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 케인 또또또 무관!' 스페인, 잉글랜드 2-1 격파…12년 만에 유럽 정상 등극 [유로 2024 리뷰]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스페인이 잉글랜드를 꺾고 12년 만에 유럽 정상 자리에 올랐다. 10여년 넘게 잠자고 있던 스페인의 기술 축구 본능이 마침내 우승으로 결실 맺었다.

생애 첫 트로피 획득을 눈 앞에 뒀던 해리 케인은 이번에도 준우승에 그치며 무관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은 15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 베를린(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결승전에서 니코 윌리엄스, 미켈 오야르사발의 골을 앞세워 콜 팔머가 동점포를 터트린 잉글랜드를 1-0으로 제압했다.

2008년, 2012년 2회 연속 우승을 거뒀던 스페인은 12년 만에 오른 결승 무대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반면 잉글랜드는 지난 유로 2020에 이어 2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고도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사상 첫 유로 대회 우승에 실패했고, 1966 자국에서 열린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 뒤 58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 꿈도 물거품이 됐다. 잉글랜드는 코로나19로 인해 1년 미뤄진 지난 대회 결승에선 이탈리아에 승부차기로 패했다.

이날 스페인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우나이 시몬이 골문을 지켰고, 다니 카르바할, 로뱅 르노르망, 아이메릭 라포르테, 마크 쿠쿠렐랴가 백4를 구성했다. 로드리와 파비안 루이스가 3선에서 호흡을 맞췄고, 라민 야말, 다니 올모, 니코 윌리엄스가 2선에 위치했다. 최전방은 알바로 모라타가 맡았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효험을 보고 있는 백3 기반의 3-4-2-1 전형으로 맞섰다. 조던 픽포드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마크 게히, 존 스톤스, 카일 워커가 백3를 이뤘고, 루크 쇼, 데클런 라이스, 코비 마이누, 부카요 사카가 중원을 형성했다. 주드 벨링엄, 필 포든이 2선에 위치했으며 해리 케인이 최전방 원톱으로 출격해 득점을 노렸다.





경기 초반 양 팀은 공을 돌리며 탐색전을 펼쳤다. 전반 11분 스페인이 좋은 기회를 잡았다. 쿠쿠렐랴, 루이스, 윌리엄스로 이어지는 패스 플레이가 나왔고, 윌리엄스는 박스 안으로 드리블한 후 슈팅을 때렸으나 수비 맞고 골라인 아웃됐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도 로드리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르노르망이 바이시클 킥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전반 14분에는 윌리엄스가 왼쪽 측면에서 멋진 아웃프런트 크로스를 올렸지만 모라타와 야말에게 연결되지 못하고 잉글랜드 수비에 막혔다. 잉글랜드가 곧바로 역습을 가져갔다. 사카가 찔러준 공을 워커가 잡아 중앙으로 내줬으나 스페인 수비가 걷어냈다.

전반 25분 케인이 거친 태클로 경기 첫 경고를 받았다. 볼 소유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루이스의 발목을 스터드로 밟는 동작이 되고 말았다. 주심은 지체없이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반 28분 루이스가 박스 바로 밖에서 오른발로 때린 슈팅이 수비 맞고 굴절돼 높게 떠 픽포드 품에 안겼다.

전반 30분 스페인도 경고를 한 장을 추가했다. 올모가 볼 경합 과정에서 라이스의 옆구리를 발바닥으로 찍는 동작을 해 옐로카드를 받았다. 올모는 34분 직접 중거리 슛을 때려 득점을 노렸으나 케인 발에 걸리고 말았다.

잉글랜드도 전반 40분 스톤스가 낮은 위치에서 박스 부근까지 직접 공을 몰고 올라가 기회를 만들었으나 스페인 수비가 걷어냈다. 곧바로 역습에 나섰던 스페인도 윌리엄스의 패스가 부정확하게 이어지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스페인이 좋은 기회를 잡았다. 전반 42분 모라타를 향해 정확한 침투 패스가 연결됐다. 박스 안에서 공을 잡은 모라타는 게히를 두고 슈팅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게히에게 공을 빼앗겼다. 전반 44분에는 스페인의 패스미스를 놓치지 않은 잉글랜드가 역습에 나섰다. 벨링엄이 중앙에 있던 케인에게 연결했고, 케인이 오른발로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로드리고 몸을 날려 막아냈다.

추가시간 2분이 주어졌고, 첫 유효슈팅이 잉글랜드로부터 나왔다. 프리킥 상황에서 문전으로 길게 올려준 공이 포든에게 연결됐다. 포든은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으나 제대로 맞지 않아 쉽게 골키퍼 품에 안겼다. 이후에도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0-0으로 전반전이 종료됐다.





스페인이 후반전 변화를 줬다. 몸에 불편함을 느꼈던 로드리 대신 마틴 수비멘디를 투입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스페인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신성 야말이 중앙으로 파고들며 반대편으로 패스를 찔러줬고, 쇄도하던 윌리엄스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문 하단 구석을 찔러 1-0을 만들었다. 야말은 단일 대회 4도움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스페인이 추가골 기회를 놓쳤다. 윌리엄스의 슈팅이 올모에게 연결됐고, 올모가 박스 안에서 왼발 터닝 슛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후반 9분에는 모라타가 슈팅기 회를 잡았으나 수비에 걸렸다.

스페인이 다시 좋은 기회를 잡았다. 야말이 침투하는 모라타의 움직임에 맞춰 침투 패스를 넣어줬고, 모라타가 골문 반대편으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라인을 넘기 전 스톤스가 걷어냈다. 이어 윌리엄스가 오른발로 낮고 빠른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공은 골대 옆으로벗어났다.

잉글랜드가 큰 결심을 내렸다. 후반 15분 만에 케인을 벤치로 내리고 올리 왓킨스를 투입했다. 잉글랜드가 오랜만에 기회를 잡았다. 후반 18분 절묘한 턴 동작으로 스페인 수비 3명을 벗겨낸 벨링엄은 왼발로 때려봤으나 아쉽게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21분 야말이 박스 안에서 수비 한 명을 앞에 두고 왼발 슈팅을 때렸으나 픽포드 골키퍼가 선방해냈다. 직후 스페인은 모라타 대신 미켈 오야르사발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후반 24분 코너킥 상황에서 루이스가 때린 중거리 슛은 골문 위를 살짝 벗어났다.

잉글랜드가 중요한 순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28분 사카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후 중앙으로 연결했고, 벨링엄이 원터치로 뒤로 내줬다. 이를 교체 투입된 콜 팔머가 정확한 중거리 슛으로 마무리하면서 1-1이 됐다.



잉글랜드가 기세를 올렸다. 사카가 계속해서 측면을 흔들며 스페인 수비를 괴롭혔다. 하지만 스페인도 끝까지 버티며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스페인이 결정적 찬스를 잡았다. 윌리엄스가 올모와 원투패스를 주고받은 후 오른쪽에 있던 야말에게 내줬다. 야말이 골문 구석으로 감아찼으나 픽포드 골키퍼가 팔을 쭉 뻗어 쳐내며 선방했다.

스페인은 직후 르노르망을 불러들이고 나초 페르난데스를 투입했다. 스페인이 다시 주도권을 되찾으며 천천히 득점 기회를 노렸다.

결국 다시 스페인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42분 오야르사발이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왼쪽 측면으로 벌려줬다. 쿠쿠렐랴가 재차 중앙으로 낮고 빠르게 붙여줬고, 이를 쇄도하던 오야르사발이 발만 살짝 갖다 대 잉글랜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것처럼 보였으나 별 문제 없이 득점 인정됐다.

잉글랜드가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코너킥 상황에서 라이스의 헤더를 시몬이 쳐냈고, 재차 이어진 헤더는 골라인 부근에 서있던 올모가 머리로 걷어냈다. 이를 다시 라이스가 헤더로 이어갔으나 골문 위를 넘어갔다.



추가시간 4분이 주어졌고, 더 이상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스페인의 2-1 승리로 경기 종료됐다.

잉글랜드가 준우승하면 간판 공격수 케인의 '무관' 혹은 '노 트로피' 징크스도 이어졌다. 케인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세계적인 공격수로 올라섰음에도 공식 대회 우승이 전혀 없어 '무관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이날 결승전 전까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 유로에서 각각 준우승을 한 번씩 차지한 것이 전부다.

생애 첫 트로피를 위해 지난 시즌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으나 뮌헨은 12년 만에 타이틀 없는 시즌을 보내는 등 케인이 가는 곳 마다 트로피가 그를 외면했다.

케인은 이번 스페인과의 결승을 앞두고 "세상이 나의 무관을 알고 있다"며 "우승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내 모든 업적과 바꾸겠다"는 굳은 각오를 펼쳤으나 또 한 번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달 15일 개막한 유로 2024년 역대 최악의 경기력이란 혹평 속에 한 달간 여정을 끝냈다. 킬리안 음바페, 케인, 야말, 케빈 더 브라위너 등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총출동했으나 강팀들이 답답한 공격력을 선보이면서 '저질 축구' 논란에 휩싸였다.

차기 대회는 오는 2028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영국 4개 축구협회에 아일랜드까지 총 5개 축구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