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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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눈가의 맺힌 눈물 '오직 그대만' (황하민 감독의 톡톡)

기사입력 2011.10.31 15:13 / 기사수정 2011.10.31 15:14

칼럼니스트 기자
[E매거진] 가을비,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감기환자가 늘었나 생각했다. 조금씩 늘어가는 곳곳의 훌쩍거림은 곧 영화 때문인 걸 알았다. 격한 감정의 들썩거림이 아닌 콧날 시큰해지는 작은 훌쩍임, 눈가에 맺히는 눈물이었다.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지만 송일곤 감독과 소지섭, 한효주 '소주커플'이 만든 사랑이야기에 관심을 더했다.

폴란드 우쯔 국립영화학교, '소풍'이라는 단편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그의 필모그라피, 2000년대 영화학도들에게 신성같이 등장했던 감독이다. 이후 장편들 역시 개성 강한 실험적인 작품으로 많은 영화학도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대중들과의 소통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송일곤 감독의 대중 스타와의 만남은 기존 영화와 관심의 차별성을 두기엔 충분했다.
 
영화제의 첫 선을 보인 이후 호불호가 엇갈렸다. '오직 그대만'은 통속적인 멜로 드라마의 설정,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간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기보단 눈가를 적시기 위해 노력한다. 인위적이고 과장된 감정은 없다.


이를 뒤집어 보면 설명의 인색함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멜로영화처럼 주인공들의 감정과 과정을 고루하게 늘어놓고 설명하지 않는다. 간결하고 깔끔하게 담아나간다. 스크린 위 화면과 배우들 역시 이 호흡을 충실히 따라간다. 감독의 균형 잡힌 절제의 조율이 빛을 발했다. 통속과 개성의 만남, 송일곤 감독의 의외성이 만들어낸 신선함이다.

그러나 송일곤 감독의 작가성향에 대한 기대로 새로움을 찾고자 했던 이들과 카르시스의 손수건을 준비했을 이들에게는 모자람으로 다가갈 수 있다. 신선함과 연출력의 돋보임에도 불구하고 호불호의 엇갈림은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영화 속 소지섭과 한효주가 만들어가는 사랑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비현실이 아닌 현실처럼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연인의 두 사람 모습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묵은 감정들을 쏟아냄으로 새로움의 기회를 주는 시원함을 느낄 순 없다. 그러나 가을 아침 안개와 같은 신선함을 선물한다. 사람의 살결,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지금. 그 누군가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글] 황하민 (영화 감독)



칼럼니스트 황하민 en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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