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해리 케인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케인이 손흥민을 부르짖었다. 토트넘을 박차고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했는데 손흥민이 다시 생각 난 것이다.
역시 손흥민 만한 윙어(측면 공격수)가 없다. 세계 굴지의 구단이라는 뮌헨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케인의 절규가 왜 나오는지를 알 수 있다.
케인이 현 소속팀 뮌헨에 데려오고 싶은 친정팀 토트넘 선수로 손흥민을 꼽았다. 둘은 토트넘에서 '손케 콤비'로 불리며 1992년 창설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2년사 최강의 '원투펀치'로 이름을 날렸다.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케인이 어시스트를 하고, 케인이 득점포를 터트리면 손흥민이 이를 도운 경우가 47회에 달한다. 프리미어리그 듀오가 공격포인트를 합작한 회수로는 통산 1위다. 이른바 '손케 콤비'는 토트넘의 역사를 넘어 프리미어리그의 전설인 셈이다.
케인이 손흥민 이름을 주저하지 않고 꺼내는 이유다. 반대로 얘기하면 뮌헨에서 케인과 마음 맞는 윙어 혹은 도우미가 없다는 뜻도 된다.
손흥민의 계약기간이 마침 끝나간다. 게다가 뮌헨 이적설이 나오면서 유럽 축구계가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디 기대감 생길 만하다.
보름 뒤 새해가 시작되면 손흥민은 보스만 룰을 적용받아 전세계 모든 팀과 다음 시즌 자유계약(FA) 이적을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다.
독일 '바바리안 풋볼 워크스'가 손흥민 찾는 케인의 스토리를 전했다. 매체는 16일 "케인이 한 행사에 나서 토트넘 선수 중 뮌헨에 데려오고 싶은 한 명으로 손흥민을 꼽았다. 케인 답변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영국 매체 '팀토크'는 16일 "해리 케인은 뮌헨이 자신의 전 토트넘 동료를 데려올 수 있게 한다면 손흥민과 다시 뛰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밝혔다.
케인은 지체 없이 "쏘니(Sonny)"라고 답변했다.
'손·케 듀오'라 불리는 둘은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2015-2016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47골을 합작했다.
둘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지휘할 땐 물리적 결합에 불과했다. 손흥민, 케인 외에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훌륭한 미드필더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명장 조세 무리뉴 감독이 오면서 달라졌다. 에릭센과 알리의 기량이 쇠락했다. 게다가 역습 축구 구사하는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스피드와 케인의 결정력을 주목했다. 무리뉴 감독은 둘이 프리미어리그를 휘어잡을 콤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딱 들어맞았다. 케인도 지난 6월 "무리뉴 감독이 나와 손흥민의 콤비네이션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이후 케인이 우승트로피를 위해 지난해 여름 이적료 1700억원(추정)에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듀오는 해체됐다.
케인은 뮌헨의 간판 공격수로 거듭났고, 손흥민은 토트넘 주장이 됐다.
그러나 지난 시즌 둘 다 미소 짓지 못했다. 케인은 참가하는 대회마다 족족 떨어졌다. 뮌헨이 12년 만에 무관 수모를 당하면서 "이게 다 케인 탓이다"는 조롱을 받았다.
손흥민도 토트넘이 케인 대체자를 마련하지 않아 스트라이커로 뛰는 등 고전했다.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끝내 놓쳤다.
둘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게 당연한 셈이다.
여기에 케인은 세계적인 명문 구단 뮌헨에 왔음에도 마땅한 도우미를 찾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이른바 '그코사(자)'로 불리는 윙어 3총사가 동반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독일 국가대표인 레로이 자네와 세르주 그나브리, 그리고 프랑스 대표인 킹슬리 코망이 바로 '그코사'다.
3명이 뮌헨에서 받는 연봉을 합치면 876억원(5800만 유로)에 달한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코망은 3골, 자네와 그나브리는 각각 2골에 그치고 있다. 뮌헨은 연간 900억원 가까운 돈을 주고 분데스리가 7골에 그친 것이다.
180억원에 분데스리가보다 수준이 높다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부상 재활 악조건 속에 5골 6도음을 기록한 손흥민의 가성비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마침 이적시장 전문가로 활동 중에며 ESPN와 마르카(스페인), 헤코르드(포르투갈) 등 유력지에 기고하는 튀르키예 출신 기자 에크렘 코누르가 손흥민의 뮌헨 이적 가능성을 언급해 손흥민이 이적료 없는 뮌헨행을 실제로 이룰지 궁금하게 됐다.
코누르는 15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서 뮌헨이 네덜란드 21세 미드필더 사비 시몬스를 원하고 있지만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에 확보가 어려워지면 손흥민을 데려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몬스는 네덜란드 국가대표로, 원소속팀인 이강인이 뛰는 '프랑스 1강' 파리 생제르맹(PSG)이다. PSG에서 제대로 뛴 적은 없고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을 거쳐 지난 시즌부터 독일 상위권 구단 RB라이프치히에서 임대로 활약하고 있다.
시몬스는 독일에서 뛴 지난 시즌 모든 대회에서 43경기 10골 15도움을 올려 여름 내내 뮌헨 관심을 받았다. 이번 시즌에도 라이프치히에서 뛰고 있는데 나이가 21살에 불과하다보니 프리미어리그 구단까지 달려든 상태다. 뮌헨 입장에선 시몬스 영입을 장담할 수 없다.
대안으로 당장 2~3년 뛸 수 있는 손흥민이 급부상하는 이유다. 시몬스를 데려오려면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이적료가 필요하지만 요구되지만 손흥민은 내년 여름 이적료 지출 없이 어느 구단이든 입단이 가능하다. 토트넘이 현 계약서에 첨부된 1년 연장 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손흥민의 뮌헨행은 물리적인 제약이 없다.
손흥민은 지난 2021년 토트넘과 4년 재계약을 맺어 내년 여름에 계약이 만료된다. 계약에 1년 연장 옵션이 있어 영국 언론에서 오래전부터 이를 언급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계약 종료를 7개월 앞둔 지금까지 이를 발동하지 않고 있다.
이미 독일 무대를 경험했다는 점도 손흥민과 뮌헨의 연결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다.
손흥민은 지난 2009년 독일 함부르크로 축구 유학을 떠났으며 1년 뒤 성인팀에 합류해 3년간 맹활약했다. 이어 중상위권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2년을 뛰고 2015년 토트넘에 합류했다. 독일 문화와 언어 습득이 다 끝난 것이다.
여기에 케인이 지원사격을 해준다면 손흥민의 뮌헨 입성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가 된다.
케인은 이미 올 초 에릭 다이어를 구단에 강력 추천해 데리고 왔다. 다이어 역시 큰 돈이 들지 않았다.
케인은 빠른 시간에 뮌헨 핵심 멤버이자 영입 선수를 추천하는 힘까지 갖고 있다. 케인 입장에선 손흥민을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케인은 올봄에도 손흥민을 떠올린 적이 있다. 케인은 지난 4월 마인츠전에서 3골 1도움을 폭발하면서 뮌헨의 8-1 대승을 이끈 뒤 자신이 어시스트를 올렸던 자말 무시알라의 골을 가리키며 손흥민을 떠올렸다.
그는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난 이런 플레이를 펼치곤 했다. 그래서 무시알라와 비슷한 얘기를 나눴고 오늘 바로 똑같이 해냈다. 내 커리어 최고의 어시스트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할 정도였다. 자신의 최고 어시스트 순간 손흥민을 떠올렸다.
사진=SNS / 발롱도르 /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