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 매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팀 코리아의 경기, 3회말 2사 1루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좌중간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으나 거취를 알 수 없었던 김하성이 드디어 행선지를 찾았다. 탬파베이 레이스라는 새 보금자리에 둥지를 튼다.
ESPN, MLB.com 등 현지 매체들은 30일(이하 한국시간) 김하성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탬파베이와 2년 총액 2900만 달러(약 420억원)에 사인했다고 보도했다. 계약 첫해인 2025년에는 1300만 달러를 받고, 2026년에는 1600만 달러를 수령하는 조건이다.
계약에는 기간을 채우지 않아도 FA 자격을 재취득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도 포함되어 있어 김하성은 올 시즌만 탬파베이에서 뛰고 다시 FA 시장으로 나올 수도 있다. 또한 ESPN에 따르면 325타석에 들어서면 200만 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조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SPN은 "김하성은 이번 시즌 1300만 달러를 보장받게 되는데, 이는 탬파베이가 FA 야수에게 보장한 금액 중 1999년 외야수 그렉 본과 4년 34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한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MLB를 대표하는 '스몰마켓' 탬파베이에서 김하성이 이번 시즌 받을 연봉 1300만달러는 팀 내 최고액이기도 하다.
이 매체는 "김하성은 오른쪽 어깨 관절순 부분 파열로 인해 수술을 받기 전에는 1억 달러 이상의 FA 계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계약의 옵트아웃 조항 덕분에 그는 내년 FA 시장에 다시 나올 기회를 가지게 됐다. 2025년 FA 시장에서 그의 수준과 비교될 만한 내야수는 유격수 보 비셋과 2루수 루이스 아라에즈 정도뿐"이라고 분석했다.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 공식 훈련이 진행됐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LA 다저스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4회초 1사 1루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2021년부터 4년간 빅리그에서 활약한 김하성은 빅리그 통산 540경기 1725타수 418안타 타율 0.242 47홈런 200타점 7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06을 기록했다. 2023년 골드글러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하는 등 수비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ESPN은 "김하성은 2021년 한국에서 메이저리그로 건너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했다. 당시 그는 타격 중심의 내야수로 평가받았으나, 메이저리그에서는 기대만큼의 장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에서 뛰었던 키움 히어로즈 시절과 달리 홈런이 줄어든 반면, 그의 수비력은 예상보다 뛰어난 것으로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샌디에이고에서 4시즌 동안 그는 장타율 0.400을 넘긴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대체 승리 기여도(WAR)를 기록하며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개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김하성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조금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8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한 달 넘게 공백기를 가졌다. 결국 어깨 관절순을 봉합하는 수술을 받기로 하면서 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121경기 403타수 149안타 타율 0.233 11홈런 47타점 22도루 OPS 0.700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을 끝낸 후 김하성은 800만 달러(약 117억원) 규모의 상호 옵션을 실행하지 않았다. 옵트아웃 금액 200만 달러(약 29억원)를 받고 FA 시장에 나왔다. 부상 이력에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하나둘 행선지를 찾는 동안 김하성에게 매력적인 제안이 오지 않았고, 해를 넘길 때까지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뉴욕 양키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애틀 매리너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계속해서 연결되는 팀들은 많았지만, 김하성이 개막 전까지 팀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이제까지 행선지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탬파베이가 좋은 조건을 제시해 계약에 급물살을 탔다.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1회초 무사 1,3루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서 타격 준비를 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스페셜 매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1사 1루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투런 홈런을 날린 후 기뻐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탬파베이는 김하성의 합류로 더욱 견고해진 내야를 기대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하는 탬파베이는 이번 겨울 비교적 조용한 오프시즌을 보냈다. 포수 대니 잰슨과 계약을 맺고, 좌완 제프리 스프링스를 오클랜드로 트레이드한 것이 주요한 움직임이었다.
지난 시즌 탬파베이는 유격수로 호세 카바예로와 테일러 월스를 기용했다. 김하성이 어깨 부상에서 회복해 복귀하기 전까지는 두 선수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탬파베이의 내야진은 이미 강력한 편이다. 1루수 얀디 디아즈, 2루수 브랜든 로우, 3루의 차세대 스타 주니어 카미네로가 중심을 잡고 있으며, 크리스토퍼 모렐, 커티스 미드, 조너선 아란다, 리치 팔라시오스 등도 내야에서 뛸 수 있다
원래 탬파베이의 장기적인 유격수로 기대됐던 완더 프랑코는 현재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미성년자 성범죄, 성 착취 및 인신매매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어 제한 명단에 올라 있는 상태다.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9회초 무사 1,3루 샌디에이고 마차도가 스리런 홈런을 때려낸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대기타석의 김하성에게 격려를 보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샌디에이고가 15:11의 스코어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동료들과 승리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한편 1998년 창단한 탬파베이는 2008년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까지 17시즌 동안 9번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강팀으로 군림했으나 지난 시즌은 지구 4위로 마쳤다.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필드를 홈으로 쓰던 탬파베이는 지난해 10월 허리케인 밀턴 영향으로 트로피카나필드 지붕이 파손돼 올해는 임시로 뉴욕 양키스의 스프링캠프 훈련 구장인 플로리다주 템파의 조지 M. 스타인브레너 필드를 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