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대회를 가리지 않고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하자,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부터 선수들의 현재 기량까지 전부 다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1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우수한 시즌을 보냈으나 이번 시즌 들어 부진에 빠져 있는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중이다.
현재 토트넘 팬들의 여론은 최악이다. 토트넘은 2024-25시즌 프리미어리그(PL)가 개막한 이후 리그에서 1승 1무 2패를 거두는 데 그쳤고, 특히 최근 두 경기에서 상위권 경쟁을 펼쳐야 할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견원지간 라이벌 아스널에 연달아 패배하면서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았다.
19일(한국시간) 열린 코번트리 시티와의 2024-25시즌 카라바오컵 3라운드(32강) 승리에도 토트넘 팬들의 민심은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됐다. 토트넘이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내보낸 데다, 경기 도중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을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벌였으나 졸전 끝에 간신히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불똥이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에게 튀고 있다. 경기력 면에서나 선수단을 통제해야 하는 리더십 면에서나 손흥민이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손흥민을 향한 비판이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북런던 더비 패배 후 인터뷰였다.
당시 손흥민은 영국 방송사 '스카이 스포츠'와의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기를 주도했지만 또 세트피스에서 실점을 내줬다"면서 "지난 시즌에도 그랬는데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어 "우리는 이 부분을 100% 개선해야 한다"면서 지난 시즌처럼 팀이 세트피스 수비를 개선해야 실점을 줄이고, 나아가 승점을 잃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우리는 파이널 서드까지 올라가지만, 선수들은 여기에서 득점을 해 책임을 져야 한다. 축구에서 올바른 결정을 하고 냉철하게 행동하는 게 가장 어렵다"며 선수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우리는 다시 회복할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이제 리그 초반을 보내고 있는 만큼 다가오는 코번트리 시티와의 리그컵 경기를 통해 연패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의 인터뷰에 만족하지 못했다. 오히려 손흥민의 부진했던 경기력과 팀의 수장을 저격하는 듯한 내용의 인터뷰를 엮어 손흥민을 비판하기도 했다.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에 따르면 일부 팬들은 손흥민을 두고 "부끄러운 주장", "손흥민을 우리 팀 역대 최악의 주장"이라며 손흥민의 리더십을 의심했다.
한 팬은 "주장을 맡는 선수의 목소리에는 권위가 있고, 그 선수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손흥민 주장감이 아니"라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손흥민은 경기 내적으로도 토트넘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그간 토트넘의 공격을 대부분 책임졌던 손흥민이지만, 이번 시즌 초반은 너무 부진하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스카이스포츠'는 19일 보도에서 토트넘이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손흥민의 부진과 토트넘의 약한 세트피스 대처 능력을 꼽았다.
매체는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지난 시즌 초반 10경기 중 8경기에서 승리해 승점 26점을 확보했으나 이후 리그 32경기에서 승점 44점을 얻는 데 그쳤다는 건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는 성적"이라며 "토트넘은 이긴 경기보다 패배한 경기가 더 많았고, 경기당 거의 두 골을 내줬다"고 했다.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토트넘보다 더 많은 패배를 허용한 팀은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프턴, 김지수가 뛰고 있는 브렌트퍼드, 그리고 노팅엄 포레스트까지 단 세 개의 팀이 전부다.
'스카이스포츠'는 토트넘의 현 상황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서 현재 토트넘의 모습이 유럽 대항전 출전을 노리는 팀보다 중위권 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토트넘이 최근 치른 프리미어리그 11경기에서 단 3승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매체는 토트넘의 부진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손흥민을 꼽았다. 손흥민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토트넘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손흥민이 침묵하면서 일부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손흥민은 에버턴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했지만 그 경기를 제외하면 손흥민이 마지막으로 골맛을 본 건 지난 3월"이라고 설명했다.
매체의 지적대로 손흥민이 지난 시즌 기록한 17골 10도움 중 대부분은 후반기가 아닌 전반기에 쌓은 스탯이었다. 손흥민은 1월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다녀온 이후로 눈에 띄게 경기력이 하락했다. 당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손흥민이 시즌 도중 국제 대회를 소화하느라 체력적인 문제를 겪은 게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손흥민 한 명에게 의존한다는 게 웃긴 상황이지만, 그만큼 토트넘의 공격진 중 손흥민만큼 믿을 만한 자원이 없는 게 현재 토트넘의 현실이다. 손흥민이 부진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손흥민 대신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어줄 선수가 필요한데, 냉정하게 보면 토트넘에는 그런 수준의 선수가 없다.
그렇다고 손흥민을 당장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손흥민 대신 출전할 만한 선수로는 브레넌 존슨, 데얀 쿨루세브스키, 티모 베르너, 윌송 오도베르 정도가 있는데 베르너와 오도베르가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존슨과 쿨루세브스키만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손흥민이 지금처럼 상대 수비수를 끌어내고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직접 상대 골문을 타격하면서 득점을 노리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손흥민은 금세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의 부진 외에도 토트넘의 세트피스 수비를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아스널의 센터백 가브리엘 마갈량이스에게 내준 세트피스 실점은 지난 시즌부터 토트넘이 세트피스에서 허용한 18번째 실점이다. 올해 토트넘은 22경기에서 코너킥으로만 13골을 실점했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그리고 지금도 세트피스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세트피스처럼 세부적인 부분보다 경기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토트넘은 지난 시즌보다 더 낮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 수도 있다.
결국 키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쥐고 있는 셈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현재 토트넘 공격진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손흥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세트피스를 강화해 실점을 줄여야 지금의 부정적인 상황을 타개하고 반등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변화를 선택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