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07.20 08:05 / 기사수정 2004.07.20 08:05
29도의 무더위, 65%의 습한 기후.
경기를 하기에는 쉽지 않은 날씨였고, 비가 온 이후여서 그런지 그라운드는 컨디션은 좋지 못했다. 게다가 첫경기. 따라서 선수들에게는 정말 힘든 싸움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하고 이해해 주더라도 많이 부족한 경기였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내세운 이동국과 안정환의 호흡은 아직 제대로 들어맞지 않았고, 몇번씩이나 멋진 그림이 나올 뻔 하였으나 그러한 결정적인 찬스를 골로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요르단은 수비가 강하고 역습에 강한 팀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유로 2004 우승국인 그리스를 빗대어 '아시아의 그리스'라고 불리울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대표팀이 전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철벽은 아니었다. 오히려 선수들간의 잦은 패스미스와 느린 공격전환으로 스스로 흐름을 깨어버린 것은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전반 9분에는 중앙의 수비가 한번에 무너지면서 실점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행히 요르단 9번의 헛발질로 실점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은 바로 이번 아시안컵 예선에서 베트남, 오만에게 패하며 감독의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한 후 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요르단에게 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전반 15분. 한국은 또 한차례의 위기를 넘기게 된다.
정경호는 그라운드에서 자주 넘어지고, 볼 컨트롤 실수를 연발했다.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을 감안해야 하지만 유독 정경호가 눈에 띄었다는 것은 본인의 준비도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정경호는 후반 14분 교체되었다) 그러나 전반 17분 경의 중거리슛과 헤딩슛(전반 21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늘 경기에서는 대표팀 선수들의 패스미스가 너무 잦았다고 생각한다. 설기현한 수 아래라고 평가했던 요르단과의 경기였지만 한 번의 실수로 결정적인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만약 8강, 4강, 결승에 올랐을 때에도 이러한 실수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실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후반전 초반은 한국의 페이스였다. 후반 3분 이동국의 헤딩슛이 막히기는 하였으나 머리에 정확하게 맞췄으며, 5분 경에도 이동국의 슈팅이 아쉽게 뒷골망을 때리는 등 주도권을 잡아 나갔다. 그러나 분위기가 상승세였을 때 골을 넣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축구의 문제점으로 항상 지적되는 골 결정력 부재를 또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를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안정환의 슈팅(후반 17분), 설기현의 슈팅(후반 30분)도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최진철은 경고누적으로 퇴장(후반 36분)까지 당했다. 가뜩이나 습한 기후에 점점 지쳐가고 있던 선수들은 아예 걷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이에 비해 요르단은 젊은 선수 구성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훨씬 우세한 면을 보여주었다. 후반 34분, 한국 수비진을 지나 골문 앞까지 돌파를 성공하더니 이후 숫적 우위를 등에 업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과는 0:0 무승부.
아시안컵 첫경기. 그러나 매우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요르단이 잘했나? 물론 잘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럼 한국은 잘했나? 경기를 지켜 본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본프레레 감독이 선수들과 우리 국민들에게 '4강의 꿈에서 깨어나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듣고 몇몇 분들은 '본프레레 제법 건방지다'며 콧방귀를 뀌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그리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 사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도 어느 정도 예감하지 않았던가?
인정할 수 없는가?
그럼 오늘 우리가 상대를 했던 팀은 '이탈리아'였다고 자신을 세뇌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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