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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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 '포항의 남자'였어요"…삼성 에이스, 하루만 '경북고 원태인' 된 사연 [현장 인터뷰]

기사입력 2024.08.21 12:39 / 기사수정 2024.08.21 12:39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20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해 호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포항, 최원영 기자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20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해 호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포항,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포항, 최원영 기자) 명성을 되찾았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투수 원태인은 20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3-0 승리와 4연승에 앞장섰다. 

총 투구 수는 89개(스트라이크 61개)였다. 패스트볼(48개)과 체인지업(18개), 슬라이더(14개), 커브(5개), 커터(4개)를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km/h를 선보였다.

올 시즌 23번째 등판서 11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최근 6경기 연속 6이닝 이상 투구를 자랑했다. 또한 4경기 연속 볼넷을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정교하면서도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날 승리로 원태인은 시즌 12승째(6패)를 손에 넣었다. 평균자책점은 3.47에서 3.32로 낮췄다. 리그 다승 단독 1위, 평균자책점 4위이자 국내선수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이 현재 리그 내 최고 투수라 생각한다. 그 마음을 확신케 하는 투구였다. 포수 강민호의 리드와 함께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지 기대된다"고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무사사구 경기를 해 기쁘다. 무실점보다 무사사구가 더 만족스럽다. 이번 두산전이 정말 중요했는데 승리로 마무리하게 돼 기분 좋다"며 미소 지었다.

2019년 데뷔 이래 포항 경기에 등판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드디어 포항서 첫 승을 챙겼다. 원태인은 "사실 중고등학교 때 '포항의 남자'라 불렸다. 포항에서 정말 잘 던졌는데 이상하게 프로 입단 후 안 좋은 피칭을 했던 것 같다"며 "'다시 경북고의 원태인으로 돌아가 보자'는 마인드로 경기에 임했다. 그래서인지 학창 시절 때처럼 좋은 피칭이 나왔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20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20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어 "확실히 마운드 공사를 잘해주신 것 같다. 잘 보수해 주신 덕분에 큰 불편함 없이 던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89구 만에 투구를 마쳤다. 원태인은 "내가 먼저 코치님께 그만 던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이상하게 몸이 말을 안 들어서 그랬다. 몸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닌 듯했다"며 "욕심내기보다는 그만 투구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코치님께서 잘 끝내주셨다. 불펜투수 형들이 너무 잘 막아줘 모두 다 행복하게 경기를 마친 것 같다"고 밝혔다.

컨디션 난조에도 최고의 피칭을 뽐냈다. 3회말을 제외하곤 모두 삼자범퇴였다. 원태인은 "요즘 경기 들어가기 전 포수 (강)민호 형과 핵심 타자들에 대해서만 대비하고 등판한다. 그게 정말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민호 형이 리드를 정말 잘해주셔서 공격적인 피칭을 하며 투구 수까지 조절 중이다. 요즘 구위, 제구에 자신감이 많이 붙어 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은 "피하지 않고 붙으려 한다. 그래서 삼자범퇴 등 빠른 승부가 이어지는 것 같다. 야수들도 항상 내게 고맙다고 말해줘 기분 좋다"며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것도 불펜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이닝 소화력이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동기부여 요인도 있었다. 박 감독은 지난 14일 대구 KT 위즈전서 원태인이 7⅔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자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완벽한 피칭을 보여줬다.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 급의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며 극찬했다.

원태인은 "기사 봤다. 너무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했다"며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셨는데 못 던지면 안 되니 더 집중하려 했다. 감독님의 칭찬도 도움이 됐다"고 수줍게 웃었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데뷔 후 이날 경기 전까지 역대 통산 두산전 15경기에 등판해 3승7패 평균자책점 6.21로 고전했다. 올해는 5월 2일 경기서 6이닝 1실점(비자책점)으로 선발승을 챙긴 뒤 7월 13일 맞대결서 아쉬움을 삼켰다. 1회 헤드샷 퇴장을 당하며 ⅔이닝 4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원태인은 "두산전에 잘 던진 기억이 별로 없다. 이전 등판서 정말 좋지 않은 기록을 남기며 퇴장당하기도 했다"며 "이번에 꼭 만회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했는데 좋은 피칭으로 이어진 듯하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전 경기 5이닝 이상 소화를 목표로 삼았는데 헤드샷 경기 때문에 실패해 많이 속상했다. 그래도 그 이후부터 계속 6이닝 이상 던지고 있어 그걸로 대신 만족 중이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다승왕 타이틀을 노려볼만하다. 원태인은 "진짜, 정말 욕심 없다. 10승 한 뒤부터는 보너스 경기라 생각하고 매 등판에 임하고 있다"며 "그래도 이번 경기 1-0인 상황에서 투구를 마쳤는데 승리가 지켜지는 걸 보면 운이 따르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욕심낸다고 다승 1위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욕심부리지 않으려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떠올렸다. 원민구 전 경복중 야구부 감독은 원태인이 선발 등판하는 날마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아들의 호투를 기원한다.

원태인은 "항상 다치지 않고 잘 던질 수 있게 기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번에도 포항까지 와주셨다"며 "야구 잘하는 걸로 보답해 드리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 아버지는 물론 팬분들에게도 내가 야구 잘하는 게 최고의 보답이라 생각한다. 경기장에서 항상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포항,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삼성 라이온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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