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인내심이 대단하다. 강등권과 가까워진 상황에서도 감독을 향한 믿음을 유지하고 있다. 주변에서 제기되는 경질설에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잉글랜드)이 자칫하면 강등권까지 추락할 위기에 빠지면서 사령탑인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거센 경질론에 직면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포스테코글루 OUT'을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 시티와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 홈 경기 직후 경질 가능성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영국 취재진이 부상 선수들이 복귀할 때까지 사령탑으로서 시간이 더 주어질 것 같냐고 묻자 그는 "누가 알겠나. 많은 이가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라면서도 "감독이라면 고립되고 공격받기 쉬운 상황이라고 느낄 수 있다. 난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전반 33분 히샤를리송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시작 5분 만에 연속 실점해 고개를 숙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레스터 시티 레전드 제이미 바디에게 동점골을 내주더니 4분 뒤 빌랄 엘 칸누스에게 또 실점하며 무너졌다.
리그 4연패를 당한 토트넘(7승 3무 13패·승점 24)은 최근 리그 7경기에서 1무 6패로 승리가 없다. 20개 팀 중 15위로, 강등권인 18위 울버햄프턴(승점 16)과는 승점 8차에 불과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들은 내가 아니라 클럽을 위해 모든 걸 바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 역할은 이 선수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일을 맡았을 때 클럽을 통합하고, 모두 한 가지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기를 원했다. 물론 그렇게 되지는 않았고, 지금 팬들이 불만족스러워하는 걸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팬들의 분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터져나오는 중이다. 최근 토트넘 구단 공식 SNS에는 팬들이 '포스테코글루 아웃'이라는 글과 댓글을 남기며 구단을 압박하고 있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점점 인내심을 잃고 있다. 레스터 시티전이 끝난 후에는 관중석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들을 향해 야유를 퍼부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지지를 철회한 팬들이 노골적으로 관중석에서 실망감을 표출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건 우리 손에 달린 문제다. 적어도 두 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분위기를 빠르게 반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그에서 고전하는 토트넘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는 5부 리그 팀 탬워스와 연장전까지 치르는 졸전 끝에 겨우 32강에 진출했다.
리그컵(카라바오컵) 준결승에 올라 있는 건 위안거리다. 지난 9일 홈에서 열린 카라바오컵 4강 1차전에서 리그 선두 리버풀을 1-0으로 제압하고 결승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도 초반 부진을 딛고 16강 직행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리그에서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 거취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풋볼런던에 따르면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한다면 그에게 위약금 1천200만파운드(약 213억원)를 지불해야 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3-2024시즌을 앞두고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 선임 2년도 채 되지 않아 경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풋볼런던은 "토트넘은 선수단에 부상 위기가 닥친 것을 고려헤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이 상황을 개선할 것이며 앞으로 몇 주 동안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위해 선수 한 명을 영입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현재 토트넘에 부상자가 많은 점을 고려헤 당장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 예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아예 부상자들의 공백을 메울 선수들을 보강까지 해주겠다는 기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압박 받고 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이적시장에서 지원하려고 한다. 또 다른 실망스러운 이적시장을 피하기 위해 여름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토트넘은 감독 미래에 대해 성급하게 결정하는 걸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그를 지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직면한 부상 문제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다. 감독을 교체하는 건 지속 가능한 성과를 쌓는다는 구단에게 어려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최근 부진은 많은 부상자가 원인이라고 파악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수 보강까지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강등권까지 추락하지 않는 이상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