-19, 26-24, 19-25, 15-17)으로 패했다. 시즌 3패째를 당하는 순간이었다.
삼성화재에 3패를 안겨준 팀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1월 20일에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2라운드 경기서 1-3으로 패했다. 또한, 올해 1월 1일에 열린 대한항공과의 3라운드 일전에서 2-3으로 패했고 이번 4라운드 경기까지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독주체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배구도사' 석진욱(36)이 가세했고 주전 세터 유광우(27)는 안정감을 찾았다. 여기에 박철우(27)마저 팀에 적응하면서 삼성화재의 전력은 업그레이드됐다.
'주포'인 가빈 슈미트(26)와 박철우가 동시에 살아나면 삼성화재를 잡는 것은 매우 힘들어진다. 박철우의 존재감을 떨어트리고 가빈의 공격성공률을 최대한 저하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강한 서브가 필요하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삼성화재의 서브리시브를 흔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를 잡는데 강한 서브와 블로킹은 필수
이날 경기에서 대한항공은 5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특히, 석진욱의 서브리시브 성공률을 떨어트린 점이 주효했다.
국내 팀들 중, 가장 강력한 서브를 구사하는 팀인 대한항공은 서브로 삼성화재를 흔들어 놓는데 성공했다. 삼성화재는 리시브가 안 좋을수록 가빈에 더욱 의지하는 단조로운 공격을 펼쳤다.
리시브 불안은 삼성화재의 중앙속공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고희진(32)은 단 3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분전한 지태환(26)도 7득점에 머물렀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가 가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가빈이 아무리 높이와 파워가 뛰어나도 줄기차게 따라다니는 블로킹을 뚫기는 힘들다. 가빈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무려 52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범실도 18개를 기록했다. 특히, 결정적인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노장 센터 이영택(35)에게 차단되고 말았다.
이영택은 팀 최다 블로킹 득점인 5득점을 기록하며 알토란같은 점수를 올렸다. 부진했던 박철우를 대비해 기용한 고준용(23)도 김학민(28)의 블로킹을 뚫지 못하고 벤치로 물러났다.
잡기 어려운 가빈보다 박철우를 차단하라
가빈의 공격과 함께 박철우마저 살아나면 '삼성화재 공략'은 어려워진다. 이 경기의 키플레이어 중 한 명인 박철우는 극도의 부진에 빠지면서 팀 패배의 한 요소가 됐다.
이 경기에서 박철우는 단 5득점에 그치며 공격성공률도 40%에 머물렀다. 경기를 마친 신치용 감독은 "박철우가 첫 서브에서 이상한 범실을 했다. 그때부터 리듬을 잃고 자신감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삼성화재로 팀을 옮긴 박철우는 기복이 심한 모습을 꾸준하게 노출했다. 스스로 리듬을 잃은 박철우는 최상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고 경기는 대한항공의 의도대로 풀리기 시작했다. 삼성화재의 조직력을 흔들어 놓으면서 중앙 속공을 비롯한 세트플레이가 사라졌고 박철우의 공격력마저 실종됐다. 이 상황에서 남은 것은 가빈의 높이와 파워 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가빈이 뛰어나도 공격루트가 한 곳에 집중되면 위력은 떨어진다. 대한항공의 블로커들은 시종일관 가빈을 쫓아다녔다. 또한, 간간히 다른 선수들에게 공격을 허용하면 즉시 블로킹과 수비로 루트를 끊어놓았다.
대한항공은 마틴이 37득점을 올릴 때, 김학민이 19득점을 올리며 지원했다. 하지만, 삼성화재에는 오로지 가빈 밖에 없었다. 올 시즌 19승을 올리며 독주체제를 달리고 있는 삼성화재지만 가빈에게 의존할수록 전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이 경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사진 = 대한항공, 가빈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