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선수들이 언제든 편안하게 다가와서 대화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겠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해 10월 7일 베테랑 우완 정찬헌의 현역 은퇴 및 지도자 계약을 발표했다. 정찬헌은 2025 시즌부터 키움 1군 불펜코치로 홍원기 감독과 이승호 메인 투수코치를 보좌한다.
빠른 1990년생인 정찬헌은 지난 2008년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뒤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2021 시즌 중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407경기 830이닝, 50승 63패 46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4.86의 발자취를 남겼다.
정찬헌은 커리어 내내 잦은 부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2016년 희귀병인 황색인대골화증이 발병하면서 세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불펜 투수로서 연투도 쉽지 않았고, 선발투수로서도 등판 간격 관리가 필수였다.
정찬헌은 지난해 1군 4경기 16이닝 소화에 그쳤다. 현역 생활을 1년 더 연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구단의 코치 제안을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키움은 정찬헌이 선수 시절 보여준 리더십과 야구에 대한 열정, 성실함을 높게 평가했다. 은퇴와 동시에 1군 코칭스태프로 새 출발하는 케이스는 흔치 않다.
정찬헌은 '엑스포츠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에는 구단에서 코치직을 제안받고 2군에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시간이 흐른 뒤 1군 불펜코치를 맡겨주셨다"며 "지도자로 이제 시작이고 많은 준비를 했던 것도 아닌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또 "구단 내부에서는 다른 선수들과 잘 지냈던 부분들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며 "불펜코치는 투수들과 대화하고 붙어 있는 시간이 많은데 구단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저에게 기회를 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승호 키움 1군 투수코치의 존재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정찬헌에게는 큰 힘이다. 정찬헌이 LG에서 데뷔했을 당시 첫 룸메이트가 이승호 코치였기 때문에 인연도 깊다.
정찬헌은 "이승호 코치님께서 1군 불펜코치로 지도자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천천히 하나씩 배우라고 격려해 주셨다. 많이 도와줄 테니까 잘해보자고 해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임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찬헌은 은퇴 결정 직후 짧은 휴식을 가진 뒤 곧바로 지도자 데뷔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도 화성에서 KBO 주최로 2주가량 진행된 코치 연수를 다녀왔다. 컴퓨터로 각종 데이터와 자료를 정리하는 것도, 긴 시간 교육을 받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찬헌은 "다른 것보다 컴퓨터 쓰는 게 어려웠다. 단기적으로 짧게 배운다고 확실하게 습득하기는 어려웠다"고 웃은 뒤 "이제 차근차근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움은 오는 29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1차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다음달 중순에는 대만 가오슝으로 무대를 옮겨 실전 연습경기 위주에 2차 스프링캠프를 소화한다. 총 38일의 대장정이다. 정찬헌에게는 코치로 첫발을 떼는 기간이기도 하다.
정찬헌은 "코치로 스프링캠프가 처음이기 때문에 당장 짐부터 어떻게 싸야 할지 어색한 부분이 있다"고 농담을 던진 뒤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피드백보다는 말을 많이 들어주려고 한다. 대화를 많이 하고 메인 투수코치님, 수석코치님, 감독님께 필요한 부분을 잘 전달하는 게 내 몫이다. 선수들이 거리감 없이 다가올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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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