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어릴 때부터 이곳을 드나들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선수로서 더는 못 뛴다고 생각하니까 집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SSG 랜더스 추신수는 2024 시즌을 끝으로 '선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는다. 지난겨울 일찌감치 은퇴를 예고했고 올해 후배들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페넌트레이스를 준비했다.
추신수는 지난 3월 정규시즌 개막 후 두 차례나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으면서도 이를 악물었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겠다는 일념으로 재활에 힘을 쏟았다. 지난 6월 7일부터는 변함없이 1군에서 자리를 지키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추신수의 2024 시즌 성적은 올해 만 42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빼어나다. 75경기에서 타율 0.289(242타수 70안타) 5홈런 36타점 5도루 OPS 0.797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한국 야구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 선구안은 명불허전이다. 타율 대비 1할 가까이 높은 출루율(0.384)이 이를 말해준다.
추신수는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내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며 "내가 '오뚝이' 같다고 말을 많이 한다. 나는 넘어졌을 때 누구보다 빠르고 강하게 일어났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부산수영초-부산중-부산고를 졸업한 부산 토박이다. 2001년 고교 졸업 후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입단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건너가기 전까지 한 번도 부산을 떠난 적이 없었다.
추신수는 시애틀에서 5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05년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이후 2012년 신시내티 레즈를 거쳐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에 몸담았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통산 16시즌 동안 남긴 발자취는 대단하다. 1652경기, 타율 0.275,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 868볼넷, OPS 0.824의 업적을 남겼다.
추신수는 2020 시즌 텍사스와 계약 만료 후 메이저리그 잔류와 KBO 복귀를 고민하다 SSG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은퇴 전 고국의 팬들 앞에서 최대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추신수는 SSG에서 제 몫을 해줬다. 특히 2022 시즌에는 SSG가 KBO리그 사상 최초로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달성하는 데 힘을 보탰다. 추신수의 커리어 첫 우승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선수' 추신수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추신수는 원정 경기 때마다 추첨을 통해 선정된 팬들을 대상으로 사인회를 열고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팬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추신수는 "저를 보기 위해 (팬 사인회) 응모를 하시고 또 먼 곳까지 와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며 "한국에 와서 뛰어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한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SSG가 치열한 5강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까닭에 자신의 은퇴와 관련된 감상에 젖을 겨를이 없다. SSG는 7일 롯데전까지 시즌 60승 67패 2무를 기록, 5위 KT 위즈(64승 65패 2무)에 3경기 뒤진 7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추신수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는 감정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SSG의 2024 시즌 사직 원정 경기는 8일이 최종전이다.
공교롭게도 추신수가 SSG 선수단에 처음으로 합류했던 장소는 사직야구장이었다. 지난 2021년 3월 11일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에 국내 입국 후 자가격리를 마친 뒤 SSG가 연습경기를 치른 사직야구장에서 선수들과 첫 인사를 나눴다.
추신수는 "사직야구장은 다른 원정 경기를 갈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이곳이 내가 야구를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줬다"며 "삼촌(박정태)도 여기서 뛰셨고 많은 선후배들과 게임을 했던 곳이다. 오늘과 내일 여기서 게임을 치르면 선수로 다시 사직에 올 수 없다는 게 집을 떠나는 느낌이다"라고 솔직한 감정을 전했다.
이어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서 지려고 뛰는 선수는 없다. 결과는 우리가 만들 수 없지만 과정은 다르다"며 "우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설상가상으로 안 좋은 시나리오가 나와도 마지막 한 경기까지 이기고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로서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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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