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고교/대학야구도 한때는 ‘잘 나갈 때’가 있었다. 적어도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에는 서울 운동장(옛 동대문운동장, 현재는 철거됨)에 청룡기 혹은 황금사자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를 보러 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을 정도다. 이 중 선린상고(현 선린 인터넷 고교) 듀오, 박노준-김건우는 한때 ‘오빠부대’를 이끌고 다닐 만큼, 뭇 여고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러한 ‘옛 향수’를 만끽하기라도 하듯, 지난해에는 굵직한 ‘고교야구 OB전’이 두 번이나 열렸다. 시즌 중반에는 목동구장에서 경남고와 군산상고의 ‘라이벌 매치’가 열렸고, 시즌 후에는 경남고와 부산고의 ‘지역 라이벌 매치’가 개최된 바 있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를 비롯하여 부산 야구를 대표하는 부산고, 경남고는 그동안 적지 않은 프로 선수를 배출할 만큼 당대 명문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이에 ‘고교야구 라이벌전’을 개최하는 후원 업체들도 메세나 혹은 스폰서의 형태로 아마야구를 지원하는, 뜻 깊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러한 ‘고교야구 라이벌전’이 1회성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물론 서로 ‘매치 업’되는 학교는 매번 달라질 수 있다. 어떠한 형태를 취하건 간에 오프시즌 중 야구팬들에게 꾸준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도 ‘야구를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대구/경북지역의 전통적인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대구 상원고등학교(옛 대구상고)와 경북고등학교 야구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 라이벌이자 전통의 야구 명문으로서 수많은 프로선수를 배출했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개막전을 앞두고 시범경기 전후로 이러한 ‘이벤트성 게임’을 펼친다면, 이것도 나름대로 뜻깊은 일이 될 수 있다.
굳이 대구/경북지역이 아니더라도 지역 내 후원 기업이 생긴다면, 광주 지역도 감안해 볼 수 있다. 메이저리거 셋(김병현, 서재응, 최희섭)을 배출한 광주일고와 이순철을 필두로 꾸준히 프로선수를 배출한 광주동성고(옛 광주상고)의 OB 매치업도 꽤 흥미를 끌 만하다. 사실 과거 ‘서울 운동장’을 누볐던 왕년의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일부러 자리를 만들지 않는 이상, 이러한 기회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개막 전, 어디에서 어떻게 열리건 간에 ‘고교야구 OB 라이벌전’이 한 번 쯤은 개최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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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