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양민혁은 당장 뛰고 싶다.
한국 축구의 초신성 양민혁(18)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을 떠나 같은 축구종가 2부 퀸즈파크 레인저스(2부)로 6개월간 임대 이적을 하게 됐다.
토트넘에서 1월 한 달간 1초로 실전에 투입되지 않은 양민혁은 당장 2일 열리는 새 팀의 원정 경기 출전에 대해 "자신 있다"며 다부진 각오를 나타냈다.
그 만큼 출전에 배고픈 상황이라는 뜻도 된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QPR은 "18세 윙어 양민혁이 2024-2025시즌이 끝날 때까지 우리 구단에 남는다"고 30일(한국시간) 공식 발표했다.
양민혁은 손흥민 소속팀인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6년 계약한 뒤 지난달 합류했으나 1월1일 프리미어리그 선수 등록 뒤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다.
토트넘에서 리그컵 한 경기, 리그 2경기 등 총 3경기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3개 구단의 러브콜을 받은 끝에 QPR을 선택해 임대로 오게 됐다.
지난해 K리그1에서 38경기를 모두 뛴 양민혁 입장에선 180도 바뀐 실전 투입 상황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양민혁은 QPR 입단 뒤 첫 인터뷰를 통해 "QPR에 올 수 있어 기쁘고 기대를 하고 있다.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겠다"며 "이 곳에서 뛰던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다. 정말 뛰고 싶고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싶습니다"며 갈증을 토로했다.
지난달 토트넘이 양민혁의 조기 합류 요청을 했을 때만 해도 부상 선수들이 많은 토트넘이 즉시 전력으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불거졌다.
지금은 아니다. 허벅지를 다친 20세 윙어 윌송 오도베르가 복귀를 눈 앞에 뒀다. 토트넘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20세 프랑스 공격수 마티스 텔 영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영입에 다가섰다.
이들보다 두 살 아래인 양민혁 입장에선 유럽 무대에 대한 경험도 없어 토트넘 사령탑인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지에 들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양민혁의 임대 이적 가능성은 지난 27일 불거졌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에서 토트넘 구단을 담당하는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가 기사를 통해 양민혁이 임대될 수 있음을 알렸다. 잉글랜드 2부 혹은 벨기에, 네덜란드 1부 구단으로 이번 시즌 말까지 임대를 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임대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9일 골드는 "오늘 양민혁이 QPR과 계약한다"고 공개했다.
실제 이날 양민혁은 메디컬 테스트를 거친 뒤 계약까지 마무리했다.
양민혁은 지난달 런던으로 조기 출국했다. 갈 때만 해도 부상병동 토트넘이 그를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였다. 토트넘은 1월 되자마자 양민혁을 선수 등록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리그컵 준결승 리버풀과의 경기,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두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토트넘에 부상자가 워낙 많다보니 양민혁까지 기회가 돌아간 경우였다.
무엇보다 양민혁의 토트넘 1군 데뷔전으로 유력했던 지난 12일 5부 구단 탬워스와의 FA컵 원정 경기에서 교체 투입은커녕 명단 제외되는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서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1분도 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결국 토트넘 입성 한 달 만에 다시 새 팀을 찾게 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양민혁을 당장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못박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양민혁은 어린 선수다. 여기에 잘 적응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상황을 보면 다른 어린 선수들을 기용하는 게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기존에 출전하던 마이키 무어. 윌손 오도베르, 아치 그레이, 루카스 베리발 외에 새로운 10대 선수를 지금 기용할 여유가 없으며, 양민혁 쓸 일은 없다는 뜻이었다.
결국 토트넘에서 1분도 뛰지 못하고 QPR에 왔지만 낙심할 일은 아니다.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진출하는 잉글랜드 2부를 축구 인생의 새 교두보로 삼는 게 유행인데 양민혁도 이 흐름에 가세하게 됐다. 챔피언십도 K리그와 비교하면 수준이 높으면 높았지 비슷하거나 떨어지진 않는다. 배준호(스토크 시티), 엄지성(스완지 시티) 등 이미 20대 초반의 한국 대표팀 영건들이 잉글랜드 2부에서 활약하고 있다. QPR에 사이토 고키가 뛰는 등 일본 선수들도 점점 축구종가 2부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QPR은 윙어들의 공격포인트 생산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12골 6도움을 폭발한 양민혁이 제 컨디션을 찾으면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 그라운드 환경이 다르고, 잔디도 다르고, 영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양민혁은 아직 영국 축구 적응 중이다.
QPR은 오는 2일 0시 같은 런던 연고 밀월과 챔피언십 원정 경기를 치르는데 양민혁은 "자신 있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양민혁은 아울러 QPR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QPR은 17경기를 남겨놓은 현재 승점 38로 13위를 달리고 있다. 승격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는 6위 미들즈브러가 승점 44로, QPR과는 두 경기 차다. QPR이 남은 일정을 통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QPR을 왜 선택했나.
박지성 선배님이 뛰었던 팀이고, 실전 기회와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서 이 팀을 선택했다.
-QPR에서의 목표는.
승격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팀에 승리와 포인트 등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자신의 장점을 말한다면.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토트넘에서 지낸 소감은. 영국 축구 적응은.
토트넘에서 한달간 훈련하고 왔는데 좋은 팀이라는 걸 훈련하면서 느꼈고 적응은 계속 하는 중이다.
-영국에서 1월 보냈는데 어떤가.
영국에 처음 와봤는데 새롭고 재미있었고 다양한 관광지도 가볼 수 있었다. 새로운 곳에 와서 재미었다.
-새 팀 동료들에 대한 인상은.
내게 먼저 다가와주려는 것을 느꼈다. 친근하고 재미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을 많이 느꼈다.
-주말에 밀월과의 경기가 있는데 엔트리에 든다면.
언제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다.
사진=QPR /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