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No.18' 양민혁이 5부리그 팀 상대로 1군 데뷔전을 가질까.
토트넘은 오는 12일(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영국 탬워스에 위치한 더 램 그라운에서 탬워스FC와의 2024-25시즌 FA컵 3라운드(64강) 원정 경기를 치른다.
토트넘의 상대인 탬워스는 잉글랜드 5부리그인 내셔널리그에 속한 팀으로, 올시즌 FA컵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리그1(3부리그) 클럽을 연달아 쓰러뜨리고 3라운드까지 진출했다. 탬워스가 FA컵 3라운드 진출에 성공한 건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원정 경기이지만 전력 차가 크기에 토트넘이 무난하게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이날 토트넘은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돌릴 것으로 예상돼 양민혁의 선발 출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영국 언론은 그가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전할 것이라 보고 있다. 축구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양민혁이 티모 베르너, 윌 랭크셔와 함께 선발 출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3명 모두 주전은 아니며, 상대가 5부 세미프로팀이라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2006년생 대한민국 윙어 양민혁은 지난달 17일 영국 런던에 도착해 토트넘에 합류했다.
양민혁은 2024시즌 K리그1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의 초특급 유망주다. 준프로 선수로 출발한 그는 올시즌 리그 전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12골 6도움을 기록했다. 18세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양민혁은 데뷔 선수 역대 최고 임팩트 중 하나가 됐다.
양민혁은 지난해 6월 구단과 프로 계약을 맺으며 단 6개월 만에 준프로에서 정식 프로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후 토트넘이 시즌 초중반부터 양민혁에게 관심을 보였고, 지난해 여름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이 확정됐다. 2024시즌을 마친 뒤 토트넘에 합류하는 방식이었다.
강원FC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온전히 한 시즌을 소화하며 강원의 역대 최고 성적에 해당되는 준우승에 기여한 양민혁은 당초 휴식을 취하고 1월 토트넘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토트넘 측의 조기 요청으로 인해 예상보다 빨리 런던으로 향하게 됐다.
토트넘에 도착한 양민혁은 곧바로 훈련을 받으며 새 팀과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팀에 합류하긴 했지만 전반기 선수단 명단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경기에 나설 수 없어 훈련과 적응에 매진했다.
토트넘은 지난달 21일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양민혁 훈련 사진들을 게시했는데, 이중엔 토트넘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양민혁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는 사진도 포함돼 화제를 일으켰다.
지난 7일에 게시된 영상에선 양민혁과 손흥민이 함께 실내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토트넘에 합류한 양민혁은 아직까지 1군 데뷔전을 갖지 못했다. 2025년 새해가 되면서 1군 선수단에 등록할 수 있게 됐지만 토트넘을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을 두고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양민혁에 대한 계획에 관한 질문에 "지금은 계획이 없다. 그냥 양민혁이 적응하도록 내버려 둬라"라고 말했다.
그는 "양민혁은 아직 매우 어리고, 경쟁 수준이 여기서 마주하게 될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세계 반대편에서 왔다"라며 "우리는 양민혁이 적응할 시간을 줄 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쏘니가 여기 있어서 토트넘에 있을 때가 클럽 밖에서 양민혁을 돕는 게 도움이 된다"라며 "우리는 양민혁이 일찍 적응하도록 하고 적응할 기회를 주려고 할 뿐이다. 계획은 없고, 그냥 양민혁에게 맞춰서 그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지켜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양민혁은 지난 9일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에서 벤치 명단에 포함됐지만 끝내 출전하지 못하면서 1군 데뷔전을 뒤로 미뤘다.
양민혁이 언제쯤 토트넘 1군 데뷔전을 치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마침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양민혁을 선발로 내세울 만한 경기가 다가오고 있다.
상대가 5부리그 클럽인 만큼 양민혁 입장에서 다가오는 FA컵은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이다. 또 최근 리버풀과 치열한 경기를 펼친 토트넘은 FA컵 경기가 끝나면 오는 16일 아스널과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원정 경기이자 '북런던 더비'를 치러야 하기에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탬워스전 때 토트넘은 손흥민, 브레넌 존슨, 도미닉 솔란케 등 주전 멤버들을 모두 벤치로 내리고, 티모 베르너와 양민혁 같이 1군 벤치 멤버나 유소년 선수들을 대거 기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토트넘은 경기를 앞두고 양민혁의 등번호도 공개하면서 양민혁의 1군 데뷔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토트넘은 9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양민혁의 등번호가 확정됐다. 그는 18번을 배정받았다"라고 발표했다.
등번호가 18번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보통 뮤망주의 경우 25번 이후 등번호를 사용한다. 실제로 양민혁은 프로 데뷔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 강원에서 47번을 달고 뛰었다. 물론 양민혁이 롤모델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의 등번호를 따라간 것이지만 보통 47번은 유망주가 아니면 달지 않는다.
또 18번은 교체 멤버 수준의 공격수가 보통 많이 다는 번호다. 주전 공격수가 9번을 가져가면 그 백업이 18번을 가져가는 식이다. 때문에 양민혁도 적지 않은 기회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토트넘에서 18번은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거쳐갔던 번호이기도 하다.
1990년대 독일 레전드 공격수로 활약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토트넘에서 뛰던 시절 달았던 번호가 바로 18번이었다.
클린스만은 한국 감독으로 좋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토트넘에서는 68경기 38골 15도움을 넣으며 그야말로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다. 특히 토트넘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내며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후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저메인 데포가 18번을 착용했고, 2023년 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기 전까지 손흥민과 환상적인 콤비를 이뤘던 해리 케인이 신인 시절 18번을 달고 뛰었다.
토트넘 팬계정 '데일리 홋스퍼'도 그동안 토트넘에서 18번을 달았던 선수들의 유니폼을 소개하면서 양민혁이 등번호 18번을 배정 받은 점을 주목했다.
사진=토트넘, 데일리 홋스퍼 SNS, 토트넘 홈페이지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