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3:35
연예

[E매거진] 카라·소녀시대·동방신기, 日 '홍백가합전' 무임승차 논란 (인사이드 재팬)

기사입력 2011.12.07 10:53 / 기사수정 2011.12.07 10:53

백종모 기자
[E매거진·백정은의 인사이드 재팬]

매 해 12월 31일 저녁에 방송되어 일 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국민 방송으로 사랑 받아온 NHK '홍백가합전'에 카라, 소녀시대, 동방신기의 출연이 결정되었다. 이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 결정이다. 그 해의 음반 판매 실적이 상위권인 동시에 다양한 연령층에 사랑을 받는 소위 '국민 가수'가 아니면 출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 가수가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라브라이트만, 엔야 등이 출연한 예도 있으며, 2004년에는 이정현과 류(Ryu)가 출연했다. 그러나 앞서 출연한 외국인 가수들이 '게스트' 형식으로 출연했던 것에 반해 카라, 소녀시대, 동방신기의 '홍백가합전' 출연 결정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으리란 지적이다. 또한 이미 '게스트'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 수 년간 일본 음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점에서 화두에 오르고 있다.

日 개그맨 발언이 반한류로 확대

일본의 인기 개그콤비 '런던부츠'의 멤버 다무라 아츠시는 지난 11월 30일 자신의 트위터(@atsushilonboo)를 통해 "홍백가합전만은 일본 가수들끼리 하길 원한다"고 발언했다. 이 멘션은 리트윗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일본 네티즌 간에 찬성파와 반대파로 의견이 나뉘어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다. 찬성파는 "홍백가합전은 그 해의 인기가수가 출연하는 방송"이므로 "출연결정에 있어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반대파는 "앞서 후지TV에서 행해졌던 반한 시위에서 밝힌 일본인들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분노를 표했다.



한류스타의 '홍백가합전' 출연에 곱지 않은 시선

논쟁 속 반대파 의견에는 '국민방송까지 한류스타에 내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홍백가합전'은 일본을 대표하는 TV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 방송은 단순한 연말 음악 방송을 넘어, 일본을 상징하는 TV 프로그램을 뽑는다면 단연 상위권에 랭크 될 정도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표현을 빌려서 말하자면, 일본인들의 정신이 담겨있는 전통의 방송이며,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국민방송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여타 예능 프로그램에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반한류의 공격 대상이 후지TV에서 NHK로까지 확대됐다. 1일 가타야마 자민당 중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독도 문제를 거론하며 "NHK 문제 의식 결여가 의심된다. 가수 기용이나 보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고 발언했다. 반한파 일본인 사이에서는 "말 잘했다"라며 지지의 소리가 나왔다.



'무임승차'로 보이는 한류 스타의 출연, 과연?

홍백가합전은 '그 해의 인기가수가 출연한다'는 것이 기본 출연 조건이다. 그러나 화제성, 노래의 장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NHK가 출전 가수 명단을 최종 선정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가수들 간에 민감한 신경전이 오고 간다. 가령 같은 연예 기획사 소속 가수의 출연 수를 제한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 판매고와 인지도 면에서 톱클래스임에도 출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인들에게도 제한적인 '좁은 문'에 외국인 가수를 넣는다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단순히 '한류'가 아닌 외국인 전체를 지칭하는 경우다. 앞서 트위터 멘션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다무라 아츠시도 "한국을 지칭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 제기역시 한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근 외국인 가수들의 홍백가합전 출연은 방송의 화제성을 위한 이벤트 성이 짙었으나, 이번 한국 가수들의 출연은 성격이 좀 다르다.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는 모두 적극적인 일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주목할 만한 앨범 판매 실적을 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대부분의 외국 가수들이 단발성 게스트 출연에 그친 것에 반해 동방신기는 5명 멤버 시절을 포함하면 3번째 출연이 된다. 카라와 소녀시대 역시 한 번 출연한 이상 재차 출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번 한류 그룹의 출연도 어디까지나 외국인으로서 '무임승차' 아니냐 반론이 이어진다.

최근 일본에서 불고 있는 KPOP 바람을 고려하면 출연 결정은 타당해 보인다. 오히려 2010년 홍백가합전 당시 전형 단계를 통과한 한국 가수들이 최종 결정 단계에서 출연 여부가 반려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경제는 국제화, 문화는 쇄국?

 


한미 FTA로 인한 '무임승차' 혜택을 굳이 캐묻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경쟁에서 당당히 이겨 사람들의 마음을 매혹시켰다면 국적을 떠나서 명성을 얻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시대의 흐름에 따르는데 있어서 '국제화'의 의미를 상황에 따라 수정시켜서 받아들이는 태도가 당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배척하기 보다는 겸허하게 수용하여 내일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더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반한류의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류스타들을 응원하는 일본인들이 애국심이 없거나 TV업계에 세뇌되었다는 주장은 그들 개인에게 지나친 실례이다. 자신의 편협함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없으며, 새로운 시대에 늦춰진다면 발전 또한 없을 것이다. 가족끼리 모여 앉아 '홍백가합전'을 보며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왔던 일본인들. 그 '홍백가합전'의 전통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매 해 하향선을 그려가는 '홍백가합전'의 시청률의 회복은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시도가 있으면 반대의 목소리 또한 존재하는 법이라지만,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쪽이 이기는 법이다. 최근에 들어서 곧잘 '흥분'하는 일본인들 역시 냉정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백정은 (와세다대학교 문화구상학부 재학 중) / [사진]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 다무라 아츠시 발언 내용 ⓒ 엑스포츠뉴스DB, 다무라 아츠시 트위터 캡처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