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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U-20 '세계적 깡패'→성인무대 '종이 호랑이'…북한 여자축구 미스터리

기사입력 2024.11.04 20:52 / 기사수정 2024.11.04 21:02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정말 희한한 일이다.

연령별 대회에선 '세계적 깡패' 노릇을 하는 북한 여자축구가 성인 무대만 가면 2류팀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번엔 달라질까. 향후 몇 년간 북한 여자축구의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한 여자축구가 지난달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이어 4일 끝난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도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북한 U-17 여자대표팀은 4일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의 에스타디오 올림피코 펠릭스 산체스에서 열린 2024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유럽 대표 스페인과 전·후반 90분을 비긴 뒤 곧장 치러진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기고 우승했다.

지난 2008년과 2016년에 이어 U-17 여자월드컵 통산 세번째 우승을 8년 주기로 차지한 것이다. 최근 두 차례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은 말 그대로 끝판왕이었고, 준결승까지 파죽지세로 질주한 북한도 내용 면에서 고전했으나 골키퍼 박주경의 활약 등을 앞세워 승부차기 승리를 챙겼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북한은 후반 16분 선제골을 내줬으나 3분 뒤 로운향의 긴 패스에 이은 이번 대회 MVP 전일청의 상대 골키퍼 제치는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출렁여 승부를 금세 원점으로 돌린 뒤 승부차기에서 웃었다.

코로너19로 2020년 초부터 3년 넘게 국제무대에 나서지 못했던 북한 여자축구가 국제 무대에서 자신들의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이었다.

북한은 신체조건에서 여자축구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 선수들에 밀리지 않을 뿐더러 스피드와 엄청난 활동량 등으로 성인 여자팀 같은 축구를 연령별 대회서 펼쳐보였다.


이번 U-17 여자월드컵에서 북한은 6경기 14득점 2실점이라는 엄청난 전력으로 6년 만에 돌아온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북한 여자축구는 한 달 전 콜롬비아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거둔 적이 있다. U-20 월드컵은 16개국이 참가하는 U-17 월드컵과 달리 24개국이 나서는데 7경기를 모두 이긴 것은 물론 25골을 넣고 4골만 내주는 탁월한 경기력으로 대회를 지켜본 이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게다가 U-20 월드컵 MVP를 차지한 최일선은 2007년생으로 이번 U-17 월드컵에 동시 참가했으니 이런 유망주들의 잠재력이 얼마나 될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한편으론 그래서 미스터리다. 연령별 대회에선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의 내로라하는 여자축구 강국들을 전부 휘어잡으며 우승 혹은 입상권에 들지만 이들이 성인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경기력이 뚝 떨어지고 입상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991년 중국 대회부터 지난해 호주-뉴질랜드 대회까지 총 9차례 열린 성인 여자월드컵에 총 4차례 본선진출했으나 입상한 적이 없다.

그것도 가장 최근 본선에 나선 게 2011년 독일 대회로, 지난해까지 12년간 성인 여자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다. 독일 대회에선 선수들이 대거 도핑 양성반응을 보여 다음 대회였던 2015년 미국 대회 참가 금지 중징계를 당하는 망신을 당했고,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 땐 아시아 1차 예선을 평양에 유치하고도 한국에 밀려 조기 탈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회는 코로나19로 아예 아시아 예선 자체를 나서지 않았다.

과거 4차례 본선 대회에서도 성적은 좋지 않았다. 조별리그 탈락을 3번 했고, 2007년 중국 대회에서 8강에 올랐으나 독일에 0-3으로 참패했다.



북한은 체육에 소질 있는 여학생들이 축구를 선호할 만큼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고 투자도 많이 이뤄진다.

다만 10대 유망주들이 성인 대표팀에 올라간 뒤엔 성장이 더디고 기술 발전 속도도 떨어져 성인 여자월드컵에서 고전하고 있다. 10대 땐 그렇게 훌륭했던 스피드 역시 성인 무대로 가면 통하질 않는다.

여기에 일각에선 북한 선수들의 출생연도가 불분명한 것 같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성장 속도 결여와 나이 등에 대한 의심 등이 북한 여자축구를 보는 외부의 시선인 셈이다.

지난 2016년 17살 나이로 U-20 여자월드컵에서 맹활약했던 승향심 같은 경우도 이듬해 곧장 성인 대표로 발탁돼 모습을 드러냈으나 시간이 갈수록 기량 발전이 없다는 혹평을 들었다.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사상 두 번째로 U-17 여자월드컵과 U-20 여자월드컵을 동시석권한 만큼 이제 이런 좋은 재목들이 성인 무대에서도 통할 거라는 점을 북한 축구계가 증명할 필요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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