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용산, 오승현 기자) 봉준호 감독이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마크 러팔로 캐스팅 과정을 회상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미키 17'(감독 봉준호) 푸티지 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해당 작품은 봉준호 감독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쓴 후 6년 만에 영화로 돌아와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로버트 패틴슨 외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의 출연 또한 눈길을 끈다.
이날 로버트 패틴슨은 차기작 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에 꼭 오겠다는 의지를 가진 덕에 첫 한국 행사 참석을 이뤄냈다.
그는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후 "제가 한 번도 한국에, 서울에 오지 않았다는 점에 놀랐다. 그간 홍보 때 한국에 올법도 한데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도 만나고 싶었고 감독도 여기서 뵙고 싶었다"며 내한 이유를 전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한국 팬들에게도 정말 놀랐다. 공항에 나와 계실 때는 정말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가지고 계셔니 기쁘다"라고 미소지으며 "여기까지 긴 여정이었는데 포스터에 사인 요청하시는 분도 계시니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로버트 패틴슨은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고 너스레로 답했던 해외 매체 인터뷰가 현장에서도 언급이 되자 웃음을 터트렸다.
"맞다. 아파트 찾고 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낸 그는 "저도 그런 이야기는 했지만 사실 한국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온 지 24시간도 채 안 됐지만 정말 좋아 보인다. 또 한국 영화 산업도 정말 대단한 거 같다. 전 많은 감독과 배우들 보며 컸는데 한국 엔터테인먼트 자체가 훌륭하다. 한국 작품 더 많이 하고 싶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봉준호 감독은 '미키'가 왜 로버트 패틴슨이어야 했는지도 밝혔다.
봉 감독은 "사실 로버트 패틴슨은 '배트맨'처럼 히어로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사프티 형제의 '굿 타임'부터 로버트 애거스의 '라이트 하우스' 등 인디 영화에서도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때부터 늘 관심을 꾸준히 갖고 있었다"며 "이번 시나리오를 쓰면서 1인 2역으로 불쌍한 모습부터 광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까지 다 되는 사람이 누군가 했을 때 로버트 패틴슨을 처음 생각했고 캐스팅도 순조롭게 됐다. 본인도 이런 이상한 거 하고 싶다고 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로버트 패틴슨은 "이러한 캐릭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규모의 거대 영화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감독께서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스타워즈' 같은 상황에서도 유머를 계속 보여줬고, 그 안에서 가볍고 재밌는 촬영을 했다. 감독이 용감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봉 감독같은 레벨의 감독이 전세계에 몇 명 없다. 모든 배우가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분이다. 봉 감독 영화를 보면 세계관이 굉장히 특별한데 말이 된다. 개인적인, 감정적 선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며 "'살인의 추억'도 오래전에 봤다. 봉준호 감독이 절 생각했다고 했을 때 저도 너무 빠르게 손을 들었다"며 캐스팅에 대한 기쁨을 표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에서도 정치적 풍자를 이어간다.
봉 감독은 "제 영화 편수가 8편 정도 되는데 절반이 SF 비스무리하다. 그게 '괴물', '설국열차', '옥자' 이런 것이고 정치적 풍자를 담고 있다"며 "이게 SF 영화의 매력인 거 같기도 하다. 인간 사회와 정치에 대해 심각하게 유머러스하게 풍자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키 17'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크 러팔로가 새로운 유형의 독재자로 나온다. 여지껏 본적 없는 독특한 유형의 독재자인데 어리버리하고 귀엽다. 위험한 귀여움이다. 군중을 사로잡지만 거기서 위험이 나온다"며 메시지를 암시했다.
"마크 러팔로는 처음에 제 시나리오를 받고 당황했었다"고 밝힌 봉준호 감독은 "그는 항상 정의로운 시민 운동, 투사 역만 많이 해왔다. 그래서 처음에 '나에게 그런 모습이 있냐'며 당황했지만 나중엔 즐거워하더라"라며 촬영기를 회상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수차례 개봉이 연기 돼 2월에 한국, 3월에 전세계에 공개를 확정한 '미키 17' 추측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국내외로 관심을 많이 받은 개봉일이기에 매번 연기가 될 때마다 워너브러더스와의 이견설, 재촬영설이 들끓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에 대해 "사실 제 영화는 개봉일 변경 안 된 적이 없다. '살인의 추억'부터 (개봉일이) 여기갔다 저기갔다 했다. 이번 경우엔 유난히 주목을 많이 받아서 스런지 기사화가 많이 됐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미국 할리우드 상황, 배우 조합 파업 등 많은 상황이 있었다. ('미키 17'뿐 아니라) 많은 영화가 개봉일이 바뀌었다. 복잡한 여건들이 엮여 있었다"고 짚은 그는 "재편집, 재촬영 등의 복잡한 일은 없었다. 애초에 감독 최종 편집본으로 계약이 된 영화다. 영화사도 제 영화 자체에 대해 존중해주셨다. 상호 존중 가운데 순탄히 작업이 끝났다. 외적 요인에 변화가 있었던 거다"라며 다양한 예측을 직접 타파해 전세계 많은 영화인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해 눈길을 끈다.
한편 '미키 17'은 2월 28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의 개봉을 확정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고아라 기자,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