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1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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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요르단전 리뷰

기사입력 2004.07.22 01:38 / 기사수정 2004.07.22 01:38

임회준 기자

 




리뷰가 많이 늦었습니다.


1. 포지션

요르단 전 포메이션을 살펴보면,

-----------이동국-------------------

-------------------안정환-----------

----설기현----------------정경호----

----현영민----------------이영표----

----------------김남일---------------

-----김태영----이민성----최진철-----

----------------이운재---------------


위와 같은 3-5-2 시스템이었습니다만 실질적으로는 안정환 선수가 공격형 미들의 역할을 담당하고 이영표, 현영민 선수가 윙어의 역할을 담당하는 공격 포지션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래 그림)


-----설기현----이동국----정경호-----

-----현영민----안정환----이영표-----

----------------김남일---------------

-----김태영----이민성----최진철-----

----------------이운재---------------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약체를 상대로 경기 주도권을 잡으면서 선취골을 넣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포지셔닝입니다만 제가 보기에 2가지 문제점을 보였습니다.

첫째, 양 쪽 윙플레이어들의 중복된 위치 선정입니다.


예를 들어, 이영표 선수가 윙 돌파를 위해 오른쪽으로 볼을 가지고 올라가면 아시다시피 정경호선수는 센터쪽으로 들어가거나 위 그림의 안정환 선수 쪽으로 이동을 해야 이영표 선수가 나갈 공간이 생기거나 이영표 선수의 크로스를 받을 공격수들의 시스템이 완성이 됩니다. 이것은 좌측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헌데 이러한 포지션 이동이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자 이영표, 현영민 선수의 윙 돌파가 여의치 않게 된 것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전반 윙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서 공격을 풀어가기 보다 요르단 선수들이 밀집되어 있는 중앙공격을 시도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 선수의 수비 부담입니다.

좌우 미드필더인 이영표, 현영민 선수의 공격 가담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공격에 가담한 미드필더와 3백 사이의 공간이 비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지역을 김남일 선수 혼자서 책임을 지게 되었으며, 이는 요르단의 역습 시 더욱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중앙미드필더로 있을 경우엔 그의 수비 가담으로 중원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으나, 어제의 경우 안정환 선수가 그 역할 까지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물론 안정환 선수가 수시로 중원으로 내려와 수비가담을 했습니다만 그는 쉐도우 스트라이커지 미드필더가 아니었으니까요. 오히려 설기현, 정경호 선수가 중앙 미들 지역으로 내려와야 했는데 두 선수 모두 전형적인 윙 플레이어인 까닭인지 미드필더의 역할에 익숙치 않아 보였습니다.

이 역시 포지셔닝의 문제로 볼 수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대로 중앙공격이 많아지면서 우리 선수들의 위치 또한 중앙으로 집중되었고, 그러다보니 안정환 선수의 포지션이 뒤로 물러서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결국 이영표, 현영민 선수의 공수전환의 스피드 문제나 양 윙을 담당한 설기현, 정경호 선수의 수비가담을 지적하게 되었습니다만 이는 한 두 선수의 역할 소홀 문제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포지션 안배 혹은 조직력의 문제로 봐야 맞을 듯 합니다.

쿠엘류 감독 체제에서는 김남일, 이을용 더블 볼란치 시스템이었기에 이런 문제점이 보이지 않았었습다만 약체와의 경기에서 굳이 더블 볼란치가 필요없다고 판단했다면 다른 대비가 있었을텐데 결과는 김남일 선수의 부담가중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편으론 박지성 선수 한 명의 공백이 이토록 큰 중원의 구멍으로 나타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후반전에는 이런 문제점을 어느정도 보완을 하려는 시도가 보였으나 골에 대한 조급함 때문이었는지 역시 공격수 혹은 공격에 가담한 선수들의 수비 전환이 없었고 이 부분은 다음 경기까지 숙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포지션에 대한 문제를 몇 가지 더 언급하면,

본프레레 감독 체제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우영민 좌영표' 조합의 효율성인데 중계 당시 신문선 해설위원의 언급이 있었습니다. 본프레레 감독 또한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으나 이영표 선수가 좌측으로 위치할 경우 우측을 담당할 마땅한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더군요. 아마 박진섭 선수는 본프레레 감독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가 아닌가 봅니다. 박진섭 선수가 수비 부분에 약점을 보인다고는 하나 좋은 선수임이 분명하고 또한 '좌영표 우진섭'이란 말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도 있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현영민 선수 또한 좋은 선수이지만 차라리 이영표 선수를 원래의 자리에 두어 그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차두리 선수에 대한 부분입니다.

후반 15분, 후반들어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한 정경호 선수를 대신해 차두리 선수가 교체 투입되어 이동국 선수와 투 톱을 이루고 안정환 선수가 본격적인 공격형 미드필드로 내려오게 됩니다.

차두리 선수가 중앙으로 들어서게 되면서 자연히 오른쪽 윙 공백이 생기게 되고 이 것을 이영표 선수가 메우기 위해 전방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더욱 많아집니다. 이러다 보니 자연히 최진철 선수 또한 따라 올라가게 되었죠.

본프레레 감독 체제 이후 차두리 선수가 중앙에 포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두리 선수가 세심한 플레이에 약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차두리 선수의 장점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파워입니다. 상대 수비수를 튕겨내며 사이드를 뚫어버림으로써 상대 수비 진영의 균형을 깨뜨리는 타고난 장점을 살리는 플레이아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봅니다.

포지션에 대해 장황하게 썼는데 사실 직접 경기장에서 보지 않은 이상, 이 부분을 언급한다는 자체가 무리가 있습니다. 한정된 TV 화면으로 본 단편적인 부분을 근거로 쓴 글이니 설혹 지적이 틀리더라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2. 골 결정력

이전의 경기들에 비해 요르단전은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전의 몇 경기들에서 골 결정력을 문제로 지적할 때도 개인적으로는 골 결정력보다는 크로스나 패스의 부정확을 문제로 봤습니다만 어제는 반드시 넣어야 할 찬스가 적지 않았습니다.

특정 선수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동국 선수의 볼 트래핑이었습니다. 상대 수비수들이 밀집된 지역에서 가슴 등으로 볼 트래핑을 해 템포를 죽이기 보다는 바로 헤딩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낫지 않았나 봅니다. 그 것이 골을 위한 슛이었든 패스였든간에 말입니다. 



그 외에는 설기현 선수의 부진이 안타깝습니다. 공교롭게 안정환 선수와의 충돌로 안면 부상을 당한 이후로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하는 듯 한데 속히 예전의 날카롭고 저돌적인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격수들 좋은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미드필드에서부터 논스톱 패스 등으로 간결하게 연결시켜 감독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이나 이동국, 안정환 선수의 역할 분담도 적절했습니다. 그러하기에 더더욱 무득점이 아쉽습니다. 어제 일본-오만전에서 보여준 슌스케의 감각적인 슛이 참 부럽게 느껴져 기분이 안좋았습니다. 

일부에서 두 선수간 호흡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안정환 선수가 셰도우 스트라이커 혹은 공격형 미들의 역할로 이동국 선수보다 아래로 위치했기에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비난이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설기현-안정환 투 톱을 보고싶고 그 둘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그럴 경우 또 왼쪽 윙어에 대한 대안이 마땅치 않고 - 이천수 선수가 합류하면 해결되겠죠 - 또한 모든 감독들이 설기현-안정환 투 톱을 시도않는 것을 보면 무슨 이유가 있나 봅니다.

항상 부족하게 보이기만 하는 우리 공격수들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3. 수비

김태영-이민성-최진철
라인과 이운재 골키퍼는 확실히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스피드나 순발력 부분에 약점을 보이기는 해도 아시아권에서 이들의 3백을 손쉽게 뚫을 만한 공격진은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최진철 선수의 퇴장으로 인한 결장과 김태영 선수의 부상이 염려스럽습니다.

그나마 최근들어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민성 선수의 활약이 위안입니다.  뒤늦게(?) 개안()을 한 듯 그의 존재감은 캡틴 홍명보 선수 이후 센터백을 혼자 책임지다 시피했던 조병국 선수의 올림픽 출전으로 인한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게 합니다. 오히려 조병국 선수의 대표팀 복귀 이후에도 두 선수의 주전 경쟁은 우위를 가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민성, 조병국 두 선수가 든든한 모습을 보인다면 유상철 선수가 미드필드 자리로 올라 갈 수 있어 팀 전체의 안정감이 더해 질 것입니다. 이민성 선수, 가끔씩 전방 깊숙히 공격 가담을 한 뒤 복귀가 늦는 단점을 보완한다면 대표팀의 든든한 중심으로 설 것 같은 즐거운 예감입니다. 



위의 '포지션' 부분에서 언급을 했지만 상대 공격의 1차 저지를 김남일 선수 혼자서 도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경기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김남일 선수,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거나 지쳐 쓰러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아니면 돌파를 허용해 실점의 원인으로 비난을 받겠죠. 가뜩이나 전반기 리그경기, 월드컵 예선 등의 각종 A매치로 혹사당한 김남일 선수가 아시안컵 이후 와일드 카드로 올림픽까지 출전한다 해서 그의 부상과 피로누적을 걱정하는 실정인데 더 나아가 계속해서 김남일 선수 한 명에게 모든 중원수비를 맡기다간 그의 선수생명을 걱정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4. 심판과 어필

요르단전 주심, 매번 휘슬이 한 박자 느리더니 결국 최진철 선수가 피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요르단 선수가 최진철 선수를 넘어뜨리고 일어서는 것을 방해할 때, 제대로 파울을 불어줬다면 최진철 선수의 퇴장을 없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선수가 손으로 진행하는 상대 선수의 발을 잡아 넘어뜨린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역시 최진철 선수 뒤가 완전히 비게 되는 포지션의 문제가 발단이 아니었나 봅니다.)

작년 베트남전 패배 이후 우리 선수들의 심판 판정에 대한 어필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아시아 톱으로서 모든 나라의 표적이 되고 있고, 특히 중동 지역으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우리이기에 아시아권 심판으로부터 혜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게다가 아시아 심판의 수준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바입니다.

팬들이 축구선수들에 대해 일희일비()해서는 안되듯 우리 선수들도 심판 판정 하나하나에 신경쓰고 반응하지 않았음 하는 마음입니다. 심판에게 강한 어필을 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감정 섞인 편파판정 뿐일 것입니다. 더불어 선수 스스로도 감정 조절이 힘들어 져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니까요.

거듭되는 비난과 승부에의 부담감이 선수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5. 본프레레 감독

예전 '차범근 감독 경질'에서 배운 바와 같이 타이틀 대회 도중 감독을 도마에 올릴 수는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포지션 문제나 전술적인 부분은 아직 우리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해야 옳다고 봅니다. 우선은 아시안컵의 우승 때까지 감독을 믿고 지지해야 합니다.

본프레레 감독 부임 이후 기성 언론의 흐름을 간단하게 보면,
7월 10일 바레인전 2-0 승리 전후엔 카리스마가 있다, 히딩크 감독 이상가는 훈련을 시켜 경질된 쿠엘류감독과 비교된다, 열심히 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후 7월 14일 트리니다드토바고전 1-1 무승부 이후엔 불안하다, 미완성이다라는 기사로 약간의 의혹어린 시선을 보입니다. 그러다, 이번 요르단점 0-0 무승부 이후엔 그 수위가 쿠엘류 감독 못지 않습니다.

전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수 기용에 의심이 간다고 대회 도중에 감독의 기를 꺾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 책임은 본프레레 감독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축구협회와 언론, 축구팬에게 있는 것입니다.  계약 기간이 아시안컵까지였던 쿠엘류 감독을 중간에 경질하고, 메추 감독에게 농락당하고 서둘러 선임하고 나서 이제 한 달 남짓 겪은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본프레레 감독이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접목시킬 계기로 삼는다면 이는 아시안컵 우승과 더불어 우리에게 큰 소득이 될 것입니다.




6. 여전히 조 1위를 믿으며...

요르단전을 한 마디로 평가하면, '약체에게 못 이겨 열 받는다' 정도일 것입니다.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는 경기였습니다. 넣어야 할 골을 2개 정도만 성공했다면 지금과는 반응이 많이 다를 수도 있는 경기 내용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이 선수들의 체력저하와 게으름을 지적하던데 이 부분도 애정을 가지고 바라봤음 합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리그 경기로 지쳐있는 상태인데다 중국 지난의 날씨가 35도를 웃돈다 하지 않습니까? 중국에서 일부러 한국과 일본에게 더운 경기장을 배정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선수들의 여건은 좋지 않습니다. 유럽 선수들의 체력을 능가한다는 차두리 선수가 후반 15분 교체출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 말미에 얼굴이 벌겋게 익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안정환 선수, 다리가 풀린 것은 그가 나태하거나 체력이 약한 탓이 아니라 그만큼 경기장에서 셰도우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으로 안정환 선수, 최근 경기 가운데 요르단전 만큼 쉴 새없이 뛰어다닌 경기는 없었습니다.

또한 많은 선수들이 부상 등의 이유로 체력훈련에 충실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난 6월 9일, 대전에서 열린 베트남전 때 김태영, 안정환, 김남일, 차두리, 박지성 선수 등이 부상 혹은 군훈련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었습니다. 정신력이 해이해져서 안 뛴다고 비난하기 보다는 다음 경기에서는 좀 더 열심히 뛰라고 격려하는 모습이 더 우리 선수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붉은악마 원정응원단을 담당하는 후배는 조 1위 경우의 원정 스케줄만 계획했었는데 이제는 조 2위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안타까워 하더군요. 3전승으로 조 1위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2승 1무도 나쁘지 않습니다. 당연히 조 1위로 8강에 갈 것이라고 여전히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요르단전을 보며 크게 실망하고 화가 나 애꿎은 TV화면에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만 싫은 소리는 아시안컵 종료까지 접어둘 작정입니다. 44년만의 우승을 차지하고 기회만 있으면 우리나라를 깎아내리기 급급한 중국와 중동국가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절망을 안겨 줄 우리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인내가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남은 UAE(역대 전적 6승 5무 1패)전과 쿠웨이트(5승 3무 8패)전의 완승을 믿습니다!!!

FORZA COREA!!!







사진출처 : 아시안컵 공식 홈페이지



임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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