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중요한 순간에 베테랑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SSG 랜더스 우완투수 노경은이 팀의 3연승 질주에 힘을 보탰다.
노경은은 1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1차전에 구원 등판해 2이닝 무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SSG는 3회초와 5회초에 빅이닝을 만들면서 7-0까지 격차를 벌렸으나 5회말 4실점, 5회말 5실점으로 역전을 당했다. 이후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했지만, SSG는 7회초에만 대거 5점을 뽑아내면서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7회말 SSG 노경은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12-9 리드 상황에서 7회말을 맞이한 SSG는 송영진-이로운-조병현에 이어 노경은에게 마운드를 맡겼다. 노경은은 침착하게 서건창-김태군-박찬호로 이어지는 KIA의 하위타선을 모두 범타 처리했고, 투구수는 12개에 불과했다.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선두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삼진 이후 최원준의 중견수 뜬공으로 빠르게 2사를 만들었다. 후속타자 김도영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지만, 최형우에게 유격수 뜬공을 유도하면서 이닝을 매조졌다.
노경은의 2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선 SSG는 9회초에 3점을 추가하면서 확실하게 승기를 굳혔다. 이숭용 SSG 감독은 "(노)경은이의 2이닝 호투가 승리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인의 역할을 200% 이상 소화하고 있는 경은이를 칭찬하고 싶다. 후배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4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7회말 SSG 노경은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노경은은 "분위기를 보면 선수들도 '오늘 경기는 난타전이구나'라는 걸 다 알고 있다. 이런 날은 선수들끼리 '랜디 존슨이 올라와도 부진한다'고 농담하는데, 최대한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올라갔다"며 "어떻게든 볼넷보다는 안타를 내주는 게 심리적으로 나을 것 같아서 (타자들에게) 치라고 던졌다. 야구는 실투를 던져도 아웃될 수도 있고, 기가 막히게 던져도 타자가 안타를 칠 수 있지 않나. 13일 경기에선 운이 잘 따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투구수 관리에 대한 비결은 무엇일까. 노경은은 "내가 올라갔을 때 상대 타자들이 1~2구에 많이 방망이를 휘두르더라. 이게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1~2구에 스윙한다고 해서 내가 도망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면서 치라고 던지는데, 변화구 타이밍일 때 직구를 던지고, 직구 타이밍일 때 변화구를 던진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로운, 조병현 등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날 선발 송영진 이후 두 번째 투수와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로운과 조병현은 각각 ⅔이닝 1피안타 3사사구 3실점, 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2실점으로 부진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노경은은 "(조)병헌이 같은 경우 '네가 오늘 이런 경기를 치렀으니까 홀드왕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한다. (오)원석이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경기를 치렀으니까 다승왕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후배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불펜투수들은 만루홈런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남은 경기 수가 많고, 또 이튿날 바로 만회할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24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6회초 2사 1,2루 SSG 노경은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올해로 프로 22년 차에 접어든 노경은은 14일 현재 47경기 53⅓이닝 6승 3패 20홀드 평균자책점 2.19로 김재윤, 임창민(이상 21홀드·삼성)에 이어 홀드 부분 3위를 마크 중이다. 지난해(30홀드·2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자신보다 어린 투수들과 홀드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노경은은 "불펜투수 입장에선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는데,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예측한다고 해서 그걸 그대로 실행할 수도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그냥 9월까지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야구장에 나오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주변에서 이닝이나 경기 수를 얘기하는데,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냥 똑같이 루틴대로 운동한다면 잘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늘 멀티이닝을 소화했다고 해도 내일도 멀티이닝을 던지고 싶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상황이 마련됐을 때 등판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 아프지 않다면 계속 던지고 싶다"고 각오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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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