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0:06
사회

[함께 나눠요] 폭력남편과 이혼, 딸아이와 홀로서기

기사입력 2011.11.17 05:04

엄진옥 기자
[엑스포츠뉴스=엄진옥 기자] 4살 난 딸아이와 마땅히 거주할 공간이 없어 고민하는 모녀를 찾아갔다. 안여진(가명, 42세) 씨는 딸 소연이(가명, 4세)와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엄마와 떨어져 외할머니와 생활하다가 가난한 모녀가 함께 생활한지 5개월이 되어간다.


▲ 엄마와 떨어져 살기 싫다. 그래서 소연이는 엄마에게 칭찬들을 말과 행동만 한다.

결혼하고 폭력 시작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랫동안 제가 너무 어리석었다는 생각뿐이에요."

여진 씨는 결혼 8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 당뇨에 신용불량자였던 남편을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피겠다던 여진 씨의 마음은 신혼기간 손찌검을 시작으로

상처받았다. 남편은 사소한 의견차나 싫은 소리에 민간하게 반응, 세간 부수기와 폭력을 사용했다. 지금도 여진 씨 몸 여기저기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폭력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진 씨의 카드로 살림을 꾸리는 바람에 덩달아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몸이 약하고 신경질적인 남자는 직장 생활을 오래 하지 못했다. 처음에 여진 씨는 남편이 생활비를 안 가져다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아직 젊으니까 경험을 통해 뭔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착각이었다.

▲ 소연이는 날개 없는 천사, 엄마가 하는 일은 무조건 따라한다.

시댁에서 외톨이 생활

"나는 더 이상 서울에서 못 산다. 시골로 갈 거야. 넌 어떻게 할 거야."

6년간의 생활고로 만신창이가 된 그녀에게 남편은 부모님이 계신 시골로 내려가겠다고 했다. 여진 씨는 임신한 몸으로 서울생활을 정리했다. 남편을 따라 내

려간 곳은 농지보다 산지가 많아 마땅하게 농사지을 땅이 없었다. 농촌 역시 여진 씨 남편이 할 일은 없었다.

임신을 해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서 속내 털어낼 상대 없이 외톨이로 생활했다. 시어머니와 빈둥거리는 남편은 날마다 말다툼을 하고 그 화풀이를 여진 씨에게 했다.

딸 소미를 낳았지만 미역국을 제대로 삼키지 못해 몸이 장작처럼 말랐다. 남편은 하는 일 없이 사소한 일에 포악을 부리며 술을 마셨다. 이유 없이 아이 업은 여진 씨를 폭행해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딱, 죽고 싶었다.

하루는 2살이 채 안 된 소연이가 아빠를 따라 술잔 부딪치는 시늉을 하며 '건배!'를 했다.

"소름 끼쳤어요. 부모라는 사람들이 아이가 보고 배울 게 아무것도 없어서 미안했어요. 심각하게 이혼을 생각하게 됐죠. 아이까지 이렇게 살 수 없잖아요."


▲ "엄마, 제가 동화책 읽어드릴게요." 소연이도 엄마도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

소연이 위해 이혼

"애가 열도 나고 그러면서 크는 거지. 그때마다 병원에 다니면 그 돈은 땅 파면 나오냐. 낭비가 심해, 낭비가."

여진 씨는 아픈 아이를 병원에 못 데려가게 막는 시어머니와 옥신각신하던 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위자료는커녕 생활비 빚을 모두 갚는 조건으로 아이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2년이 지났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살 것 같아요. 소연이가 맞을 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술 먹는 거 안 봐도 되고."

▲ 친구들과 세발자전거가 타고 싶지만, 엄마가 속상할까 봐 조르지 않는다. 말없이 그림만 그린다.

새로운 삶, 보증금 마련

여진 씨는 아르바이트 70만 원을 벌어 30만 원을 시골에 보내고 있다. 아픈 친정엄마의 생활비를 부담하는 것. 여진 씨는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했고, 그 때문에 힘든 일을 잘하지 못한다. 조금씩이라도 매달 빚을 갚아야 해서 생활고에 허덕인다. 일을 구하기 위해 목포에 왔지만 당장 갈 곳이 없어서 아는 언니에게 의지하고 있다.

"이 집에 방이 2개인데, 한방에는 이 집 부자가 자고 남은 한 방에는 이 집 모녀와 저희 모녀가 자요. 제가 염치가 없어요. 하루라도 빨리 언니네 가족에게 원래의 방을 찾아줘야 해요."

여진 씨는 눈물을 닦고 평정을 찾으려 애썼다. 피붙이도 아닌데 모녀을 몇 달째 보듬어주고 있는 이웃이 있다. 보증금이 모이면 월셋집을 마련해 아픈 어머니를 돌보며 세 가족이 함께 사는 것, 여진 씨의 바람이다.

소연이는 4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게 장난감 사달라는 투정 한 번이 없다. 가난이 아이를 빨리 철들게 한다. 지금 소연 모녀가 함께 생활할 지상의 방 한 칸이 절실하다. 낙엽이 내린 지금 겨울 추위는 순식간이다.

※소미(목포)네 가족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들은 월드비전(☎ 02-2078-7000)으로 연락해주세요.

온라인뉴스팀 press@xportsnews.com




엄진옥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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