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구, 조영준 기자] '한국 육상의 자존심' 김덕현(26, 광주광역시청)이 2일 열린 남자 세단뛰기 예선전에서 실격 당했다. 그리고 마지막 3차 시기에서는 발목 부상까지 당하며 들것에 실려 나갔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멀리뛰기에서 결선에 진출했지만 김덕현은 끝내 필드에 다시 서지 못했다.
이번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한국 육상은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10개 종목에서 10위 안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유일한 메달 후보로 손꼽힌 김현섭(26, 삼성전자)은 남자 경보 20㎞에서 6위에 올랐다. 1999년 세비야 대회에서 남자 높이뛰기의 이진택이 6위를 한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또한, 남자 10종 경기에 출전한 김건우(31, 문경시청)는 7860점을 기록하며 17위에 올랐다.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했지만 종전 한국 기록인 7824점을 뛰어넘으며 좋은 성과를 올렸다.
남자 1,600m 계주팀도 분전했다. 비록, 조 최하위에 그쳤지만 13년 동안 깨지지 않은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
문봉기 총감독은 지난달 10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발대식에서 "10-10은 매우 어려운 목표다.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겠다. 홍콩과 태국, 미국 등지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다. 현재는 마지막까지 세밀한 부분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한국 육상은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해마다 대구국제육상선수권대회를 열어 국내 선수들에게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맞춰 훈련에 임해왔다. 세계와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 됐고 지난해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이번 대회 목표를 10-10으로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해묵은 한국기록이 연이어 깨지며 한국 육상이 새롭게 도약할 기회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로 잡았다.
그러나 세계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허들 공주' 정혜림(24, 구미시청)은 여자 100m 1라운드에 진출했지만 준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자신의 주 종목인 100m 허들에서는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이 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종목인 마라톤에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지영준(30, 코오롱)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역시 아시안게임 여자 멀리뛰기 금메달리스트인 정순옥(28, 안동시청)도 부상으로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최고의 경기력이 펼쳐져야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대주들은 하나같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 육상은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춰나가고 국내 대회에 안주하려는 '고질병'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손님들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 한국은 스웨덴(1995년)과 캐나다(2001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노메달 개최국'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 강국'인 한국이 가장 취약점을 보이는 종목이 바로 육상이다. 기초종목인 수영은 박태환(22, 단국대)의 등장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육상은 여전히 세계 정상권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나가는 장기적인 안목이 다시 한번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 김덕현, 정순옥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