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 '무료 방출'은 없다.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토트넘은 꽃놀이패를 들고 있다. 손흥민을 1년 반 더 쓰고 내보내도 되고, 좀 더 붙잡고 있어도 된다. 또 하나의 패도 있다. 9년 전 400억원 써서 데려온 손흥민을 800억원에 파는 시나리오다.
그야말로 엄청난 차익실현 플랜이다.
손흥민을 400억원에 지난 2015년 데려와 축구는 물론 상업적으로도 어마어마한 돈을 챙겼지만 보낼 때도 잭팟을 노리겠다는 게 토트넘의 속셈이다. 영국 언론은 그렇게 보고 있다.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현 계약을 2025년 6월에서 1년 미뤄 2026년 6월에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다시 한 번 나왔다. 이번엔 영국 유력지 '더 텔레그래프'가 뉴스로 다뤘다.
사실 뉴스라고 하기도 뭣하다. 지난 6월부터 여러 차례 나왔던 보도이기 때문이다.
영국 유력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은 손흥민 계약에 대한 1년 연장 옵션을 활성화해 2024-2025시즌이 끝나도 그가 클럽에 계속 남게 할 예정"이라면서 "계약 기간은 7개월 남았다. 구단 측에서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알려진대로 연장 옵션은 상호 동의가 아니라 토트넘의 일방적인 의사 통보로 유효하다는 소식 역시 전했다.
신문은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연장 옵션을 발동했다는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며 "토트넘이 그렇게 할 생각인 것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 이상 잔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손흥민과 관련된 이미 1년 연장 옵션 활성화 보도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그의 계약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는 매체 '풋볼 인사이더'를 시작으로 지난 8월 말엔 가디언, 풋볼 런던, 더 스탠더드 등 유력지들도 한 번씩 훑고 지나갔다.
당시 영국 '더선'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는 톰 바클레이도 SNS로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계약을 2026년 여름으로 넘기기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현재 계약의 마지막 12개월에 들어간 후 계약 상황을 돌아봤다"라며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 기간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성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밝혔다.
영국 매체 스포츠몰은 지난달 한 술 더떠 손흥민 경쟁자까지 등장시켰다.
매체는 당시 "토트넘이 26세 윙어 하비 푸아도 영입에 나섰다"며 "토트넘 1순위는 레전드 손흥민의 미래를 확보하는 것이다"고 했다. 다만 팬들이 바라는 다년 계약은 아니다. 토트넘은 2026년 6월까지 계약기간 연장을 바란다. 현 계약서 옵션을 실행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텔레그래프 보도와 다르지 않다.
토트넘의 입장이 명확하게 나왔다. 손흥민의 현 계약을 1년 연장시킬 수 있는 주체가 토트넘이기 때문에 손흥민은 2026년 6월까지 뛰는 시나리오도 제외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손흥민이 34살이나 되어야 자유계약(FA) 신분을 취득해 무료 이적을 감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34살은 사실 좀 많은 나이다. 내년에 FA 신분을 취득한다면 운신의 폭이 넓을 수 있지만 34살은 한국 선수에겐 만만치 않은 나이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마지막까지 빠짐 없이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손흥민의 경기력을 2026년까지 활용할 수도 있고, 내년에 손흥민을 팔아 돈을 챙길 수도 있다.
사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400억원 가량의 이적료로 온 뒤 수천억원의 경제젹 이득을 토트넘에 챙겨줬기 때문에 자유계약을 통해 이적료 없는 다른 팀 이동도 토트넘에 전혀 손해가 아니다. 오히려 손흥민이 남긴 그간의 공을 생각하면 아름답게 떠나보낼 수 있다.
하지만 토트넘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첼시와의 계약 만료 25일 전 지금의 손흥민처럼 1년 연장 옵션을 실행한 프랑스 전 국가대표 공격수 올리비어 지루와 비슷한 시나리오를 토트넘은 구상하고 있다. 당시 첼시는 지루와의 계약을 1년 연장하자마자 그를 이적료 30억원에 AC밀란으로 팔아넘겼다.
유력 언론이 일제히 손흥민의 계약 연장 소식을 몇 달 사이 전부 전했다.
다만 토트넘이 당장 공식화할지는 알 수 없다. 첼시의 지루 케이스처럼 좀 더 시간을 끌 수도 있다.
묘한 상황이다. 손흥민은 지난 9월 두 차례에 걸쳐 재계약 관련 질문을 받고 구단과 대화한 게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토트넘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던 손흥민의 태도가 가을 들어 살짝 바뀌었다.
토트넘은 9월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인 팬 포럼을 열었는데 포럼 진행 도중 손흥민은 현지 팬으로부터 토트넘에서 은퇴할 것 같냐는 팬의 질문을 받았다.
손흥민은 이에 대해 "난 이미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한 적이 있다"며 "우린 축구에서 우리의 미래를 알 수 없다. 난 아직 토트넘과 계약 기간이 남아 있고, 여기서 뛴지 벌써 10년이 됐다. 내가 토트넘에서 얼마나 행복할지 여러분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에서 우리의 미래는 알 수 없고, 나는 단지 이번 시즌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원하는 건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젠가 내가 이 클럽을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여러분 모두가 웃는 걸 보고 싶고, 모두가 나를 레전드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 싶다"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토트넘을 떠나게 되더라도 토트넘 팬들이 자신을 팀의 레전드로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뭔가 명확한 답변은 아니다. 오히려 손흥민이 토트넘과의 이별도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만한 답변이었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지금까지 토트넘 소속으로만 400경기 이상 출전해 164골을 넣으면서 구단 역대 득점 5위에 오른 명실상부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다.
2010년대 토트넘의 황금기에는 언제나 손흥민이 있었고, 토트넘이 어려울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한 선수도 손흥민이었다. 팀 내 위상이나 영향력 등을 따져도 손흥민이 레전드로 불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다만 손흥민은 자신이 아직 토트넘의 레전드로 불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바로 우승 경력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토트넘에서 레전드가 되고 싶다. 한 팀에서 10년 동안 뛰는 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항상 꾸준한 모습을 유지해야 하고 클럽에 무언가를 갖고 와야 한다"며 토트넘의 레전드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손흥민은 "난 아직 이 클럽(토트넘)의 레전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토트넘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때 팀의 레전드라고 불리면 정말 기쁠 것"이라며 "내가 토트넘에 온 이유는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이번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번 시즌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손흥민은 지난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중국전 직후에도 국내 취재진 앞에서 "이 팀에서 뭔가 하나 남기고 싶다"고 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25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전을 앞두고도 같은 질문을 또 받았다.
손흥민은 "우리는 아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라며 계약 만료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구단과 연장 협상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어 "분명한 건 난 이번 시즌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라며 "이 나이에 모든 순간이 목표와 같고, 특히 이번 시즌엔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라며 재계약보다 올시즌 성적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난 올시즌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으며 클럽의 모든 사람이 마땅히 받아야 할 우승을 하고 싶다"라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10년이 지났기에 이 클럽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거다"라며 트로피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결국 재계약과 관련해 구단과 논의한 게 없다는 뜻이었다. 손흥민의 내년 여름 운명이 한국을 넘어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굉장히 궁금한 사안이 됐다.
토트넘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측에서 손흥민에 대한 거액의 이적료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손흥민이 "사우디로 가지 않겠다"고 못을 박고 있지만 토트넘이 경쟁자를 영입하면서 손흥민 입지를 흔들고, 동시에 손흥민에게 은퇴 직후 토트넘과 다시 인연을 맺을 당근책 등을 제시하면 어떨까. 토트넘은 그런 방식으로 손흥민의 중동행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ESPN 등에 따르면 토트넘이 제안받은 이적료는 600~1000억원이다. 이런 대박이 없다. 손흥민을 저가에 데려와 수천억원을 벌어들인 뒤 보낼 때도 500억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
물론 손흥민도 사우디로 가게 되면 큰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토트넘이 이적료를 받고 보내면 사우디 구단도 손흥민 연봉을 깎을 가능성이 있다.
손흥민은 이미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가 활약하고 있는 알 이티하드에서 4년간 총액 1억6000만 유로, 한화로 2383억원의 총액 제안을 받았다. 손흥민이 지금까지 10년간 토트넘에서 받았던 연봉의 2배에 달하는 돈을 뿌리쳤는데 토트넘은 일단 1년 연장 옵션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손흥민이 토트넘과 이적료 없이 결별할 때를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엔 사우디 구단들도 스타플레이어 영입 때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토트넘과 손흥민의 수싸움이 시작됐다.
사진=토트넘 SNS / 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