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당장 내년이 아니더라도 떳떳하게 타이틀을 받고 싶다."
두산 베어스 우완 파이어볼러 곽빈은 2024 시즌 팀의 선발진을 지탱한 기둥이자 '에이스'였다. 30경기 167⅔이닝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로 팀의 1선발 역할을 확실하게 해줬다.
곽빈은 첫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한 2022 시즌 27경기 147⅔이닝, 8승 9패, 평균자책점 3.78로 유망주 껍질을 깨뜨렸다. 2023 시즌에도 23경기 127⅓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내는 기쁨을 맛봤다.
곽빈은 올해 평균자책점이 4점대를 기록한 건 옥에 티였지만 퀄리티 스타트 17회, 선발 평균 5⅓이닝 소화 등 세부 지표도 나쁘지 않았다. 기복을 줄여야 하는 건 과제지만 에이스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레벨까지 올라섰다.
곽빈은 여기에 2024 시즌에는 생애 첫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오르면서 오는 연말 시상식을 빛낼 주인공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곽빈은 다승왕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여러 부분에서 원태인이 더 뛰어난 투수였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곽빈은 17일 오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회복 훈련을 마친 뒤 "솔직히 내가 다승왕을 했다는 게 가슴에 엄청 와닿지는 않는다"며 "사실 원태인이 (나보다) 너무 잘했다. 나중에 시상식에 가게될 텐데 떳떳하게 가게 되는 느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태인은 2024 시즌 28경기 159⅔이닝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곽빈은 자신과 원태인의 평균자책점 차이가 큰 만큼 원태인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곽빈은 "올해 내가 소화한 이닝과 퀄리티 스타트는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평균자책점은 그렇지 못했다"며 "당장 내년에 다승왕을 하지 못하더라도 매년 더 노력해서 언젠가는 떳떳하게 타이틀을 따고 싶다"고 강조했다.
곽빈은 대신 부상 없이 2024 시즌을 완주한 부분에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두산은 원투펀치로 활약해 줄 것으로 믿었던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이 나란히 부상을 당하면서 정규리그 내내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알칸타라는 지난 7월 3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끝으로 짐을 쌌다. 12경기 64⅓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의 초라한 성적만 남긴 채 한국을 떠났다.
브랜든도 지난 6월 23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어깨 통증으로 10월까지 재활에만 전념하다 지난 7일 미국으로 떠났다. 14경기 75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3.13으로 2선발에 걸맞지 못했다.
두산은 곽빈이 아니었다면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게 쉽지 않았다. 당장 공동 5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KT 위즈, SSG 랜더스와 게임 차는 2경기에 불과했다.
곽빈은 "일단 부상 없이 정규리그를 잘 마친 건 다행이다.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며 "한 계단씩 (기량이) 올라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좋았다"고 돌아봤다.
또 "외국인 투수들이 없었기 때문에 나까지 빠지면 안 되겠다라는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며 "이닝 욕심이 많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후회 없이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내년에는 기복을 줄이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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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