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양민혁이 잉글랜드 2부(챔피언십) 퀸즈파크 레인저스(QPR)로 6개월 임대를 간다.
29일 발표될 예정이다.
영국 축구 매체 '풋볼 런던'에서 토트넘을 전담 취재하는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는 29일(한국시간) 오후 3시48분 자신의 SNS를 통해 "양민혁이 오늘 QPR로 임대 이적한다"며 "18세 선수가 영국 축구의 속도와 신체적 특성을 더 낮은 수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이는 토트넘이 며칠 안에 공격수를 영입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토트넘 사정에 정통한 골드가 발언함에 따라 양민혁의 QPR 임대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골드는 지난 27일 풋볼 런던을 통해 양민혁의 임대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그는 "토트넘 홋스퍼가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하면 양민혁은 적절한 팀이 나타날 경우 1월 이적시장 때 임대될 수 있다"며 "양민혁이 지금 당장 옵션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 영입하는 구단 이적 정책에 대해 많은 걸 말해준다"고 양민혁의 임대 가능성을 보도했다.
2006년생 공격수 양민혁은 지난 시즌 K리그1에 데뷔해 12골 6도움을 기록하며 강원FC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활약으로 시즌 최고의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영플레이어를 수상했다.
토트넘은 양민혁의 재능을 눈여겨 본 후 지난해 7월 영입을 마무리했고, 지난 12월 양민혁에게 조기합류를 요청했다.
당시 공격진에 부상자가 많았던 탓에 양민혁은 토트넘의 요청에 따라 영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직까지 양민혁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리버풀전에서 벤치에 앉았으나 데뷔전이 불발됐고, 이어진 탬워스, 아스널전에서는 아예 명단 제외됐다. 에버턴과의 경기에서는 다시 명단 포함됐지만 다시 벤치를 달궜고, 호펜하임전은 명단 제외, 레스터 시티전은 벤치만 지켰다.
이에 영국 현지에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양민혁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수준이 안 된 것으로 파악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는 중이었다.
골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어린 선수들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는 서포터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마이키 무어 외에는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수준이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면서 무어를 제외한 유망주들은 1군에서 뛸 수 없다고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새해 초 양민혁에 대해 직접 "지금은 (출전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 없다. 양민혁은 아직 매우 어리다. 경쟁 수준이 여기서 마주하게 될 수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nowhere near)'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고 강하게 발언하기도 했다.
감독부터 기용 계획이 없는 상황이기에 최악의 경우 양민혁은 이번 시즌을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끝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곳으로 임대를 가거나 아예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는 방법밖에 없다.
풋볼런던도 "양민혁과 마찬가지로 윌 랭크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임대가 필요하다. 이 수준의 축구에 장기간 노출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10대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려면 뛰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치 그레이와 루카스 베리발은 하위 리그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유럽 최고의 유망주들이다"라고 전했다.
꼭 치열한 1부리그에서 뛰기보다는 조금 낮은 단계에서도 재능을 발휘하는 것도 괜찮다는 얘기였다.
QPR은 2012년 박지성, 이듬해 윤석영을 데리고 가면서 한국 선수 영입 러시를 이뤘던 곳이다. 말레이시아 굴지의 항공사 에어 아시아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2023년 여름까지 구단주로 QPR을 운영하기도 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이 한국 선수에 대한 애정이 많다보니 윤석영 이후에도 '코리안 리거'를 더 데려오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다만 양민혁이 QPR에 간다고 해도 주전이 보장될지는 미지수다.
시즌 경기수가 46경기로 프리미어리그보다 8경기 많은 챔피언십의 특성상 로테이션이 불가피하고, 그렇기 때문에 양민혁이 뛸 공간이 나올 순 있다.
하지만 QPR의 경우 일본인 윙어 사이토 고키가 QPR의 이번시즌 챔피언십 경기 29경기 중 28경기(16차례 선발)에 나서는 등 주전 입지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양민혁 입장에선 사이토와 유럽 생활 5년 차에 접어든 사이토와 주전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리그1에서 정상급 실력을 입증하고 왔다는 점은 사이토에 밀리지 않을 요소이긴 하다. 양민혁은 지난해 고교 3학년 신분으로 K리그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K리그1 38경기에 모두 뛰었으며 12골 6도움을 기록하며 한국프로축구사 역대급 신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9월엔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K리그1 '영플레이어'를 수상한 것은 물론 MVP 후보에도 오를 정도였다.
양민혁이 3~5월 K리그1 월간 '영플레이어'를 휩쓸자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그를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양민혁은 이 중 토트넘을 골라 지난해 여름 토트넘과 6년 계약을 체결한 뒤 친정팀 강원에서 임대 신분으로 6개월을 더 뛰었다.
토트넘이 조기 합류를 요청했다며 지난달 16일 일찌감치 영국으로 떠났으나 토트넘에 도착한 직후 글로벌 매체 '디 애슬레틱'이 "양민혁은 아카데미용"이라고 평가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토트넘 입장에선 양민혁을 통해 해리 케인 이후 가장 효과적인 임대 성공 사례를 꿈꿀 수 있게 됐다.
토트넘은 2018년 아일랜드 공격수 트로이 패럿을 영입한 뒤 2020-2021시즌 2부 밀월로 임대를 보냈으나 11경기 무득점에 그쳤다. 이후 3부 입스위치, MK돈스로 다시 임대보냈는데 3부에선 나름대로 활약했다.
공격수 데인 스칼렛도 2022년 3부 포츠머스에선 34경기를 뛰며 나름대로 활약했으나 2023년 2부 입스위치에선 교체로만 12경기를, 그것도 후반 막판에 거의 시간떼우기식으로 들어가는 수모를 겪었다. 토트넘은 6개월 만에 스칼렛을 불러들였다. 알피 디바인도 2부 하위권 플리머스 아가일에 임대를 갔으나 실패작이 돼 돌아왔다.
이번 시즌엔 애슐리 필립스가 스토크 시티에서 임대로 정착했으나 수비수다. 5골을 넣고 있는 제이미 돈리가 주목받고 있지만 레이턴 오리엔트는 3부리그 팀이다.
결국 최근 흐름을 보면 3부로 보낸 선수들은 꾸준히 경기를 뛰고 오지만 토트넘에서의 경쟁력이 신통치 않고, 2부로 보낸 선수들은 거기서도 주전 입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양민혁이 QPR에서 영국 축구에 적응하며 경기력까지 끌어올린다면 토트넘 입장에서도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토트넘홋스퍼뉴스 / 토트넘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